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97%, 상비약 규정 위반…"관리체계 총체적 부실"
- 김지은 기자
- 2026-10-07 06:00:4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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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회·미래소비자행동, 전국 판매업소 1050곳 실태조사
- 주의사항 미게시 50.1%…야간 미운영·판매자 교육 사각지대 확인
- “품목 확대·등록기준 완화 앞서 현행 제도 관리체계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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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회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와 판매처 등록기준 완화 논의에 앞서 기존 판매업소의 운영 실태와 관리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회장 권영희)는 7일 전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해 현행 판매업소에 대한 관리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와 미래소비자행동이 전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10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실태조사’에서는 판매 준수사항 위반과 야간 미운영, 사용상 주의사항 미게시 등 기본적인 운영기준과 관리체계의 미흡한 점이 확인됐다.
약사회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과 법에서 정한 판매 준수사항을 모두 지킨 판매업소는 2.8%에 불과했다. 나머지 97.2%는 1개 이상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수사항을 위반한 판매업소의 82.4%는 2~4개 항목을 동시에 위반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은 3개 항목을 동시에 위반한 경우로 전체 조사대상의 36.6%를 차지했다.
위반 유형별로는 판매자 등록증 미게시가 68.8%로 가장 많았으며, 동일 품목 1회 2개 이상 판매 55.1%, 사용상 주의사항 미게시 50.1% 순이었다. 24시간 운영 미준수와 지정 품목 미판매 사례도 확인됐다.
약사회는 이 같은 결과가 일부 판매업소의 일탈을 넘어 현행 관리 체계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판매되는 만큼 법에서 정한 판매기준이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현행 판매기준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품목 확대나 판매 규제 완화보다 기존 판매업소의 관리·감독 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운영이 등록기준인데…55곳 야간 미운영
약사회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는 약사법상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을 등록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1050곳 가운데 55곳(5.2%)은 야간에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CU·GS25·세븐일레븐 등 3개 브랜드 외 판매업소의 야간 미운영 비율은 23.3%에 달했다.
약사회는 심야 시간 의약품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24시간 운영을 등록기준으로 정한 만큼,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판매업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매자 교육의 사각지대도 문제로 제시했다. 현행 제도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의 등록 판매자인 점주에게 안전관리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에는 의약품 보관·관리, 판매 준수사항, 위해의약품 회수, 부작용 대응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내용이 포함된다.
하지만 실제 편의점에서는 점주가 아닌 아르바이트 등 교대 근무자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약사회 설명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과 실제 소비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다른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올바른 사용이 중요한 만큼,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실제 판매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의약품 사용상 주의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판매환경도 확인됐다. 조사대상 판매업소의 50.1%에서는 사용상 주의사항이 게시되지 않았다. 약사회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특성상 소비자가 복용 방법과 용량, 주의해야 할 대상, 이상반응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품별 주의사항을 게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올바른 복용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약사의 복약지도가 없는 판매환경에서는 사용상 주의사항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안전정보”라며 게시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지정 품목의 구비 수준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회에 따르면 현재 생산이 중단된 2개 품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유통되는 안전상비의약품은 11개 품목이다. 그러나 조사대상 판매업소가 구비한 품목은 평균 8.2개에 그쳤고, 11개 품목을 모두 갖춘 판매업소는 12.8%였다.
약사회는 판매업소를 방문하더라도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할 수 있다며, 국민이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구입하도록 한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존 판매업소의 품목 구비와 운영 실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상품과 혼재된 진열…“안전 고려한 기준 필요”
현장조사에서는 안전상비의약품이 일반 식품이나 생활용품과 구분되지 않게 진열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전용 진열공간 없이 다른 상품과 섞여 있어 소비자가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약사회는 의약품은 복용 전 용법·용량과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제품이라며, 일반상품과 구분되지 않는 진열 방식은 소비자가 의약품을 일반 소비재처럼 선택하고 충분한 정보 확인 없이 구입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판매업소에서는 타이레놀 등 안전상비의약품이 숙취해소음료와 함께 진열된 사례도 확인됐다.
약사회는 이 같은 진열이 소비자에게 ‘숙취로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함께 복용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의 음주 관련 복용 주의사항을 고려하면, 의약품과 일반 음료를 구분 없이 진열하는 환경이 올바른 의약품 사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의약품 진열 방식도 소비자의 복약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전성을 고려한 진열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정부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운영 실태 전수점검과 24시간 운영기준 준수 여부 확인, 실제 판매자 중심의 교육제도 개선, 안전한 의약품 진열기준 마련, 판매기준 위반 업소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약사회는 “의약품 접근성 확대 정책은 국민 안전이라는 원칙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품목 확대와 판매처 등록기준 완화에 앞서 현행 판매업소가 법과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하고 관리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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