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흔드는 27조 약제비...고가신약·제네릭 정책 골든타임
- 정흥준 기자
- 2026-04-16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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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가 신약 증가→약제비 상승→사후관리 숙제
- RWE 성과평가 방안 준비...약가인하·퇴출 실효성 의구심
- 학계 "저가 제네릭 활성화, 공급자 대상 약가인하로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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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정흥준 기자]약제비가 27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진료비 116조 중 23.8%를 차지하며 약제비는 건보 재정 부담을 키우는 핵심 원인이 됐다.
초고령화로 인한 다제약물 처방 증가, 잦은 외래 방문 등의 환경적 이유로 약제비 부담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수억원대 고가 신약의 증가와 저가 제네릭 활성화의 부재가 맞물리면서 늘어나는 약제비 관리는 건보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급여의약품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약품비는 27조 6625억원으로 전년 26조 1966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항악성종양제(항암제)의 청구액과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동맥경화용제를 넘어섰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항암제의 청구액은 3조 1432억원으로 전년 2조 7336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지난 2021년 항암제 청구액은 2조 1515억원이었다. 2022년 13%, 2023년 12.5%, 2024년 15%로 매년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 2011년 13조원 규모였던 약제비는 2배 이상 올랐다.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까지 잇달아 등장하면서 약제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환자 치료 접근성 강화라는 이유로 혁신 신약에 대한 보험 적용의 문을 더 빠르게 열어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비단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특히 고가 항암제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로 약제비 지출이 증가하는 문제는 글로벌한 숙제거리가 됐다.
OECD ‘Health at a Glance 2025’ 보고서에서도 고가 신약의 등장으로 통제되지 않는 약제비 증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희귀질환 분야의 고가 치료제 도입으로 OCED 국가들의 소매 판매약 대비 처방약에서 약제비 팽창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는 “프랑스, 영국 등 해외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제약산업의 권력은 더욱 커졌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하고 정부가 고가 신약의 가격을 통제하기는 어려워졌다”면서 “그래서 일부 국가는 주변국들과 함께 약가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타개를 해보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며 한국도 주변국들과의 공조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해외에서도 재정적, 임상적 불확실성을 정부와 제약사가 나누는 위험분담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등재 문턱을 낮춰주는 대신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MAA(관리형 계약)를 통해 임상 데이터 수집을 하는 기간은 낮은 약가로 판매를 하고, 이후 재협상을 하는 계약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또 독일은 희귀의약품의 경우 판매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추가적인 임상적 이점을 입증해야 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한국은 고가 신약의 통제 수단으로 위험분담제와 사후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위험분담제 환급형 계약을 체결한 성분도 4월 기준 67개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건정심에서는 혁신 신약의 급여 등재 문턱을 낮추는 대신 RWE(실사용자료)를 활용한 성과평가를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급여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은 상태라 아직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들이 많다.
이동근 부대표는 “RWE에 의존하는 사후평가 방식을 해외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과학적 수단을 강화해야만 그 근거를 가지고 과도하게 비싼 가격들을 조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산업에서는 사후 약가 인하를 위한 장치로 RWE를 활용할 경우 압박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등재 후 RWE 결과에 따라 약가가 얼마나 깎일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다면, 글로벌 본사를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서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 “최소한 예상 가능한 급여 반영 범위라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가 제네릭 유도 방안 안 보여...인센티브 활용도 방법”
고가 신약의 약제비 관리뿐만 아니라 저가 제네릭의 활용을 높이는 방안도 약제비 절감에 중요하다.
정부의 최근 약가제도 개편과 같이 직권 일괄인하를 하는 방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저가 제네릭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영균 배제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상한가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정책과 함께 최저가 5개 약을 정해 처방 또는 조제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을 병행할 수도 있다”면서 제약사들의 자발적 가격 경쟁을 유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계적 성분명처방과 최저가 제네릭 조제를 동시에 시범도입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비대면진료 등에 성분명처방을 적용하고, 성분명처방 시 약국은 최저가 제네릭 조제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영균 교수는 “리베이트가 약사에게 넘어간다는 예상을 하기 때문에 성분명처방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최저가 조제 의무화를 연동해야 재정도 아끼고 불필요한 오해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보재정이 적자 전환을 하며 비상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약제비 지출 관리를 위한 대책도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정부가 보험료를 올리는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될 것이다. 차라리 지금이 불필요한 약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골든타임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제약사뿐만 아니라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까지 고려한 저가 제네릭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대 모 교수는 “제네릭 활성화는 여러 정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복지부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로지 공급자인 제약사에만 집중 타깃이 돼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깎은 만큼 더 많이 팔아서 회수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에 대한 규제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건보재정을 위해서는)의사가 불필요하게 더 비싼 약을 처방하거나, 필요 이상의 양을 처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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