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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혁신의료기기, 80일 트랙의 시험대

  • 황병우 기자
  • 2026-01-28 06:00:39

[데일리팜=황병우 기자]'최단 80일'. 정부가 혁신의료기기의 의료현장 진입속도를 단축하는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 시행과 함께 내건 숫자다.

업계는 현장 진입을 당기겠다는 제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기존에는 허가 이후 기존기술 여부 확인과 신의료기술평가, 보험 등재로 이어지며 최장 490일까지 걸릴 수 있었던 시장 진입 기간이 80일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제도를 '시장 확대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시장이 커져야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여야 기술이 고도화되는 AI 의료기기 특성상, 진입 속도는 곧 성장 리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국제 수준의 임상평가다. 속도를 앞당겨주는 만큼, 제도 신청 시점에 상당한 임상근거를 확보한 상태가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질문이 갈린다. '정말로 속도가 빨라지는가'와 '누구에게 속도가 빨라지는가'다.

임상역량과 자원을 갖춘 기업에는 트랙이 될 수 있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나 첫 제품을 준비하는 업체에겐 체감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빠른 제도가 쉬운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중심이 된 외산 변수도 함께 따라온다. 해외에서 이미 근거를 확보한 기술은, 이 제도를 통해 국내 시장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들어올 여지가 있다.

반대로 국산 기업은 기존 제도권에서 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근거를 만들어 왔다. 속도가 '경쟁 촉진'으로만 작동할 경우, 국산 기술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질 수 있고 혁신 동기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과거 여러 의료기기기업이 국내 규제·평가 구조를 고려해 해외 레퍼런스 먼저를 선택해 다시 역으로 한국에서 허가를 받는 사례까지 존재했던 만큼 국내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 역시 일반화하긴 어렵다.

현장에서는 '국제 수준의 강화된 임상평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임상 비용의 증가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많은 의료기기 업계에 비용 압박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와 'ICH 가이드라인 하에 수행된 연구'로 판단해 국내 임상 만으로도 허가된 경우도 포함되는 만큼 기업의 압박보단 시장의 길을 열어줬다는 시각이 교차한다.

하지만 정부의 취지가 허가 속도를 올리되 일정 수준 기술에만 허가 트랙을 열어주는 국제화(globalization)에 보다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부분에는 공감대도 존재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에 문을 열어주되 후속 보고 등을 통해 평가하는 뒷문을 조이는 형태의 제도를 손봤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제도의 혜택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구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제도로 진입을 노렸던 기업과 새로운 트랙을 통한 현장 혼선, 그리고 제도가 제시한 단축 효과가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될지에 대해서는 운영의 실행력과 형평성 측면에서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이미 해당 제도를 통해 혜택을 받는 기기들이 존재한다고 발표된 만큼, 더욱 '누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받는지가 투명하게 설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제도가 출발선에 선 만큼, 비판보다는 업계가 요구해 왔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속도와 안전, 외산 유입과 국산 혁신, 기존 트랙과 신규 트랙 사이에서 균형점을 잡는 후속 설계가 필요하다. 숫자가 시장을 바꾸는 건 빠르지만, 시장이 신뢰를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80일'이 산업의 성장 촉매가 되려면, 균형점을 어떻게 만들지가 후속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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