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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약, 회수·급여제한"…졸속행정 비난

  • 천승현
  • 2009-04-10 06:48:56
  • 식약청, '석면탈크' 극단 조치…제약·소비자 혼란 '가중'

식약청이 ‘석면 탈크’를 함유한 의약품 1122품목에 대해 판매금지 및 회수 명령을 내리자 업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면서도 유통 방지를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내리는 이중적인 행정을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급여 제한을 추진키로 하는 등 식약청이 부실한 원료 관리의 책임을 제약업계에 전가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회수 등에 대한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극약처방만 내림에 따라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 ‘안전하지만 판매금지’ 이중 행정

식약청은 덕산약품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탈크를 사용, 생산한 1122품목에 대해 판매금지 및 회수명령을 내리고 급여도 제한토록 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이 결론내린 것처럼 여전히 해당 의약품이 인체 위해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가장 강력한 조치를 통해 더 이상 논란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를 두고 전형적인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 단체들이 해당 의약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들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회수 조치를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유무영 과장은 “만성 질환과 같은 장기간 복용하는 의약품의 경우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훨씬 위해성이 크다”면서도 해당 제품에 대해 급여까지 제한토록 조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급여 제한 조치까지 내리는 것은 원료 관리 부실의 모든 책임을 제약업계에 떠 넘김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특히 위해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업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원료를 조달, 제품을 교체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사 한 임원은 “당초 규격기준도 없던 탈크 원료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새로운 기준을 뚝딱 만들어 놓은데다 인체에 무해한 의약품을 시장에서 철수시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성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문제의 원료가 함유된 제품을 회수조치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강제 회수 및 급여 제한을 내리는 것은 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없는 '일방통행' 행정, 제약사만 덤터기

식약청은 1122품목에 대해 강제 회수조치를 내렸지만 회수 방법이나 절차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더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회수 계획서를 제출하고 자발적으로 회수를 하면 된다”고 했지만 심지어 해당 업체들에 회수명령에 대한 공문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해당 업체들은 회수 방법 및 절차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못한 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해당 제품에 대한 급여 제한 역시 아직 진행된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 의약품안전국 윤영식 국장은 “복지부 등과 이미 협의가 됐으며 9일부터 해당 제품의 급여제한이 이뤄진다”고 했지만 복지부에 급여제한 품목에 대한 리스트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소비자들에게는 해당 제품에 대한 조치내용을 발표했을 뿐 이에 대한 제반 절차는 진행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제약사들이 새로운 탈크 원료를 조달하고 문제 없는 제품을 생산했을 경우에 대한 후속 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석면탈크를 사용한 업체들은 규격 기준이 마련된 지난 3일 이후 일본산 등 석면이 함유되지 않은 새로운 탈크 원료를 구하고 새 제품 생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중 문제의 탈크가 함유되지 않은 제품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

탈크 원료를 교체한 후 새 제품이 공급될 경우에 대한 조치에 식약청 측은 “급여제한이 풀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관련 시스템이 가동되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제품이 공급된 이후 판매금지 및 급여제한이 풀리더라도 시장에 이전 제품과 섞이게 될 경우 더욱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사 한 실무자는 “상당수 업체들이 대체 제품을 마련중인 상황에서 회수도 모자라 판매를 금지하고 급여까지 제한하면 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차라리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후 새로운 제품을 공급토록 하는 게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쪽짜리 '탈크 원료 관리', 수입 완제품 허점

식약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크 원료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력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석면이 검출돼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규격기준을 마련한 만큼 국내산뿐만 아니라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원료에 대해서도 수입 과정에서 통관 검사를 철저히 해 불량 탈크의 유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수입 완제의약품에 대한 조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석면이 함유된 탈크를 사용, 생산한 제품에 대한 석면 오염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할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의약품안전정책과 유무영 과장은 “아직 수입 완제의약품은 조사 대상에 없다”며 “관리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조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의약품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조언을 내놓는 전문가 단체가 유통 금지까지 제안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중앙약심은 지난 8일 열린 심의에서 석면 탈크 의약품의 안전성은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 불만 해소 차원을 위해 회수조치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앙약심이 해당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내리면 역할은 다한 것 아니냐”면서 “유통 여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정책을 담당하는 식약청의 몫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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