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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대로 약 배달이 시작된다면

  • 정흥준
  • 2023-02-15 17:15:46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 배달은 비대면진료의 필수조건이라는 정부 인식이 복지부 박민수 차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약 배달이 빠지면 국민 비난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란 경고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추진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다. 그렇다면 이대로 비대면진료, 약 배달이 제도화 된다는 최악의 가정으로 정부와 약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악마는 디테일 안에 숨어있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을 얼마나 놓치냐에 따라 막연한 불안은 하나둘 현실이 될 것이다.

플랫폼 관리·인증 누가?...의사단체 주도권싸움 시작 복지부는 민간 플랫폼 업체들을 활용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구상하고 있다. 한시적 허용으로 시한부였던 업체들엔 생명줄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이 비대면진료의 필요조건이라면, 플랫폼 업체들의 필수조건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제도화 된 이후엔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혹은 인수도 예상된다.

의사들도 플랫폼에 끌려갈 생각은 없다. 의사협회가 플랫폼을 인증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그 때문이고, 최근 의협·치과의사협·한의협 등에 EMR 인증 권한을 주는 의료법 일부개정안 발의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통한 조제·투약·배달 시스템을 관리 인증하는 권한은 누가 차지하게 될까. 앞으로 플랫폼에 대한 지침 마련과 관리, 감시 등을 주도하기 위해선 의약단체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확보하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의 사례로만 보더라도 약사단체는 배달비 지원, 사은품 이벤트를 하는 플랫폼에 대해 시정 조치를 정부에 요구할 수 있을 뿐이었다.

환자는 정말 약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까?

비대면진료 후 약국 선택의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인근 약국 또는 환자 위치 주변 약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진료받고 부산에서 조제하는 방식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비대면 진료와 조제를 어느 범위의 권역으로 제한할 것이냐에 따라 환자의 약국 선택권은 크게 달라진다.

또 플랫폼의 약국 나열 방식도 문제다. 일반 중개 플랫폼에선 상단 노출을 위해 입점 사업주들이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는데,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선 유인행위가 되기 때문에 약국 명단 노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나다 순이나 위치 순으로 노출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이 적합한 것인지, 또 환자가 자유롭게 약국을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견은 나올 수밖에 없다.

심각하게는 비대면진료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부 약국으로 처방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예상된다.

전문약 배송 허용된다면, 그 다음은 일반약 배송?

약 오배송, 변질에 대한 책임 소재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초창기 설계되지 않으면 결국 잇단 소송으로 수많은 판례가 쌓일 때까지 현장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반면 장기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배송된다면 그것대로 또 문제다. 전문약이 안전하게 배송된다면, 그 다음은 일반약 배송을 하겠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배달의민족이 상비약 배달을 규제 특례 사업으로 신청한 것을 우연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약사단체는 “전문약도 되는데, 일반약은 왜 안되냐”는 여론에 맞서 설득할 만한 주장과 근거를 마련해 놔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이대로 약 배달이 추진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동안 약 배달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강경한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때로는 낙관론자의 태도로 비춰지기도 한다. 부적절하게 설계된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줄일 수 있는 복안도 마련해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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