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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매출보다 많은 순손실...지씨셀 실적에 숨은 영업권 상각

  • 차지현 기자
  • 2026-02-02 12:04:43
  • 2021년 녹십자랩셀·녹십자셀 합병 당시 영업권 3782억 인식
  • 매년 손상 검사 거쳐 회수 가능성 재평가…일회성 상각 결정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최근 GC그룹 계열사 지씨셀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성적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지씨셀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55억원,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5% 감소했지만 적자 폭은 62억원 축소했습니다. 외형은 다소 줄었지만 내실을 챙겼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업손실은 줄었는데 순손실이 오히려 3배 이상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지씨셀의 순손실은 2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832억원 늘어났습니다. 본업 성과는 개선됐는데 적자 규모가 일 년 새 3배 이상 불어난 것입니다.

이 괴리의 원인은 '영업권 상각'이라는 회계 항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씨셀은 순손실 급증 배경으로 "과거 합병 시 인식된 영업권 자산에 대해 현금유출이 없는 상각비를 일회성으로 반영해 전년도 대비 순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영업권이란 무엇이고 기업은 왜 이 자산을 상각하는 걸까요.

영업권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미래 수익 가능성을 반영해 추가로 지불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는 공장이나 장비 같은 눈에 보이는 자산뿐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잘 벌 수 있을지도 함께 평가합니다. 이때 현재 자산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면 그 차액을 영업권으로 기록합니다. 쉽게 말해 영업권은 장래 성과를 기대하며 더 얹어 준 '웃돈'(프리미엄)입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이 영업권이 처음 기대했던 만큼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지 매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수 당시에는 미래 성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웃돈을 얹어줬지만 실제 사업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큼의 가치를 계속 인정하기 어렵겠죠. 이 경우 기업은 장부에 적어둔 영업권의 가치를 낮추고 줄어든 만큼을 비용으로 반영하게 되는데 이를 회계에서는 영업권 상각이라고 부릅니다.

회계 처리상 영업권 상각이 이뤄지면 무형자산으로 분류된 영업권 금액이 장부에서 감소하고 동일한 금액이 손상차손으로 비용에 반영됩니다. 이 비용은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된 지출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요. 현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어서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나 영업현금흐름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지씨셀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지씨셀은 지난 2021년 11월 녹십자랩셀이 녹십자셀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출범한 통합 법인입니다.

녹십자랩셀은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축적해 온 기업입니다. 자연살해(NK)세포를 활용한 항암 면역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NK세포는 체내에서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선천면역세포로, 녹십자랩셀은 이를 기반으로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개발 단계로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여 왔습니다.

녹십자셀은 세포치료제의 제조와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이었습니다. 세포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의약품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대량 설비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의 상업 생산을 통해 세포치료제 공정 운영과 품질 관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국내외 기업들의 유전자치료제·줄기세포치료제 전임상 과 임상 시료 생산을 맡는 CDMO 사업도 수행해 왔습니다.

양사는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아우르는 세포치료제 풀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합병을 추진했습니다. 개발 역량과 제조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내놨습니다.

합병은 녹십자랩셀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녹십자셀이 소멸되는 흡수합병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녹십자랩셀은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새로 주식을 발행해 이를 인수 대가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녹십자셀을 인수했습니다. 녹십자셀 주주들에게 현금을 건네는 대신 녹십자랩셀의 새 주식을 나눠주고 회사를 통째로 넘겨받은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녹십자랩셀이 녹십자셀을 사기 위해 매긴 회계상 인수가격은 5103억원입니다. 반면 공장과 설비, 현금 등 녹십자셀이 실제 보유한 자산 가치는 979억원 수준이었습니다. 녹십자랩셀은 눈에 보이는 자산 가치보다 3782억원을 더 얹어 녹십자셀을 사들인 것인데 이 초과 지급액이 회계상 영업권으로 인식됐습니다. 이는 전체 인수대금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로 합병 시점에서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크게 반영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씨셀 IR 담당자는 당시 영업권 산정 배경에 대해 "이뮨셀-LC와 CDMO 사업을 포함한 녹십자셀의 미래 가치가 향후 5~6년간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고 판단해 영업권을 인식했다"면서 "합병 당시에는 해당 사업들이 중장기적으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합병 당시에는 세포치료제 사업 확장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후 실제 실적 흐름은 당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통합 첫해인 2021년 지씨셀은 연결기준 매출 16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외형을 두 배가량 키웠습니다. 이듬해에는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검체검사 서비스 매출이 급증하면서 매출이 2361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들어 매출은 1875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도 1655억원으로 줄며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영업손실 20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전과 CDMO 사업 확장이 진행되고는 있었지만 그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합병 당시 반영했던 영업권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커졌다는 게 회사 측 입장입니다.

지씨셀이 이번에 영업권 상각을 일회성으로 반영한 것은 향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려는 의도로도 읽힙니다. IR 담당자는 "영업권을 인식한 이후 매년 손상 평가를 해왔고 이 과정에서 영업권 손상이 계속 발생해 재무제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 "손상을 해마다 나눠 반영할 수도 있었지만 적자가 불가피한 시점에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또 "앞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국면에서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영업권 손상 때문에 순이익이 다시 적자로 보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년도 대비 순손실 증가폭을 감안할 때 이번 실적에서 반영된 영업권 상각 규모는 약 1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녹십자랩셀은 녹십자셀을 인수한 지 약 4년 만에 합병 당시 인식했던 영업권의 절반가량을 손상 처리한 셈입니다. 다만 지씨셀은 "이번 사업연도 이후 추가적인 영업권 상각 반영 계획은 없다"면서 "향후에는 일회성 요인을 배제한 본업 중심의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번 실적에서 나타난 영업손실 축소와 순손실 급증이라는 엇갈린 흐름은 본업의 급격한 악화라기보다 합병 이후 누적돼 온 영업권 부담을 일회성으로 정리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단기적인 숫자상의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과거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사업 성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재무적 대청소'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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