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근절 자율규약의 이중성
- 데일리팜
- 2006-12-11 06: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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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약단체들이 지난해 9월 투명사회실천협약을 맺은 지 1년 3개월 만에 ‘공동자율규약’을 만들어 낸 것은 사업의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할 만하다. 참여단체가 21개로 늘어 보건의약계 대부분의 전문직능인이나 종사자는 앞으로 자율규약을 바이블로 삼아야 할 상황이 됐다. 공정거래위로부터 심사완료 통보를 받은 자체가 보건의약단체들의 자율정화 의지를 믿고 받아들인 것이기에 그렇다.
자율규약을 실천에 옮겨야 할 종주단체인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는 그야말로 책임이 막중한 기관이 됐다.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자율규약을 제대로 지켜가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규약 내용들을 살펴보면 당장 실천하거나 근절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대부분인 탓이다. 자칫 규정과 현실이 따로 노는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이 그래서 적지 않다.
자율규약 제5조(의약품 등 유통관련 투명성 강화)를 보면 정상적인 거래 이외에 제공되거나 받는 금품류 수수행위는 일체 금지돼 있다. 그중에서도 관행화 된 할·증인과 각종 명목의 리베이트 조항이 핵심이다. 거래 관련성이 있는 학회 및 세미나 등 각종 행사의 기부금이나 장학금 등도 안 되는 것이 물론이다. 의약계의 거래관행상 이를 근절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은 일이다.
각종 행사 참가자에게 5만원까지 허용하는 한도는 주어졌지만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될 여지가 있다. 형식은 지켜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시장에서 먹힐지는 대단히 의문이다. 자율규정은 이렇듯 ‘원천차단’이라는 항목과 ‘부분허용’이라는 잣대를 동시에 두었지만 두 기준 모두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항에 가깝다. 자율규약이 외부의 감시를 내부로 돌려 당분간 방패가 될 테지만 언젠가 그것이 사라질 명분이 만들어지면 내부 더 깊숙히 찔러질 비수가 만들어질 그럴 이중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협의회에 둘 자율정화위원회, 유통조사단, 유통부조리신고센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만 한다.
자율규약은 말 그대로 자율적 운영사항이기에 부조리 조사나 감시도 전적으로 자율이다. 자율정화위원회 위원들에서부터 위원회를 보좌할 유통조사단이 가입단체들로 꾸려지고 신고센터도 협의회 내에 설치·운영되는 구조다. 하지만 자율규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업체나 요양기관을 과감하게 처벌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큰 걸림돌이다. 협의회를 떠받치는 3개의 실무단이라고 할 위원회, 조사단, 신고센타가 제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구석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협약실천협의회’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자율규약은 실천적 후속작업이 중요하다. 그래서 명시적인 조항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이를 구체화 해 나갈 실무적인 이른바 ‘실천자율규약’을 추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 규약에는 지난해 연말 이미 합의한 바 있는 의약품 바코드제와 구매전용카드 등의 로드맵이 들어가야 한다.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 한약재, 화장품 등도 유통 투명성을 담보하는 로드맵이 구체화 돼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약품의 경우는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유통정보센타의 기능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업체 스스로 투명성 근거자료를 드러내겠다는 발가벗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변해가야 하고 실제로 변하지 않으면 의약계의 발전이나 비전을 가로막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유통정보를 드러내는 일이 업계나 의·약사 모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할 시기는 지났다.
지금은 자율규약이 실행될 것이라고 믿어주는 분위기가 전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율규약의 처벌조항만 봐도 그렇다. 상응하는 조치, 서면 경고, 필요한 조치 등이 전부이고 중대한 사안일 경우에만 공정위나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조치를 의뢰하게끔 하는 규정을 뒀다. 중대한 사안의 기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조치를 의뢰한다는 것도 애매모호하다. 자율규약이기에 공적 처벌에 한계가 있지만 협의회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처벌기준은 다시 마련돼야 한다.
투명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구체적인 실천 로드맵도 없고 자체 처벌조항까지 미미하면 관행에서 발을 먼저 빼는 업체나 요양기관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누구나 인지상정 알고 인정하는 일이다. 자율규약은 결코 울타리가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변혁의 단초이며 미래의 좌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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