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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0명 중 4명 "인권침해 겪었다"…76%는 신고 포기

  • 강신국 기자
  • 2026-10-06 22: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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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과 폭언·폭행 피해가 만연하지만, 피해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은 실효성 없는 보호체계와 보복 우려로 침묵하고 있어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간호협회 간호노동개혁위원회는 6일 국회에서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2026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21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1%가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침해 유형(복수응답)은 폭언이 88.9%로 가장 높았고, 직장 내 괴롭힘(67.1%), 성적 폭력(17.7%), 신체적 폭력(17.0%)이 뒤를 이었다.

심각한 문제는 피해 발생 이후의 대응이다. 인권침해 피해자의 76.4%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침묵한 주된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83.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인사상 불이익 우려’(36.7%), ‘가해자의 보복 두려움’(27.5%), ‘신고 절차 미인지’(14.4%) 순이었다.

실제로 문제를 제기한 경우에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8.1%에 달했다. 가해자 분리 조치는 12.7%, 공식 징계 등 조치는 7.4%에 그쳤으며, ‘문제가 해결되거나 개선됐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해 현행 병원 내 구제 절차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 환경 격차도 심각했다. 신규 간호사의 58.7%는 부서 배치 전 교육 기간이 1주일 미만에 불과했다. 일반병동 기준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도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최대 3~4배까지 벌어졌다. 간호사들은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간호사 인력 증원’(80.7%)을 꼽았으며, 법적 보호 강화(47.6%), 조직문화 개선 및 태움 근절(41.9%) 등이 뒤를 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입을 모아 개인의 사명감에 기대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중한 업무와 불규칙한 교대근무가 일터의 긴장을 높여 가장 약한 고리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구조적 접근을 요구했다. 소병훈·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위계적 문화 속 2차 피해 우려를 해소하고 적정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간호사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의료도 없다"며 실질적 회복 지원 체계를 주문했고,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인력 기준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현장 전문가와 노동계도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근무 경험을 밝힌 한 현장 간호사는 "프리셉터(신임 교육 간호사)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환자 안전을 위한 엄격함이 괴롭힘으로 변질된다"며 교육 여건 보장을 호소했다. 김성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과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처벌 중심 대책을 넘어 대체인력 확보와 환자 대 간호사 비율 법제화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는 전 주기적 보호망 구축을 약속했다. 송유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외부 폭언·폭력까지 얽힌 병원 특성을 고려해 노사 공동의 문화 개선과 취약 병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조하진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예방부터 조기 인지, 신고, 회복 지원까지 연계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교육 제도 기반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신경림 회장은 "2018년 이후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과도한 환자 수, 소진, 부실한 신규 교육 등 구조적 모순이 여전해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의료기관 종별·환자 중증도를 반영한 최소 간호인력 기준 법제화와 실효성 있는 인권보호체계 구축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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