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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저가' 처방패턴 뚜렷…환자저항 의식

  • 홍대업
  • 2007-10-13 06:55:52
  • 소아과 처방 감소세…일부 약국선 매약도 증가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정률제가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817원짜리 항생제, 95원짜리로 처방

서울 관악구 소재 K소아과. 이 의원을 찾은 P모(66·여)씨는 정률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세파클러250mg’(유한양행)을 처방받았지만, 지난 8일에는 ‘아목시실린500mg’(종근당)으로 변경된 처방을 받았다.

서울 관악구 K소아과에서 진료받은 환자 P씨의 처방전.
세파클러250mg의 보험약가는 817원으로, 아목시실린500mg(95원)과는 거의 9배의 약가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악구의 S정형외과의원. 이 곳을 찾은 관절염환자인 Y모(79·남)씨는 정률제 이전에는 명문아트로다캡슐50mg(명문제약)을 처방받았지만, 최근에는 디아세렌캅셀(구주제약)로 처방약이 변경됐다.

아트로다캡슐의 보험약가는 394원이며, 디아세렌캡슐은 363원으로 31원(8.5%) 정도 약가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이들 환자의 경우 65세 이상이어서 정률제 적용대상은 아니지만, 인근 약국가는 직접적인 정률제 적용대상에게도 이처럼 처방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공간 DOP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의 한 약국에서도 최근 인근 소아과의원의 처방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정률제 전후로 549짜리 세파클러 계열의 항새제인 케모신캡슐(국제약품)이 136원짜리 ‘트리세프캡슐’(국제약품)으로 가격이 저렴한 약으로 처방이 바뀌었다.

이처럼 정률제 실시 전후 의원가에서는 뚜렷한 처방패턴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의 진료비 및 약값저항을 우려한 때문.

따라서 의원이 처방약을 가능한 2,000원 선에서 맞추려고 하고 있고, 약값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가의 항생제를 저가약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20일경 데일리팜에서 살펴봤던 서울 금천구의 한 가정의학과의원도 마찬가지. 이 곳은 정률제 전에는 소아환자에게는 80∼90%를 인바오넷세파클러캡슐250mg(656원)으로 처방했다가, 정률제 이후에는 80% 이상을 파목신캅셀500mg(95원)으로 처방하고 있다.

성인에게는 처방하던 뉴젠팜세파트록실캅셀250mg(193원)도 파목신캅셀500mg으로 변경해 처방을 내고 있다고 인근 약국은 전했다.

서울 관악구 S정형외과에서 진료받은 환자 Y씨의 처방전.
관악·금천·강서 처방패턴 ‘뚜렷’…강남지역 처방변화 없어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각 지역별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관악구와 금천구, 강서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낮아 환자들이 약값에 민감할 수 있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등은 약값저항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 역시 환자의 약값저항을 우려해 고가약에서 저가약으로 처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서초구 소재 S의원 옆 S약국은 “인근 의원에서는 원래 고가약을 처방해왔고, 1만원짜리 이하의 약값이 없었던 터라 정률제 이후에도 처방패턴의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를 끼고 있는 서초구의 또다른 약국도 마찬가지. 이 곳은 정률제 시행 초기에는 약값의 변화에 대해 환자들이 가끔씩 질문을 던지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도 없다고 설명했다.

N약국 L약사는 “인근 의원에서는 약값을 보통 2,000원선에서 맞추려고 하고 있어, 정률제 시행 전인 1,500원과 500여원의 차이가 난다”면서 “따라서 환자들이 약값에 대한 부담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K약사는 “경제력이 있는 환자이다 보니 약값 인상분에 대해 민감도가 떨어진다”면서 “아직까지 처방패턴의 변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송파구 M약국의 경우 주변 이비인후과와 소아과의원에서 정률제가 실시된 8월 이후 해열제와 같은 불필요한 품목을 줄여서 처방하거나 투약기간을 3∼5일분에서 2일분으로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M약국 O약사는 “고가약을 저가약으로 처방하는 것보다 약값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금천구 소재 한 의원이 발행한 처방전. 고가약에서 저가약으로의 처방패턴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소아과처방 줄었다"…약값본인부담 인상 탓

정률제 이후 소아과처방이 다소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9월말까지 정률제 실시 이후 처방패턴이나 일반약 매출 변화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5개 약국을 조사·분석했던 ‘연구공간 DOP’의 김현익 약사는 대상 약국 중 4곳에서 이같은 변화를 찾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4개 약국은 인근에 모두 소아과의원이 위치해 있는 성남의 A약국, 파주시의 B약국, 서울 은평구의 C약국, 서울 강서구의 D약국이다.

이들 약국에서의 처방내역을 분석해본 결과, 소아과처방이 줄어든 것으로 감지됐으며, 그 이유는 6세 미만의 아동의 약값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김 약사는 설명했다.

정률제 이전에는 1,500원의 약값을 부담했지만, 그 이후에는 6세 미만 아동이 약값을 성인의 70%(전체 약제비의 21%)만 부담하더라도 결과적으로 1,500원 이상을 내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약사는 “소아과 의원을 끼고 있는 약국들이 처방수가 줄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그 이유는 정률제 이후 성인 뿐만 아니라 6세 미만의 아동도 약값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 일반약 매출도 상승...대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연구공간 DOP가 조사했던 한 약국의 경우 정률제가 실시된 올해 8월1일부터 9월30일까지의 일반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제건수는 2006년 5,474건이었지만 2007년에는 6,216건으로 11.9%가, 전체 일반약 매출은 3,675만여원에서 4,627만여원으로 20.5%가 각각 증가했다.

이 약국은 특히 과립제와 종합감기약, 코감기약, 쌍화탕 등 감기약의 매출부분에서도 8% 정도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공간 DOP가 정률제와 관련 표본조사를 실시한 약국.
연구공간 DOP측은 처방건수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조건 정률제의 영향으로만 볼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정률제가 셀프메디케이션 촉진의 부가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약국은 일반약 활성화를 체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료비 및 약값의 상승으로 환자들의 발걸음이 의원에서 약국쪽으로 돌릴 것이란 기대는 아직까지 요원하다는 말이다.

서울 관악구 Y약국의 S약사는 “지난 여름에는 가을쯤 감기환자가 약국으로 발걸음을 할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K약국의 O약사도 “정률제로 인한 일반약 매출변화는 체감할 수 없다”면서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률제가 시행된지 3개월째로 접어들었고, 환자의 인식도 많이 제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률제, 환자 인식도 높아져…약국에 대한 불평도 줄어

정률제 시행 3개월째에 접어들어 약국가에서도 제도 시행 초기처럼 약값을 놓고 환자와 승강이를 하는 경우도 사라졌다. 그만큼 환자들이 제도에 대해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처방전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기존보다 환자의 조제대기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에서는 아직까지 환자의 불편이 감지되고 있다.

처방내역을 그때마다 입력을 하고, 약값을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제대기 시간이 정률제 이전보다 최소 5분 이상은 길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환자의 또다른 불만도 있다. 해마다 건강보험료를 올리면서 환자의 본인부담금까지 인상시켰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런 탓에 일부 약국에서는 “정률제 이후 정부만 좋아졌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재정 절감에는 정률제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환자의 셀프메디케이션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정률제가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률제가 시행된지 2개월이 지났고,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일단 고가약을 저가약으로 처방하는 패턴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이고, 점차 일반약으로 셀프메디케이션을 추구하는 환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 약국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셀프메디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더욱 강화된 복약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약국경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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