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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원 짜리 항생제, 95원 짜리로 변경"

  • 홍대업
  • 2007-08-22 12:27:03
  • 일부의원, 정률제 이후 저가약 처방...환자 약값저항 여전

정률제 실시 이후 일부 의원의 처방패턴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은 본문내용과는 무관)
656원 짜리 항생제 95원 짜리로 처방 전환

서울 금천구의 A의원. 이 곳에서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정률제 시행 이후 조심스레 처방패턴의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L군이 A의원에서 받은 처방전.
과목은 가정의학과. 지난 5월 이 의원을 방문한 4살 짜리 L군. 당시 처방받은 의약품은 펜세타정과 돔페린정, 인바이오넷세파클러캡슐250mg, 메디락에스산 등 6품목이었다. 총약제비는 9,080원이고, 정률제 실시전인 만큼 본인부담금은 1,500원이었다.

L군이 8월1일 재차 방문했을 때는 총 약제비가 6,240원에 본인부담금은 성인의 70%(총약제비의 21%)만 부담하면 되는 만큼 1,300원이었다.

A의원의 처방전을 조제한 B약국의 약사는 이처럼 총 약제비가 줄어든 이유를 정률제 전환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이 환자의 약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656원 짜리 항생제인 인바오넷세파클러캡슐250mg이 95원짜리 파목신캅셀500mg으로 처방된 것.

지난 6월말경 A의원을 찾았던 24세의 H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당시에는 뉴젠팜세파드록실캅셀250mg과 씨스펜이알서방정, 솔로켐정 등 5품목을 처방받았다. 총약제비는 9,760원이었고, 본인부담은 1,500원이었다.

H씨가 A의원에서 받은 처방전.
그러나, 8월 중순경 A의원을 다시 찾았을 땐 4품목으로 처방품목수가 줄었고, 193원짜리 뉴젠팜세파드록실캅셀250mg이 93원짜리 파목신캅셀500mg으로 변경됐다. 약제비는 7,600원으로 줄었고, 정률제로 인한 본인부담금은 2,200원이었다.

B약국의 C약사는 “의원에서 기존 약값인 1,500원에서 환자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약값이 저렴한 품목으로 처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률제 하에서는 기존에 고가약을 처방하던 의사는 저렴한 약으로 처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패턴 변화, 올 가을 확연해질 듯...감기환자 약값저항이 변수

그러나, A의원의 처방패턴 변화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취재 과정에서 살펴본 대부분의 의원과 약국에서는 처방패턴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

정률제 전에는 의원에서 소화제나 제산제 등 불필요한 품목을 줄이는 방식과 저가약 처방을 통해 약값에 대한 환자부담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아직까지 피부로 체감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주변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10곳이나 포진돼 있는 서울 동작구 B약국의 경우 “약값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의사가 쓸 약을 안쓰진 않는다”며 “처방패턴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주변에 4∼5곳의 의원이 있는 광진구의 K약국도 “처방패턴의 변화는 없다”고 밝혔으며, 강남 소재 M약국은 “대형병원 앞에 있는 문전약국은 8월 이전에도 95% 이상의 처방이 1만원 이상으로 정률제 적용을 받아온 만큼 이 제도가 의사의 처방패턴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감기처방이 많이 나오는 가을철이 돼야 본격적으로 정률제의 영향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관악구 Y약국은 “환절기에 감기환자가 증가하면, 정률제 시행으로 인한 약값 저항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그쯤 돼야 의사의 처방패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약 활성화 체감지수 ‘0’...약값인상에 환자 불만표출

일반약 매출 증가에 대해서도 약국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률제가 미미하게나마 처방패턴의 변화를 불러오고는 있지만, 진료비와 약값 상승으로 인해 기대했던 일반약 매출은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휴가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최근 약국가의 일반약 매출을 이끌고 있지만, 이를 정률제와 연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약국가는 내다보고 있다.

관악구 K약국은 “예전부터 약국에서 일반약을 구입하던 사람은 계속 약국에서 약을 사고, 병원약을 먹으려고 하던 환자는 계속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만큼 정률제 실시로 일반약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천구 B약국은 K약국과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률제 실시 이후 의사의 처방변화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약 활성화 역시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환절기 감기환자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약값인상에 대한 환자불만이 가중될 경우 일부 환자들이 의원보다는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처방전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조제대기시간이 기존보다 다소 길어진다는 점과 약값 인상에 따른 환자의 불만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의 W약국. 내과와 피부과 안과 등을 끼고 있다. 이 약국의 경우 정률제 이전보다 조제대기시간 5분 정도 더 길어졌다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통상 5∼10분 내에 처방조제를 하던 것이 지금은 일일이 약값 계산을 위해 처방약을 입력해야 하고, 이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약값인상에 대한 환자불만도 적지 않다고 W약국은 전했다. 건강보험료를 해마다 인상하면서 정률제 실시로 환자의 본인부담금까지 올려놨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률제 실시로 인한 변화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그러나, 일부에서 고가약을 저가약으로 처방하거나 품목수를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좀더 시간이 흘러야 제도 시행으로 인한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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