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제 규정 미비…생동성 시험 또 '논란'
- 천승현
- 2008-07-21 07: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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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자사 "미검증약 유통"…국내사 "비교용출로 검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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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 "복합제 제네릭, 약효 미검증 약물"
다국적제약사 측은 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고 비교용출시험만을 실시하고 출시를 대기하는 제네릭의 신뢰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체내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지 않고 단지 실험실에서 오리지널 대비 용해도만 비교한 후 환자에게 복용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9월에는 사실상 이번 논란의 첫 대상이 되는 울트라셋 제네릭의 출시를 앞두고 비난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측의 이 같은 행보에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의 시장잠식을 견제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 측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의약품을 환자가 복용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지난해 이미 지난해 10월 식약청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제네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주장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해 10월 24일자로 ‘복합제의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시 생동시험 자료 제출에 대한 건의서’를 식약청에 제출한 바 있다.
KRPIA는 건의서를 통해 “복합제의 제네릭을 개발하는 경우 각 유효성분간의 상호작용, 사용된 부형제, 복합제 재형을 만들기 위한 제조방법 등에 있어서 오리지널과 상이할 가능성이 더 많리 때문에 단일제제의 동등성 입증시 필요한 자료요건과 동등이상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다국적제약사 측은 국내제약사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비록 규정상 문제될 소지는 없지만 국내제약사들이 복합제의 제네릭 개발시 생동시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다 쉽게 허가받기 위해서 비교용출만을 실시했다는 지적이다.
연 매출 1000억원대의 노바스크와 플라빅스의 제네릭은 각각 51개와 20개에 불과한 반면 350억원대 규모의 울트라셋의 제네릭이 171개나 허가를 획득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
다국적제약사 한 임원은 “100개가 넘는 제네릭 중 생동성시험을 실시한 품목은 단 한 개도 없다”며 “물론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시장 진입 벽이 낮다는 이유로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은 제네릭을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국내제약사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제약 "생동성시험이 약물 안전성의 지표냐"
다국적제약사 측의 공세에 국내 제약업계는 표면적으로는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 및 최근 의협의 자료미제출 576품목의 명단 공개와 맞물려 생동성시험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규정 미비로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았을 뿐인데 마치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무더기로 제네릭을 출시하겠다는 주장은 제네릭 시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제네릭의 시장 확대를 경계하려는 의도로 전체 국내제약사들이 마치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불안전한 약물을 환자에게 공급하려는 부도덕한 업체로 비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생동성시험 대신 비교용출시험을 실시한 제네릭의 안전성을 문제삼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비교용출시험도 생물학적동등성을 인정하는 시험 중 하나며 약물에 따라 비교용출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는 데도 인체내에 투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치 문제가 있는 약물로 매도하는 것은 국내제약사들의 기술 수준을 비하하려는 의도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
또 다른 국내사 개발팀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약물에 특성에 따라 생동성시험 및 비교용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네릭의 동등성을 검증하고 있는데 생동성시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은 생동성시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검증받은 원료를 가지고 개발한 의약품을 단지 생동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 찬반 의견 '팽팽'
이번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생동성시험 전문가로 유명한 전남대 약대 이용복 교수는 이번 논란은 다국적제약사들이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반발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신약으로 허가받지 않은 자료제출의약품의 경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약에 대한 특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용복 교수는 “국내외 제약사를 떠나서 단순 자료제출만으로 의약품을 허가해주는 규정은 개선시킬 필요가 있지만 다국적제약사들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손쉽게 허가를 받아놓고 후발주자에게는 생동성시험이라는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다국적제약사의 주장은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가중시켜 반사이익을 꾀하고자 하는 저의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유경상 교수는 “생동성시험은 제네릭의 최소한의 조건이며 결코 비교용출시험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울트라셋, 코자플러스 등 복합제들은 비록 국내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제네릭도 이에 준하는 방법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용출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품질관리 측면이나 이화학적인 특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도구일 뿐 생동성시험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
유경상 교수는 “상식적으로 인체내 유효성을 단 한번도 입증하지 않은 약물이 환자에게 공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식약청, 논란 확대에 전전긍긍
이와 관련 식약청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단계적으로 생동성시험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복합제에 대한 적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논란이 불거지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앞서 식약청은 지난 2005년 복합제의 제네릭에 대해서도 생동성시험을 의무화하려고 했지만 의협 등 관련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은 과거보다 안전성 기준을 점차적으로 강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도를 완벽하게 운영할 수 없는데도 모든 사례마다 문제를 제기하면 제도 운영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복합제의 제네릭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면제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단지 규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복합제가 적용되지 않은 것인데 규정상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식약청은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을 한 후 개선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복합제 중에서도 오랫동안 검증된 성분의 조합인 경우 굳이 생동성시험을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며 “이번 논란만 가지고 모든 복합제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의무화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식약청 입장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사안에 대해 검토중에 있다”며 “추후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제약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다국적사, 식약청 행보에 촉각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는 이번 논란은 생동성시험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형평성이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일뿐 어느 한 단체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논란은 장기화될 듯한 분위기다. 다국적제약사 측이 복합제 제네릭에 대한 문제 제기를 멈추지 않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9월 울트라셋을 시작으로 코자플러스 등 복합제의 제네릭이 출시되는 시점이 다가올 수록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국적제약사가 이번 논란을 “환자들에게 검증받지 않은 약물이 공급된다”며 여론몰이를 확대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국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는 규정을 운영 중인 식약청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뚜렷한 대책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식약청은 생동성시험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소 엇갈린 의견이 발생한 것인데 다국적제약사의 문제 제기에 따라 제도 운영 계획을 바꾼다면 오히려 그동안 제도를 잘못 운영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국내사들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네릭의 허가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허가 자체에 대해 문제삼을 수도 없어 식약청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와 관련 식약청 관계자는 “식약청의 규정이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제도가 완벽하게 운영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제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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