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피해 결코 작지 않다
- 데일리팜
- 2007-04-05 10: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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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이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시민·사회단체는 그 영향이 클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그 반대다. 복지부는 향후 5년간 최소 2,877억원에서 최대 5천억원대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예상과는 달리 그 규모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협상을 잘했다는 말이고 자화자찬이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같은 기간 중 여전히 1조원이 넘는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공개토론을 하는 상황까지 가고 있지만 왠지 찜찜한 것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규모가 작다고 정부는 왜 그렇게 극구 홍보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아예 피해규모 홍보에만 혼신을 다하는 듯 한 인상이다. 더구나 향후 5년 이내가 아닌 그 이후의 장기적인 피해규모는 생각하지 않는 것은 정말 안이한 자세다. 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를 토대로 복지부가 발표한 피해규모 추계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다. 하지만 FTA 발효는 2009년 경이다. 그 이후 5년간을 보는 것이 정확한 추계가 될 것이고, 아울러 그 보다 중요한 것은 5년의 기간이 아니라 10~20년까지 내다보는 국내 제약산업의 장기전망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육성책이다. 하지만 그 중요한 것들이 온통 빠졌다.
정부는 신약의 최저가 보장을 합의안해 준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것이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허가와 특허의 연계부문을 내줬다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원개발자가 특허침해로 인해 가처분을 신청하면 6개월 정도만 품목허가가 정지되는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그렇게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미국이 자국의 해치-왁스만(Hatch-Waxman)법에 따라 30개월 동안 품목허가를 자동 정지시켜 달라는 요구를 방어했다는 자랑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 국내 제약산업의 장기전망을 간과했다고 보는 것이다. 허가와 특허의 연계는 5년이 아니라 장기전망을 해야 정확하다. 5년 동안 국산 우수제제릭의 허가가 막히거나 시장진입 자체에 애로가 많아진다면 그 이후의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가속도가 붙는다. 실제로 특허는 시장지배력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초기 몇 년간은 피해가 작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여지가 농후하다.
또 하나는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다. 이를 수용한 것은 결정적으로 보험재정이라는 곳간의 키를 절반은 내준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관련해 방어를 잘 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우리 나름대로 보험약가를 꾸려갈 만한 협상을 하기는 했다. 가령 보험등재와 보험급여의 분리나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20% 인하 등과 관련된 부분이다. 하지만 언제든 이의신청이 보장되고 그것이 국내 현실과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진행될 여지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품목허가시 제출된 자료보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행 PMS(의약품재심사)가 6년간 이미 자료를 보호해 주고 있는 만큼 5년간의 자료보호 인정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제네릭은 정부의 말 대로 영향이 작다고 해도 개량신약은 또 다르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에 버금가는 신약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제약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신약입국으로 가는 발걸음을 아예 처음부터 떼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개량신약은 개발 시 오리지널 품목허가 이후부터 자료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5년을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한다. 기술집약산업에서 특허는 생명줄과도 같다. 국내 제네릭 산업은 특허에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 문을 열어 준 것은 당장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대문을 열어져친 것에 다름 아니다. 오리지널이라는 칼이 칼집을 나와 마구 휘젓게 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정부는 피해규모가 작다고 구구절절 읊조리기에 앞서 국내 제약산업 육성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FTA 타결직후 정부부처 그 어느 곳도 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똑같이 희생양이라는 농업분야와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정부는 제약기업들에게 연구·개발과 GMP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과감한 세제혜택을 당장 주어야 한다. 나아가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 열기에 불을 지피는 대규모 신약 연구단지 조성이나 임상센터의 설립 등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의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제약산업 육성방안과 지원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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