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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오머

처방 유치 무한경쟁...약국간 상도의 '실종'

  • 한승우
  • 2007-03-29 07:25:01
  • 전용통로 논란 보건소도 골치...명확한 잣대 마련 시급

"의료기관과 약국간에 전용의 복도·계단·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 약국개설을 금지한다" .

보건소도 '전용통로'의 합리적 해석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재산권 침해 Vs 담합방지"

전용통로 논란의 핵심은 결국, 이 두가지 가치관의 철저한 대립이다.

무엇하나 차치할 수 없는 이 두 가치관 사이에서, 약사법상의 전용통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존재하고 있다.

명백한 '전용통로'로 결정되어도 약간의 자금과 시간이 주어지면 이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각 지역마다 전용통로를 해석하는 잣대가 조금씩 다를뿐더러, 설사 전용통로 잣대에 걸려 약국개설이 불허되더라도 '위장점포' 등을 이용해 약국개설이 가능토록 주변환경을 개조·변경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폐해에도 불구, 모호한 전용통로 해석의 잣대에 대해 논하기는 사실 조심스럽다.

그것은 자칫 특정약국과 보건소간의 유착 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소 전용통로 판단, "오해살까 두렵다"

수많은 약국 개설사례를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보건소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보건소 약무팀 관계자는 "법의 테두리로 개인의 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항상 원칙대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개설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신중해진다"고 밝혔다.

보건소에서 전용통로를 해석할 때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약국 이용자가 한 약국만을 이용할 수 밖에 없도록 통로를 만드는 행위'에 대한 부분이다.

예컨데 대부분의 보건소는 약국 개설 예정 점포의 일부를 분할해 도서대여점 등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점포로 임대한 후 약국 개설 등록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약국개설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안경점·의료기점·건기식판매점 등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업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점포가 개설될 때는 전용통로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약국개설을 거부한다는게 보건소의 입장이다.

문제는 약국개설 등록 신청 당시 개설 등록을 하기 위해 개설한 점포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탈법적 수단에 불과한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는데 있다.

공실이 많아도 약국·의원만 있으면 전용통로로 볼 수 있다는 최근의 복지부 유권해석.
그렇다고 보건소에서는 위장점포일 수 있다는 심증만으로 약국개설을 거부할 수도 없는 처지다.

물론, 약사법 제69조제1항제2호에 의해 여러 가지 정황들이 전용통로로 맞아 떨어졌을 때는 약국개설 후에라도 등록을 취소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 과정까지 보건소측은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올 1월 30일 데일리팜을 통해 보도된, 공실이 많아도 약국·의원만 있으면 전용통로로 볼 수 있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일선 보건소의 개설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돼 또다른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논란에 휩싸인 채로 약국개설등록이 되면, ‘보건소-개설신청자-경쟁약국’은 서로 상생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모두가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두 약국은, 호객행위나 난매, 본인부담금 할인 등을 동원해 '약사'사이의 관객 없는 전쟁도 서슴없이 치루기도 한다.

남양주시에서 층약국을 경영하는 한 약국장이 "개설허가가 날 때까지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 줄 아느냐.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동건물 1층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약국장 역시 "처방전 건수가 30%이상 줄었다. 내가 진짜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을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말 많고 탈 많은 전용통로, 해결방법은 없나

처방전을 둘러싼 첨예한 경쟁관계 속에서 약사사회가 멍들어 가고 있다.
전용통로 해결 방안에 대해 박정일 변호사는 "예컨대 의료기관 300M이내에 약국 개설 금지라는 조항을 약사법에 삽입하면 된다"면서, "하지만 대한민국이 독재정권도 아니고 이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 유럽국가처럼 약국개설 거리제한을 두더라도, 국내 약사인력 수급구조와 국내 영토의 문제, 오지(奧地)약국의 국가적 보상이 없이는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중구의 한 약사는 층약국의 위장점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한사람 명의의 한 호 상가를 분할해 약국을 개설한 경우 대부분 위장점포라고 보면 된다"면서, "애초에 한 호 상가의 분할을 금지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재산권 침해' 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약국개설을 막을 수 있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어지기는 마찬가지.

결국 전용통로로 불거진 갈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약사와 약국, 의원간의 도덕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법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약사와 약국간의 도덕적 합의'라는 단어를 접한 일선 약국가는 "현실을 모르는 어린애 같은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연신내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H약사는 "일반 슈퍼에도 '상도'라는 것이 있는데, 약국끼리 '룰'을 무시하고 여기저기 끼어드는 약국들 때문에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낸다"면서 "처방전을 둘러싸고 무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약국환경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하지만 근처에서 또다른 약국을 경영하는 K약사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그만큼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것이 시장경제 원리"라면서, "약사와 약국간의 합의가 사실상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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