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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CEO 교체 없는 봄…제약업계의 보수적 전략

  • 최다은 기자
  • 2026-02-10 06:00:40

[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잇따라 ‘경영진 유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신임보다는 연임,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규제 환경 변화, 신약 개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제약사들의 선택지는 점점 보수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주주총회를 앞둔 제약사들의 이사회 안건을 들여다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실적 개선과 재무 구조 안정화에 기여한 기존 CEO를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R&D와 사업 전략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검증된 리더십’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JW중외제약, 일양약품, 명문제약, 경동제약, 하나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JW중외제약은 다음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영섭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가결 시 신 대표는 4연임으로 총 12년간 회사를 이끄는 장수 CEO가 된다.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주식 거래정지를 겪은 일양약품 역시 내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명문제약도 배철한 대표의 재선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경동제약과 하나제약은 각각 김경훈 대표와 최태홍 대표의 연임을 예고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의 박성수 대표이사는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 이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대규모 조직 개편이나 과감한 투자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둔 보수적 리더십을 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과거 제네릭 의약품 중심의 단기 성과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이나 개량 신약 등 중장기 R&D 전략이 중요해지면서 리더십의 연속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전략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안정 속 정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수 경영진 유지라는 보수적인 선택 속에서도 적극적인 행보가 동반되지 않으면 성장 정체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즉, 제약사들이 선택한 ‘경영진 유지’ 전략은 당장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으로도 평가된다. 다만 이 전략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 구조와 R&D 방향성에 대한 유연한 재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연임’이 아니라, 연임 이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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