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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피린타임

권리금 대신 독점거래 약정…법원, 약국 영업권 관행 제동

  • 김지은 기자
  • 2026-03-04 12:10:06
  • 약국 양도하며 ‘영업임대차’ 주장…약정 깨지자 권리금 13억 청구
  • “월 2억” 특정 도매 거래 약정…도매업체도 약사에 손배 청구
  • 법원, 청구 모두 기각…“네트워크형 약국에 경종"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특정 도매 업체와의 거래를 조건으로 약국 영업권을 유보·이전하는 형태의 약정은 유효할까.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최근 A도매업체와 B약사가 C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를 약사 간 영업권 약정과 도매 거래 강제 조항이 결합된 계약과 관련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며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약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자본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약국, 면대약국 의혹과 맞물려 약국 영업권과 도매 유통구조의 연결고리를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약국 양도하며 “잠재적 영업권, 영업임대차” 주장…법원은 부정

사건은 2004년 의정부 소재 한 건물 1층에서 약국을 개설·운영해 온 B약사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이 약국 개설자 지위는 여러 차례 승계됐고, 지난 2018년 11월 C약사가 보증금 1억5000만원, 월 1000만원, 5년 기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약국을 운영하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체결된 별도의 약정이었다. B약사와 C약사는 사건 약국의 모든 권리·재산권은 약국을 승계한 B약사에 있고, B약사가 경영·인사권을 가지며, C약사는 월 2억원 이상을 A업체로부터 의약품을 주문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 이 같은 조건의 배경에는 거액의 권리금이 있었다. 권리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사실상 양도 약사가 영업권을 유지하는 형태의 거래를 한 것.  

사건의 약국 양도양수 계약 과정에서 B약사와 C약사 간 약정 내용 중 일부. 

이후 C약사가 A업체에 대한 의약품 주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B약사를 배제한 채 임대인과 독자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이 촉발됐다.

B약사는 재판에서 “당초 영업권자인 자신이 사건 약국의 영업권을 잠재적으로 보유하면서 일정 조건 하에 C약사에게 사용·수익하게 한 일종의 영업임대차”라며 약정 해지를 주장했다.  이 약사는 약정 해지 시점의 약국 영업가치(권리금) 상당액 13억4400만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C약사에게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영업양도나 영업임대차의 대상이 되는 영업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의미한다”며 “B약사가 거래의 객체가 되는 영업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약국에 대한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사실상의 이익은 개설자 지위를 이전받아 실제로 약국을 운영하는 자에게 있다”며 “그 이익이 B약사에게 유보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B약사가 주장한 ‘잠재적 영업권 보유’, 영업임대차 구조 자체를 법원이 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월 2억 특정 도매 거래 강제는 시장질서 저해”…업체 손배 청구도 기각

이번 소송에는 A업체도 별도로 참여해 C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약정에 따라 매월 2억원 이상 의약품을 주문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A업체는 의무가 이행됐을 경우 얻었을 영업이익 2억135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약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약정에 따르면 C약사는 매월 2억원 범위 내에서 A업체 외 다른 도매상과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도매상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약사법 규정에 실질적으로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C약사는 A업체와의 거래를 유지하는 대가로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 이점과 권리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게 된다”며 “이런 약정을 유효하다고 인정할 경우, 의약품 공급자나 도매상이 거래 유지를 목적으로 약사에게 간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재판부는 해당 약정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 약정의 유효를 전제로 한 채무불이행·손해배상 및 제3자를 위한 계약 주장 모두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약정 분쟁을 넘어 약국 영업권과 도매 유통을 결합한 구조에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로 읽힌다. 

최근 약국가에서는 특정 자본이나 도매업체와의 밀접한 연계를 기반으로 한 약국 운영 구조, 네트워크형 약국, 면대 약국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리금 부담을 낮추는 대신 거래를 묶는 형태의 약정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실질적 영업재산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잠재적 영업권’ 주장, 특정 도매와의 거래 강제와 경제적 이익 제공 구조에 대해 모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약국 영업권과 의약품 유통을 결합해 사실상 거래를 묶는 계약 구조는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며 “최근 횡행하는 권리금 구조와 도매 거래가 결합된 관행에 대해 경고를 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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