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늘었지만 성과 달랐다…디지털 헬스사업, 성패 가른 조건
- 황병우 기자
- 2026-04-01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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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유통은 옛말"…지분 투자로 묶인 '운명 공동체' 대세
- 제약사 단순 영업서 솔루션 파트너 및 TF 전담제 진화
- 제품 경쟁 넘어 '데이터 플랫폼' 통합…환자 완주 책임모델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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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디지털헬스 협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성과는 기업마다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같은 협업 구조를 택했는데도 일부는 처방과 매출로 이어지는 사업화 단계에 진입한 반면, 상당수는 여전히 PoC(Proof of Concept), 즉 성능을 검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격차의 원인으로 제약사 경영진의 의지, 전략적 투자(SI), 조직 개편 등 '사업 구조의 차이'를 지목하고 있다.
협업 늘었지만 성과 제한…PoC 이후 '장벽'
"협업의 성과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디지털헬스 협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A 제약사 디지털헬스 담당 임원은 "디지털헬스는 제품 하나를 더 파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영역"이라며 "기존 의약품 영업 방식으로 접근하면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PoC까지는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실제 처방과 재사용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이 구간에서 대부분의 협업이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멈춘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 수용성과 병원 내 적용 과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B 디지털헬스 기업 대표는 "병원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에, 기존 진료 프로세스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이 아무리 혁신적이어도 의료진에게 공부나 일거리를 더 얹어주는 솔루션은 현장에서 선택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성공하는 모델은 의료진의 추가 업무를 최소화하고 기존 진료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사용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시각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성공적인 협업 모델은 우선적으로 '누가 이 제품에 돈을 낼 것인가(Who pays?)'를 명확히 해야 하며, 동시에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조병하 대웅제약 디지털헬스케어 사업부장은 "제품 정보 전달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어떻게 줄이는지, 조기 진단과 환자 관리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지를 함께 설명하고 입증해야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 만큼 중요한 제약사 '의지'…출발점부터 갈린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 간 협업 성과를 가르는 첫 번째 요소는 제약사의 '의지'다.
디지털헬스 사업은 초기 투자와 조직 구축이 동시에 필요한 구조다. 단순히 제품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영업·교육·운영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디지털헬스 기업 대표는 "초기 시장에서는 매몰 비용이 불가피한데, 이를 감수하고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기업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며 "결국 경영진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실제 협업이 중단되거나 확산되지 못한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헬스를 기존 사업의 '보조 영역'으로 접근하는 경우다. 이 경우 영업 조직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확산이 멈추게 된다.
반면 성과를 내는 기업은 디지털헬스를 별도 사업으로 인식하고, 전사 전략으로 접근하는 특징을 보인다.
A 임원은 "결국 돈과 조직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라며 "디지털헬스를 전략 사업으로 두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업이 아닌 '환자 완주'…조직 진화가 성패 가른다
디지털헬스 협업이 기존 제약사업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업 방식'이다. 의약품은 정보 전달과 처방 유도가 핵심이지만, 디지털헬스는 그 이후 과정까지 포함된다.
이에 대해 한독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설명의 깊이와 관리 범위가 완전히 다른 사업'으로 작동 원리뿐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의료진이 이해해야 처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처방 이후에도 환자가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독은 디지털헬스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기존 영업 조직과 연계하는 동시에 별도의 환자 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처방 이후 설치 확인, 사용 독려, 치료 완료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현재 주요 제약사들은 사업부를 분리하거나 TF 단위로 조직을 설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 판매가 아니라 '환자가 끝까지 사용하는 것'까지 포함된 사업 모델이라는 의미다.
제약업계 C 관계자는 "기존에는 처방이 끝이었지만, 디지털헬스는 처방 이후가 시작"이라며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돈이 섞여야 진심이 된다"…유통에서 투자로 이동하는 협업 구조
협업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 유통 계약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략적 투자(SI)를 결합한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웅, 동아ST, 한독 등이 SI 기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의 경우 지난해 성과를 거둔 씨어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헬스 기업에 대웅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독은 디지털헬스 기업 웰트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공동 개발하며 사업을 확장했으며, 동아ST 역시 최근 원격환자모니터링 기업 메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디지털헬스 영역 확장에 나섰다.
이 같은 SI 기반 협업은 단순 계약과 차이가 있다. 장기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제약사의 책임성이 강화되며 사업 지속성이 확보된다는 게 디지털헬스 업계의 시각이다.
AI 솔루션 기업 D 대표는 "단순 유통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투자까지 들어간 협업은 쉽게 끊기지 않는다"며 "지금은 SI 기반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본질은 데이터…'제품'에서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경쟁
기업별 접근 방식도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가령 대웅제약은 디지털헬스를 단일 제품이 아닌 '플랫폼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병원 데이터와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연결해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는 디지털헬스를 의료 시스템 확장의 축으로 보는 접근이다.
실제 대웅제약은 병상 모니터링, 환자 데이터 수집, AI 분석을 결합한 구조를 통해 병원 내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한독은 특정 질환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도입하고, 실제 처방과 환자 관리까지 이어지는 실행형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파마는 디지털헬스를 신사업 영역으로 검토하며, 기존 의약품 중심 사업 구조에서 확장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처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협업이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업 구조 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헬스 협업의 본질은 데이터다. 환자의 생체 데이터와 생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치료와 관리까지 확장하는 구조다.
C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의 핵심은 기기가 아니라 데이터"라며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하느냐가 결국 사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D 대표 역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전환된다"며 "이 단계에 들어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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