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제약피해 20배 격차...누구 말이 맞나
- 최은택
- 2007-04-09 07: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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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공개토론 제안 vs 시민단체, 협정문 선공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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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분야 피해추계는 ‘괴담수준’이다?
청와대는 최근 한미 FTA 협상결과로 의약품 분야에서만 연간 2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괴담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정부의 피해추계액과 비교해봤을 때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복지부는 이를 입증하겠다면서 급기야 시민사회단체에 공개토론회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한 협정문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와 시민단체의 피해추계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시민단체는 협정문이 먼저 공개돼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정부가 협상결과를 축소했거나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발표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와 복지부가 우려하고 있는 ‘괴담’은 사라지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협상결과 축소의혹 제기...‘괴담’ 확대재생산
정부는 의약품 분야 협상이 건강보험제도나 국내 제약산업에 별다른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줄곧 강조해 왔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피해규모를 지나치게 축소발표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내놓은 피해액 추계는 무려 20배 가까이 격차가 발생한다.
피해액 추계와 관련 먼저 선방을 날린 것은 한미FTA저지범국민대책본부(이하 범국본)다. 범국본은 한미 FTA가 타결된 직후 지난 3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피해 규모가 7조1,000억원에서 10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피해규모(연평균 2조원)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치.
이에 대해 복지부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약산업에 미치는 피해규모는 관세(718억원), 특허·허가연계(최대 3,968억원), ‘공개자료 보호’(321억원) 등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최대 5,000억원으로 추계된다고 발표했다.
범국본의 주장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으로 터무니없이 과다 추계된 내용이라는 반박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양측이 내놓은 추계를 보면, 협상결과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제조건 자체가 다르게 고려됐음을 알 수 있다. 범국본은 건강보험제도와 협상결과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 등을 중심으로 ‘국민추가부담’을 추계했다.
복지부는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만을 내놨을 뿐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내용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보건산업대책보완팀 임숙영 팀장은 “건강보험재정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고려하면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산업에 미치는 일부영향 외에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추가 부담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범국본 측은 협정문이 공개돼야 정확한 추계가 가능하겠지만, 한국정부의 피해추계는 희망에 기초한 과소추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허가·특허연계, 자료독점, 허가 지연기간 보상 등 미국이 요구한 특허연장에 대한 핵심요구가 대부분 수용되면서 사실상 특허기간이 약 5년간 연장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범국본 “미, 핵심요구 수용...특허 약 5년 연장”
피해추계도 당초보다 일부 축소되기는 했지만 특허 5년 연장, 약제비 적정화 방안 미충족 등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국민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정부가 협상결과를 축소발표하거나 상이한 해석이 가능한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정리해 의혹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맹호영 서기관은 이에 대해 “협상결과가 국민 약제비 부담을 현격하게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면서 "특히 지재권분야에서의 과장이 크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유시민 장관의 지시에 따라 피해규모를 상세히 추계, 이번 주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다른 관계자는 “종전에 발표된 추계는 가상시나리오를 통해 마련된 것”이라면서 “협상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디테일한 피해규모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추계 추가발표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유시민 장관이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FTA 피해 진실공방 공개토론 당분간 ‘불투명’
따라서 FTA 협상에 따른 피해액 진위공방은 국회 회의석상에서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결과 축소발표 의혹이 제기돼 협정문 조기발표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청와대와 복지부가 ‘괴담’을 잠재우기 위해 제안한 공개토론회는 당분간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협정문은 한미 양국의 공동자산으로 조문을 최종 정리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범국본은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의 피해추계액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협상결과를 이미 상세히 설명했기 때문에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아도 공개토론은 가능하다”면서, “잘못된 추계로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하지 않고 토론에 응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범국본 관계자는 그러나 “협정문을 발표하지 않고 추계만 하는 것은 의혹을 더욱 부풀릴 뿐”이라고 응수했다.
복지부, 제약계 CEO 초청 간담회...달래기 나서
한편 복지부는 변재진 차관 주재로 9일 국내 제약사 CEO와 제약협회, 신약조합 관계자 등 2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는 제약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사실상 시민단체와 제약계의 공조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FTA 결과가 제약산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과장됐다는 점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제약계와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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