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은 무책임하다
- 데일리팜
- 2007-04-09 06: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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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대표측근이라고 할 유시민 장관이 보건복지부를 떠나려 한다. 대통령 옆으로 다가갈지, 당으로 갈지 아직은 모르지만 떠날 짐 보따리를 챙기는 중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국회부결이 그 표면적 이유다. 거기에 더해 한 해 수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기초노령연금법안만 통과됐으니 연금개혁의 중심에 서 있던 그가 복지부를 떠나려는 심정을 일면 이해하기는 한다. 하루 800억원의 국민연금 잠재부채 위에 노령연금 부채마저 더해진 만큼 국가의 ‘연금부채’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지경이 됐다.
건국 이래 최대의 재정사고라는 유 장관의 생각에 그래서 우리도 공분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회가 선거 국면에 들어가 대형사고를 친 것이 맞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자리가 바로 유 장관이 추진하던 개혁의 그 자리였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유 장관의 퇴임을 바라보는 생각이나 시각이 다르다. 어설프게 사퇴하기 보다는 기왕 책임을 지려면 끝까지 지고 떠나라는 것이다. 연금법안 부결의 한 이유가 유 장관 개인적인 퍼스낼리티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고 그의 당 복귀를 두고서도 반발 분위기가 있는데, 속된말로 자존심도 없는가.
물론 우리가 유 장관의 섣부른 사퇴를 경계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가 정치적 행보를 하든 말든 그리고 대선의 밑그림을 그리든 말든 관심이 없다. 국민연금법도 중요하지만 복지부 장관은 의료법과 약사법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특히 의료법 전면개정을 추진해 온 장관이기에 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라도 하고 떠나야 한다. 포지티브제 등 약제비적정화 방안 역시 그의 재임 중 기획된 작품이기에 아무 언급도 없이 손을 놓는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하다.
유 장관이 사령탑 역할을 해 온 복지부의 각종 개혁정책은 진행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민연급법 이상으로 심각한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죽하면 무려 102개 제약사가 위헌소송을, 98개 제약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상초유의 일이다. 생동성 문제나 유통일원화 현안도 매듭지어야 할 사안이다. 이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떠나려 하는 것은 면피로까지 보인다.
더불어 한·미 FTA와 관련해 예상외로 피해가 적다고 강변해 온 장관이다. 피해규모를 놓고 시민·사회단체의 주장과 수십 배 격차가 나는데 대해 거침없이 항변해 온 그다. 그렇다면 제약산업이 한·미 FTA로 인해 정말 피해규모가 미미하다는 것을 치밀하게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검증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 국내 제약산업의 장단기 육성방안을 농업분야 처럼 즉시 제시해 주어야 옳다. 제약업계는 온통 난리인데도 그것을 외면해 버리는 장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유 장관의 당 복귀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많다. 그것이 열린우리당과 그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에게 이 순간 더 중요한 것은 정치 보다 내각의 한 수반이라는 책임의식이다. 복지부 장관의 소임을 국민연금법안에만 목메고, 그것조차 여의치 않으니 자신도 빠지겠다는 것은 나쁘다. 재론하지만 유 장관의 책임 하에 진행된 수많은 정책들에 대해 분명한 소신을 밝혀라. 그리고 그것을 후임자에게 어떻게 이어가게 할 것인지 로드맵을 밝히고 떠나라.
국민연금법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급법안을 재상정해 국회인준을 받아야 내각에서나 정치권에서나 장관의 입지가 더 강화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어차피 총리가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요청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일정을 포기하는 것은 유 장관의 정치적 운신만 좁게 만들고 나아가 ‘잠룡’(潛龍)이라는 그의 행보가 정말 한심하게 받아들여지게 만들 뿐이다. 개혁장관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고 나아가 그의 정치적 생명이 자칫 최악에 내몰릴 수도 있다.
복지부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안들이 즐비하다. 잠룡이라 불릴 정도의 정치인이라면 국민 실생활에 대한 고민의 정도에 깊이가 더 있고 더 분명해야 한다. ‘약사발은 엎고 사탕만 먹었다’고 국회에 책임을 던지기에 앞서 엎어진 약사발을 다시 담을 생각을 하지 않는 자신을 더 많이 질타해야 도리다. 자신이 벌려 놓은 일들을 도대체 누가 치우고 쓸고 하라는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유 장관이 대선과 총선 정국에 모종의 쐐기돌이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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