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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HLB에 '리픽투'가 남긴 것

  • 최다은 기자
  • 2026-10-01 0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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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신약 개발에서 긴 시간과 많은 투자가 성공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수년간 공들인 후보물질이 마지막 문턱에서 멈춰서기도 하고, 뒤늦게 확보한 자산이 먼저 결실을 맺기도 한다. 그래서 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은 하나의 성공에 베팅하는 데 있지 않다. 실패와 지연을 견디면서 다음 가능성을 계속 만들어내는 데 있다.

HLB가 그 가능성 하나를 현실로 만들었다.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 23일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문을 오랫동안 두드려온 HLB가 마침내 FDA 허가 의약품을 품게 됐다.

다만 예상했던 순서는 아니었다. HLB가 약 20년간 공들여온 리보세라닙보다 2024년 12월 릴레이 테라퓨틱스로부터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리픽투가 먼저 FDA 허들을 넘었다.

HLB에 리보세라닙은 오랜 도전의 상징과도 같다. 간암 1차 치료제로 미국 허가를 추진했지만 세 차례 보완요구를 받았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됐고 기다림도 길어졌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그 사이 HLB는 다른 길도 준비했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외부 후보물질을 들여와 개발을 이어받았고 허가까지 연결했다. 리픽투 도입부터 FDA 승인까지 걸린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리픽투 승인을 리보세라닙에 쏟은 시간과 투자의 직접적인 결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개발 경위도, 허가 과정도 다른 별개의 자산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승인의 의미가 선명해진다. 한 후보물질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투자했고, 이를 실제 허가 의약품으로 완성했다.

신약 사업에서는 좋은 물질을 찾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능성을 알아보는 판단, 권리를 확보할 자금, 개발을 이어갈 조직,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을 실행력이 함께 필요하다. 리픽투는 HLB가 이 과정을 끝까지 완주해 손에 쥔 결과물이다.

바이오 기업의 시간은 분기 실적의 시계와 다르게 흐른다. 돈은 먼저 들어가지만 결과는 몇 년 뒤에야 확인된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고 결과가 예상했던 순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가장 오래 공들인 자산이 가장 먼저 결실을 맺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느냐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선택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허가 의약품으로 바꿨다. 리픽투의 FDA 승인을 항암제 하나의 허가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리보세라닙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픽투의 미국 상업화도 이제 시작이다. 다만 오랫동안 가능성을 이야기해온 HLB가 이제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결과 하나를 손에 쥐었다. 리픽투가 HLB에 남긴 것은 FDA 승인 하나만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다음 가능성을 만들고, 그 가능성을 실제 결과로 바꿀 수 있다는 분명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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