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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이 표심 잡는 들러리인가

  • 데일리팜
  • 2007-12-06 06:30:59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의 선심성 입법발의가 남발되고 있다. 당번약국을 강제 지정·운영토록 하는 법안이 그렇고 향정약이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조제시 ‘ 약물복용안내서’를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하는 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비급여 전문약의 처방·조제 내역을 심평원에 강제 신고토록 하는 법안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언뜻 보면 국민들에게 이로운 법안들인 것 같지만 법으로 강제화 한다고 잘 될 사안들이 전혀 아니기에 선거용 입법발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는 ‘제스처’일 뿐이다.

우선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당번약국 강제화는 약국을 국가기관으로 착각하거나 오판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당연히 위헌성이 다분하다. 약국이 요양기관강제지정제 하에서 공공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업, 경제활동 등의 측면에서 보면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한다. 이를 강제화 하는 법안은 초법적이다. 설사 당번약국을 법으로 강제화 한다고 해도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을 전제할 때 과연 그 처벌이 정당한가. 공휴일이나 야간 시간대는 하물며 국가기관이나 공무원들도 쉬는 것이 보장돼 있다. 약국이 당번을 서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번약국을 강제화 한 법은 겉돌 것이 뻔하다. 있으나 마마 한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습고 그런 발상을 하는 국회의원의 자질 자체가 의심스럽다.

당번약국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국민들이 어느 정도 불편해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복지부)나 지자체의 장이 강제로 굴비를 엮듯 지정·관리하고 이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현행처럼 자율운영이 보다 더 잘 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맞다는 것이며, 오히려 효율적이다. 당번약국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이 먼저다. 또한 약사회가 항상 당번약국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민노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의 골자는 향정약이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을 조제·판매할 때 환자에게 해당약물의 복용안내서 제공을 강제화 하는 내용이다. 이행하지 않으면 200만원의 이하의 벌금처분까지 받도록 하는 처분조항까지 넣었다. 의존성이 강한 향정약이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가는 입법이다. 그런데 이를 약사법 제24조(의무 및 준수 사항) 4항 후단에 신설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제4항의 내용이 ‘복약지도’(服藥指導) 의무조항이기 때문이다. 바로 밑의 제5항에는 복약지도를 안할 경우 복지부 장관이 처분을 내리는 규정까지 있다. 실제로 복약지도를 안하면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미 약물복용안내서 이상의 강력한 규정이 기존 법에 강제화 돼 있기에 약물복용안내서 강제화와 입법발의는 다분히 겉치레이고 선심성이다.

아울러 약사법 시규 제57조(의약품 등의 유통체계 확립~)에는 향정약과 한외마약, 그리고 식약청이 고시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판매토록 하는 규정(제1항13호나목)이 있다. 그렇다면 과용처방이나 오처방 등 처방 자체가 문제가 될 경우에도 약국은 그대로 약물복용안내서를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같은 법 제7조(약사 또는 한약사의 윤리기준 등) 1항4호에서 용법·용량 등의 설명 없이 적정 사용량을 초과하여 청소년 등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뿐인가. 약국은 ‘마약관리법’에 따라 마약사범에 준할 정도의 강력한 관리·감독과 처분을 받아 왔다. 기존의 법으로도 충분히 강제성이 있는 내용을 또 입법화 하려는 의도가 200만원을 가중처벌 하려고 하는 의도 때문이라면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입법이다.

한 가지 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비급여 전문약 조항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처방·조제시 심평원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 하는 내용이다. 이행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처분받는 조항이 담겼다. 비급여 전문약의 오·남용을 막자는 취지이기에 입법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급여 약물은 보험약도, 심평원의 심사대상도 아니기에 보고의무를 강제화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더구나 복지부는 올해부터 포지티브제를 통해 보험약의 대대적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 내맡겨지는 비급여 전문약이 정부주도로 훨씬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정부가 다시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 보고의무라면 앞뒤가 안 맞는다. 비급여 전문약은 환자부담이기에 정부의 보험약 텃밭 관리 밖에 있다. 관리대상이 아닌 이상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비급여 시장은 앞으로 간과할 수 없는 핵이 될 것이란 점을 도외시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심평원이 집계하고 정부가 이를 관리한다고 해서 오·남용을 예방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장논리를 간과한 오판이다.

얼마 남지 않은 17대 국회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일반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입법 활동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충분한 연구·검토를 하지 않고 하는 선심성 입법발의는 혼란을 부채질 한다. 어차피 되지 않을 법안이라고 해서 마구잡이 발의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특히 의약관련 법령들은 제정이나 개정 시 고도의 전문적 연구와 광범위한 조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회기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보다 신중하고 성의 있는 입법 활동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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