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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 죽이려 작정했나

  • 데일리팜
  • 2008-08-11 06:40:55

#감사원이 보건복지가족부, 심평원, 건강보험공단, 식약청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비상벨을 마구 울려댔다. 전례가 없었던 이례적인 감사원의 전방위 직무감찰 포커스는 보험 약제비(약값)에 맞춰졌다. 무려 116쪽에 달하는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실태’라는 부제가 달린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의 핵심 내용은 보험약값을 사정없이 내리라는 주문이자 명령에 준한다. 감사원의 막강해진 위력을 감안하면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될 지시사항이다. 과거의 행정을 꾸짖고 지금의 관리실태를 혼내고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성 멘트들이 처분요구서에 가득하다. ‘보험약가 책정·관리’와 ‘의약품 유통 및 사용관리’ 등 두 가지로 이뤄진 직무감찰 요구서에서 전자의 항목에는 권고·주의·통보가 각각 2개씩, 후자에는 통보 4개 및 주의·권고가 각 1개씩으로 돼 있어 자그마치 복지부와 그 산하기관에 주어진 어렵고 난해한 숙제가 총 12개에 달한다. 거의 약제비 관련 항목이다. 복지부가 이에대해 항목별로 입장을 전달했다고는 하지만 가타부타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지켜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RN#

다시 말해 보험약값을 제도적으로 내려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허술한 관리로 보험재정이 새고 있다는 내용들이 처분요구서의 핵심 내용이다. 또 지난 1999년 11월 시행된 실구입가상환제 이후의 약제비 관련 종합 경과보고서 같은 성격을 띠었다. 일면 동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지적돼온 사안들의 재탕삼탕이 많고 현실적 방안이 못되어 폐기된 정책들에 대한 재주문에 국한된 것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조치가 진행중이거나 끝난 사안들까지 있다. 특히 모순된 요구들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문제다. 늘 혼돈되는 문제지만 보험약의 정체성을 정확히 간파하거나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쪽으로는 공공재로 삼아 지적하고 또 한쪽으로는 시장재화를 잣대로 지적하다보니 그런 우를 범했다. 정부는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추라는 것인지 당연히 헷갈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구입가상환제에 대한 의견이다.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요양기관들이 유통마진을 갖고가지 못하게 하는 노마진을 배수진으로 친 정신에 근거한다. 그래서 복지부가 추진했던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실질적인 마진의 양성화라는 점에서 실구입가제의 정신과 맞지 않아 보류된 것임에도 이를 나무라는 식의 주의를 주고 있다. 시장원리를 도입해 저가구입을 유인하라고 하는 것은 실구입가제를 폐지하라는 주문과 같다. 시장원리는 어느 정도 요양기관 마진을 보장해야 하는 원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실구입가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면서 실거래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감시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것은 누가봐도 실효성을 기대한 권고사항이 아니다. 거기다 요양기관 뿐만 아니라 도매업체, 제약업체까지 현지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업체로 하여금 상한가격 대비 저가공급을 원천 차단케 하는 조치다. 회계서류, 거래약정서, 출고서류 등까지 모두 뒤지는 식으로 제안된 것이 이행된다면 어느 업체가 가격인하를 감수하고 상한가 이하로 감히 공급을 하겠는가. 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공개경쟁입찰 관련 사안이다. 입찰가격을 상한가격에 반영하고 나아가 입찰범위를 일정수준의 민간 요양기관까지 확대해줄 것을 감사원은 주문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공립병원 입찰상황을 볼 때 상한가격이 1~5원하는 초저가 보험약들을 비롯한 불과 몇 십원 하는 상식 이하의 보험약들이 즐비하게 나올 것은 불문가지다. 현재의 상한가 대비 많게는 수십 수백배 낮아지는 가격대다. 그렇다면 도매업체의 주도로 약가를 인하당한 제약사들이 이들 품목을 공급은 커녕 생산 자체를 할 턱이 없다. 이에 대한 대책이 과연 있는가.

공개경쟁입찰을 민간 요양기관까지 의무화를 한다면 예전 복지부의 판단대로 과도한 규제가 맞다. 감사원은 사립학교의 사례를 들었지만 비교할 대상이 전혀 안 되는 잣대를 들이밀었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각종 시설과 부자재는 보험재정과 같은 자금으로 지급되는 보험약의 성격이 아니다. 감사원의 생각대로 보험료는 준조세 성격의 공공성이 강하지만 동시에 보험약도 그에 준한다. 보험재정을 절약하기 위해 시장원리인 입찰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는 하나의 공공재를 위해 또 다른 공공재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니 후자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한 쪽의 공공재는 필연적으로 무너지고 그것이 보험약이면 보험약값 책정과 등재과정은 국가가 일체 통제하거나 관여해서는 안 되는 민간 위임의 약가자율제로 가야한다.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공공성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현행 국가보장의료체계에서 상식 밖의 주문이다.

감사원이 곱씹어야 할 중요한 대목이 또 있다.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편견이다. 제네릭의 약값이 오리지널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감사원은 그 가격비율이 79.3%라고 했고 얼마 전 KDI는 82.9%라고 했다. OECD의 평균가격이나 주요 선진국 대비 이처럼 제네릭이 많이 비싸니 대폭적으로 약값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의도의 끝은 ‘보험재정 절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한 제네릭 산업의 붕괴는 고가약 위주의 처방시장을 형성하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보험재정 지출이 더 많아지는 역효과를 전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실제로 의약분업 이후 외자사의 오리지널 고가약 시장 확대가 약제비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간과했다. 다시 말해 제네릭 가격을 무조건 내리는 것이 재정절감책으로 능사가 아니다.

현재의 제네릭 약가 체감제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권고는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다. 언뜻 보기에 선발 진입자라고 해서 영구히 높은 가격을 보장해 주는 것이 잘못돼 보인다. 동일한 약제임에도 단지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값 차이를 두는 것 자체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제약사들에게는 특허만료 이후나 특허 우회전략 수순을 통한 개발의욕을 완전히 꺾는 일이다. R&D투자를 통한 선발진입에 대한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 살려두는 것이 국내 제약산업의 장기비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설사 이를 무시하고 개선을 시킨다고 해도 개선방식이 문제다. 상향 단일화가 아닌 하향 단일화로 갈 것이 너무나 뻔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 전 나온 KDI의 최저가 상환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가격구조로 본다면 평균적으로 30~60%, 많게는 70~80% 폭으로 대폭 인하되고 끝내는 상당수 제네릭이 보험약에서 퇴출되는 수순이다. 감사원은 R&D 의욕의 씨를 말리고 생존 자체를 못하게 고사시키는 전략을 ?는가.

제약협회는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할 경우 약값 1조원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분석은 90% 이상이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값인하에 따른 영향이다. 따라서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제네릭 산업의 붕괴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실규모다. 감사원의 주문대로 한다면 대략 11조원의 보험약 시장이 많게는 절반까지 줄어들 여지가 있다. 보험약의 대량퇴출과 보험약값의 대폭인하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이 같은 현실이 닥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물론 단기적 효과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얼마가지 않아 약제비 전체시장은 현재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국내 제약산업은 뿌리째 뽑힌 이후다. 감사원이 아무리 직무에서는 독립성을 갖추었다고 해도 대통령 소속 기구라는 점에서 복지부와 유관부처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면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감사원 처분 요구서는 결국 현 정부가 제약산업을 처분하겠다는 선전포고인가. 그것이 의도된 작전 같은 것이라면 정말 잘못된 판단이니 재고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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