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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비대면 초진 제한과 '타다 금지법'은 다르다

  • 이정환
  • 2023-05-21 11:47:14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감염병 위기 단계 '심각'이 해제되는 내달 1일부터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한다. 이를 기점으로 지난 3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동안 허용했던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가 대폭 줄어든다.

심야 시간과 휴일 소아과 환자에 대해서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나머지 질환은 재진 시에만 비대면진료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복지부안인데, 소아과와 의료계 반대로 소아 진료 마저도 초진 허용 범위에서 제외될 공산이 큰 분위기다. 물론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도서·산간·벽지·군·교정시설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코로나19 등 고위험감염병 확진자에 대해서는 초진 비대면진료가 허용된다.

이 같은 시범사업안이 공개되자 닥터나우 등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정부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반발 중이다. 특히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다수 언론은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 시범사업과 입법 추진을 '제2의 타다 금지법'이란 프레임으로 바라보며 비판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을 타다 등 교통모빌리티 서비스 금지와 동치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보건의료행위를 소비자의 교통 이동수단과 같은 수준의 규제로 취급해 비교해도 될까. 국민의 정교한 진료와 처방·조제,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해 초진 비대면진료를 금지하고 재진 비대면진료 역시 허용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약사 주장을 단편적으로 '직능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있을까. 진료·처방·조제 등 의·약사 면허행위를 택시 등 교통 모빌리티 서비스와 같은 선 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되며, 보건의약 전문가인 의·약사 주장을 섣불리 직능 이기주의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타다 금지법은 당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라는 신사업 싹을 자르는 동시에 택시 대란과 택시 요금 인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초진 비대면진료를 제한하면 우리나라에 진료 대란이 일어나고, 환자의 진료비·조제비가 폭등하는 문제가 생길까. 그럴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우리나라는 도심, 부도심은 물론 소도시에도 건물 하나마다 병·의원·약국이 여러개씩 밀집해 환자의 의료·의약품 접근성이 세계 어느나라 보다도 우수하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과 질병관리청이 통계분석,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코로나19 팬데믹 위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공표하면서 환자는 필요한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을 직접 찾을 수 있는 환경마저 마련됐다. 초진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비대면진료 자체가 중단돼도 의사가 단체 파업에 나서지 않는 한 진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진료비·조제비 인상 역시 마찬가지로 발생하지 않는다. 되레 한시적 비대면진료 시기 의·약사는 130%에 달하는 비대면진료·조제 수가를 받았다. 수가 재원은 국민 세금인 건강보험재정이 충당했다. 타다 금지법이 택시비 인상 문제를 촉발했다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초진 비대면진료 금지가 진료·조제비 인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은 할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제도화로 인해 의료비 폭등과 건보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단 점에서도 초진 비대면진료 금지를 타다 금지법과 견줄 수 없다. 상기 조명한 점들에서 비춰 볼 때 초진 비대면진료 금지를 제2의 타다 금지법으로 규정하고 초진을 허용하라는 주장을 펴는 것은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 국민, 환자, 건보재정에 크고 작은 위험을 키우는 존재는 비대면진료지 대면진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이름 그대로 환자와 의사, 약사를 연결하는 중재자다. 이들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했을 당시 공적의료 전달체계 마비 문제를 해소하는데 일조했다는 주장을 펴며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노고를 치하하기는 커녕, 코로나 위기가 끝나자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려 든다"고 외친다. 코로나 팬데믹 극복에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일부 기여한 사실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초진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으로 국내 의료전달체계와 약국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생명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자. 최근 코로나 팬데믹 해소로 다수 국민들이 '비대면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 주문해 먹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다수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졌던 동네 치킨집, 피자집, 분식집, 커피숍 등 자영업자들이 소비자들의 갑작스런 수요 감소로 경영난 해소 자구책 모색에 나섰다는 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비대면 음식 배달 플랫폼들 역시 값비싼 배달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이탈 소비자들의 플랫폼 이용률을 높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실정이다. 3년만에 뒤바뀐 비대면 음식 배달 플랫폼 환경에 어떻게든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은 왜 코로나 팬데믹 종식 후 자동 종료돼야 할 초진 비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의 전면 허용을 유지해 달라는 일방적 요구를 하는 것 외 스스로 경영난을 타파할 자구책 모색에 나서지 않나? 애당초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허용 당시 팬데믹 종식 이후 자동 종료하는 게 사회적 합의이자, 모두가 인식하고 서로가 약속한 사실 아니었나? 어째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 비대면진료 필요성이 사라진 책임을 의·약사에게 물으려 하나? 한시적 비대면진료 종료로 플랫폼 경영 수익이 악화되는 문제를 왜 국민과 정부가 책임져야 하나? 코로나 종식 후 매출이 급감한 동네 치킨집, 피자집, 분식집 수익도 국민과 정부가 보전해 메꿔줘야 한다는 생각인 건가? 비대면진료 초진 전면 허용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훼손되고 약국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나? 만약 의료전달체계와 약국 생태계가 망가져 국민 건강·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그 때 책임은 누가 지나? 원산협은 상기 나열한 질문에 하나라도 명료히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 시범사업·입법은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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