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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 소송연패뒤 리베이트 고발 '경고'

  • 최은택
  • 2007-12-26 12:30:21
  • 1억7000만원 횡령 연루···할인판매 정당성 입증 못해

10년 일한 직장서 쫓겨나 횡령혐의 '줄소송'

법원 판결문과 안씨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 중 일부.
경기도 평택에 사는 안 아무개(54)씨는 지난해 10년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쫓겨났다. 수금액을 빼돌렸다는 ‘불명예’에다 손해배상 소송까지 짊어진 채였다.

이번 사건은 판촉행위에 대한 회사 경영자와 영업사원간의 시각차가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업사원은 일부 회사정책을 어겨서라도 영업실적을 늘리려는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영업실적이 증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회사방침을 거스르는 것은 수용하기 곤란하다. 여기서 발생한 간극이 단순한 시각차에서 그친다면 문제가 없지만, 금전적인 사고로 이어지면 사태는 법적분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전지방법원 제3민사부의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해 4월 평택소재 J약방에 D사가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약방주인인 오 아무개 씨는 약품대금을 다 결제했는데 왜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느냐고 항의했고, D사는 뒤늦게 안씨가 수금액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아 이 약방이 불량거래처로 이름이 올라간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D사는 곧바로 안씨의 40여개 약국 거래선에 대한 잔고파악에 나섰는데, 미수금과 입금액 차이가 무려 1억7000만원에 상당했다.

D사는 곧바로 수금대금을 임의 사용한 혐의로 안씨를 검찰 고발한 데 이어 민사법원에는 손실액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회사에 몸 바친 대가가 고발에 손배소송이라니"

재판결과 안씨에게는 징역5월, 집행유예 2년의 형(형사)과 1억1000여만원을 배상(민사)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D사는 1심판결에서 누락된 6000만원을 더 돌려받기 위해, 안씨는 미수금과 입금액간 차액의 상당부분을 판촉활동 중에 정당하게 지출했다면서 배상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항소했지만, 고등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안씨는 법정에 제출한 서류를 기자에게 내보이면서,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10년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회사가 이렇게 가혹하게 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매 3년 기준 25만km를 달리면서 ‘충성’한 대가치고는 모질다는 것이다.

안씨의 항변요지는 이렇다. 도매업계에서는 치열한 판매경쟁으로 말미암아 판매가액을 할인하거나 구매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끼워주는 방식으로 할인판매하는 행위가 관행화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사는 경쟁사보다 출고가(일반의약품)가 10~20% 가량 높고, 할인율도 3~5%수준인 경쟁업체보다 낮았다. 이런 영업방침에 맞췄다가는 10년 넘게 연관을 맺어온 거래선을 유지하기가 힘에 부쳤다는 것이다.

안씨는 어쩔 수 없이 약국 사입가를 더 낮은 수준에 맞춰주거나 할인율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거래약국을 유지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금한 돈을 돌려, 개별 약국의 입금액을 끼워 맞추는 편법을 썼던 것.

그는 “결제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일부 손실금이 발생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3000만~4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여원은 판촉활동 과정에서 정당하게 지출됐다”고 주장했다.

또 “매출이 확대된 만큼 회사도 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면서 “차액 전부를 배상하라는 회사 측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회사방침 거슬러 판매 종용 한 적 없다"

D사 측은 그러나 “수금사고에 대해 회사가 배상을 요구한 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면서 “법원에서도 배상판결을 내렸고, 회사 입장에서 이런 일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가면 조직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 한 고위임원은 이와 관련 “약품대금을 결제하면서 일부금액을 할인해 일반의약품으로 제공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이는 전체 도매, 전체 제약사에 관행화된 것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는 적어도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투명경영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도 잘못이 있다면 회사의 방침을 거슬러 무리한 판촉행위를 한 안씨에게 있을 것”이라고 질책했다.

영업을 잘 하려다보니 본의 아니게 판촉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영업사원의 입장과 회사방침을 위배한 영업활동을 허락한 적이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는 회사 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현재 D사는 고등법원의 항소기각에 대해 상고를 포기한 반면 안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상고,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1·2심 법원의 태도가 확고해 3심에서 원심이 뒤집혀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소송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표하고 있는 안씨.
안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소송과는 별개로 약국에 제공한 ‘리베이트’ 내역을 복지부 등에 제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제보조건으로 약국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안씨 "약국 피해 없는 조건으로 제보할 것"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약국들이 자신과 회사의 다툼 때문에 피해를 입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매업체 전 영업사원 안모씨 손해배상사건’은 새해를 앞두고 ‘도매업체 전 영업사원 안모씨 제보사건’으로 자리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도매업계의 수금할인 관행이 일반화돼 있는 데다, D사의 할인액이 다른 업체보다 적은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이 약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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