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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는 수가협상

  • 데일리팜
  • 2008-10-20 06:44:29

보험공단 산하 #재정위원회와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권한이 막강하다. 아니 재정위가 지역 및 직장 가입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인지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도 최종 결정기구인 건정심은 가입자와 공급자가 섞여있다 보니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되레 싸움의 장이 되고 있다. ‘불안한 파워’가 두 회의기구의 역할로 부여되어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수가협상이 단 하루 만에 원점회귀되고 최종 타협이 어렵게 된 상황을 압축해서 하는 말이다. 아니 타협은커녕 전면전으로 가고 있다과 봐야 한다. 올해는 그래도 수가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하루를 못가 그 기대가 산산이 무너졌다. 예상되는 수순은 건정심에서 작년의 의·병협처럼 올해는 더 많은 단체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배경으로 가장 원만하게 이끌어내야 할 수가협상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의약5단체 중 의협을 제외한 약사회, 병원협회, 치협, 한의사협회 등 4단체가 협상 마지막 날인 17일 막판 타협을 이뤄냈으나 이튿날 공단 재정위원회가 의결을 지연시키면서 순식간에 그 지루한 협상의 시간과 결과들이 ‘없었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전체 위원중 20명이 가입자 단체 대표인만큼 재정위가 부결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볼 때 마지막 남은 건정심은 공급자들의 반발로 최후의 싸움장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하다. 이런 식이라면 지난해부터 도입된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은 단일 환산지수 계약과 다름이 없는 제로섬 싸움의 다른 형태다. 유형별 계약은 여전히 형식만 갖춘 무의미한 제도로 이름을 걸게 됐다. 유형별 계약의 장점은 의약 직종별로 전문화된 수가계약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작년에는 의협과 병협을 제외한 약사회 등 3개 단체가 협상을 일궈냈다. 용역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심해 결국 전문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협상과는 거리가 먼 제로섬 게임의 타협이었기에 내용면에서 단일 환산지수 협상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는 했다. 하지만 3개 단체의 타협이 이뤄져 첫 걸음마 치고는 어느 정도 의미를 둘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거기에 병협이 타협을 일궈내 작년보다 진전된 협상결과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만신창이 꼴이 나게 생겼다.

올 최종 협상은 27일 열리 건정심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하다. 건정심이 무엇인가. 좋은 뜻으로는 가입자, 공익, 공급자 등이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는 합의의 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주보는 기관차처럼 사생결단 달려들어 결판지어야 할 최후의 원탁회의 같은 성격이 돼 버렸다. ‘도 아니면 모’ 식의 표결을 벌이고, 어느 한쪽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는 결론이 눈에 선하다. 극단적으로 국민들과 의·약사들이 보험재정을 중간에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마지막으로 이판사판 싸우는 전쟁 같은 회의장이다. 국민과 의·약사간의 신뢰는 온전히 추락하고, 그 중간에 있는 정부는 줏대 없는 정책기관으로 낙인찍히는 회의장이 건정심이 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도대체 보험공단 협상팀은 왜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건정심에서 결정되는 구조가 책임감 없는 겉돌기 협상을 부추긴다. 나아가 설사 협상이 됐다고 해도 재정위가 뒤집을 수 있는 구조는 기업으로 보면 소위 바지사장이 나서는 것으로 비유되고 있음을 곱씹어 봐야 한다. 작년만 해도 의·병협은 건정심에 올라가서까지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올해도 의협은 건정심까지 가는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재정위가 그나마 타협을 이뤄낸 다른 4단체까지 건정심에서 대판 싸울 상황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의·병협만 그랬지만 5단체가 모두 외면한 건정심 표결결과는 상식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이렇게 되면 건정심의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된다.

공단 재정위가 파국을 예상하고도 부결한 배경에 대해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재정위 소위는 2.39% 카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재정위는 이 마저도 가입자 단체나 시민단체로부터 근거자료 제시를 요구받으면서 상당한 압박에 시달렸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실제 지난해 인상안 1.94% 보다도 높은데 대한 추궁을 가입자 단체들로부터 많이 받았다. 내년도 경제상황을 감안해 극단적으로는 ‘수가동결’론까지 강하게 거론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제안 수치다. 공단은 그럼에도 지난해 수준인 2.3%를 제안했었고, 그 수치는 또 직전년도의 타결숫자다. 결국 제안배경 근거를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은 대충 예년의 상황대로 갔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는 가입자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는 것을 스스로 자초했고 그것이 재정위의 부결로 이어졌다. 우리는 보험공단의 ‘진짜 의도’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협상을 타결한 의약4단체는 결국 희생양으로 떨어질 공산이 커졌다. 간신히 타결을 이루고도 또 후퇴당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전년대비 유형별 증가율을 보면 건정심에서 가입자단체들이 강력한 배수진을 친 반발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약사회와 병협이 각각 0.5%(2.2% 및 2.0%), 치협이 0.6%(3.5%), 한의협이 0.7%(3.6%) 등의 인상률로 결정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면 작년 인상률이 작았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비교되는 물가상승률에 비해서도 작았다. 올해도 상반기 물가인상률은 5.6%에 달했고 내년에는 그 이상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2.39% 인상안은 전체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의약직종이 고통을 함께 하는 수치로 인정돼야 한다. 또 급여와 비급여를 합쳐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도 OECD 국가의 절반수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건보재정 흑자가 예견되고 있다. 1조5천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까지 추정되는 상황이다. 공단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재정의 상당부분은 가입자(국민) 몫이니 보장성 급여확대에 지출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해 수조원대의 국고지원과 담배지원금이 없이 재정흑자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가입자 보험료는 차치하고서라도 국고지원 몫을 감안하면 공급자(의·약사)에 대한 상응하는 수익보전이 보장돼야 균형적인 재정관리다. 따라서 가입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지만 공급자들의 목소리를 도외시해서도 안 된다. 재정위와 건정심을 두고하는 말이다. 공단 협상팀이 명실상부 최종적인 결정권이 없다면 소모적인 수가협상 전쟁은 해마다 치를 연례행사가 될 것이다. 재정위와 건정심의 권한을 조정하는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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