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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리베이트 폭로전

  • 데일리팜
  • 2009-06-04 06:20:53

결국 터지고 말았다. 제약계의 #리베이트 문제가 외부의 문제에서 내부의 문제로 터질 것 같은 신호탄 하나가 쏘아 올려졌다. 현직 제약협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제보는 아무리 봐도 심상치 않다. 이번 제보 건은 KBS가 '시사기획 쌈'을 통해 제약계의 고질적, 관행적 병폐인 리베이트 현황을 K사의 사례를 들어 적나라하게 폭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더욱이 제약협회가 K사에 소명서를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내 사실상 실사에 들어간 직후 일어나 긴장감까지 감돈다. 이른바 폭로전, 난타전 그리고 그 확대는 실효성 없는 소모전에 대한 우려다.

어준선 제약협회장은 제주도 학술행사 골프 접대건과 관련한 제보에 대해 협회 규정대로 조사할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회장사라고 예외는 없다'고 하면서 단호하게 정면 대응해 나갈 의지를 피력했다. 대단히 어려운 판단을 했다. 아니 제약협회가 그 어느 때보다 리베이트 및 불공정거래에 대해 강한 소신을 갖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어 회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회장사라고 해서 어중간하게 처리할 입장이 못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각 업체별로 비상 사이렌을 울려대며 집안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지만 내부 고발이나 제보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까지는 제보나 신고가 너무 없어 고민하던 제약협회였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지나친 폭로전을 우려하고 아울러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소모적인 폭로전을 근본적으로 막을 선제적 조치가 더 중요하고 당장 필요하다. 그 조치는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의 근절을 위한 진짜 행보를 하는 일이다.

시장경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경쟁 품목이나 상대 회사에 대한 상호 비방전으로 확대되는데, 이는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내부고발이나 제보도 그 유탄의 범주다. 하지만 적극적인 폭로전은 그 강도와 성격이 다르다.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를 줄이다 보면 이를 실천하는 업체는 매출감소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상대 회사를 조준하고 정면 맞대응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쟁사에 대한 폭로전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내부에서도 폭로전이 일어나는 잠재적 위험이 따른다. 외부지향의 폭로든 내부 불만의 자폭이든 폭로 자체가 일정부분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달라진 환경이라는 것을 제약사들은 너나없이 유념해서 바라봐야 한다.

제약사들은 나아가 폭로와 고발 사건을 막지 못할 환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내부고발 분위기를 독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회적 환경 변화를 두렵게 봐야 한다.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가지 않는다면 제약계 전체가 언젠가는 일순간 수렁에 빠져들 환경에 닥칠 것이다. 일시적인 땜방이나 임시단속으로는 리베이트나 불공정거래 사실을 숨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어렵겠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제약계가 하고 있는 소나기 피하기식의 행동은 위험한 폭탄을 키우는 자승자박 행위다. 그래서 오늘(4일) 긴급 소집되는 제약협회 영업·마케팅 CEO 회의는 대단히 중요하다. 상위권 10개 제약사 수장들이 모이는 회의인 만큼 결정사항은 곧 제약계 전체를 대변하는 목소리이자 분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업·마케팅을 맡고 있는 CEO에게 각별히 주문하고 싶다. 이번 사건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속선상에 바라봤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일어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행을 일단 거부하는 용단을 내리길 바란다. 또한 리베이트가 곧 자살행위임을 절치부심 인정하고 10개사만이라도 동시적인 실행을 반드시 해갔으면 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고민을 심도 있게 하면서 실행계획은 아주 강제적인 조건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회의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회의만 하고 돌아서면 달라지는 뻔 한 회의는 불신만 조장해 왔음을 더 이상 간과하면 안 된다. 상위권 제약사들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공동의 행보를 과감히 하게 되면 나머지 제약사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필요하다면 CEO들은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일종의 연대각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통의 입장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관련 의약단체에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후속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만큼은 빠르고 단호해야 한다. 머뭇거리면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 문제는 제약계 스스로 자폭장치가 달린 시한폭탄을 서로에게 던저주는 전쟁을 피하기 어렵다. 단기적인 매출감소와 거래처 부실화 우려는 처절하게 감수해야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상위권 10대 제약사가 동시에 움직이면 거래처의 반발은 최소화 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싶다. 아울러 하루아침에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합의한다면 단계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 제약사들이 거의 동시에 전 거래처에 리베이트와 불공정거래 근절에 대한 합의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12일에는 전체 영업·마케팅 CEO들이 머리를 맞댈 예정이라고 하니 상위권 제약사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때마침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의·약사가 리베이트를 받으면 1년 이내의 자격정지를 부여하는 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리베이트를 근절시킬 초강수 카드가 뜬 셈이다. 받는 쪽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이 한차례씩 있었지만 이번 개정 발의 법안은 가장 확실하고 강력하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이 개정법의 국회통과는 가능해 보인다. 제약사들은 거래처 의·약사들이 자격정지까지 받을 위험을 담보하면서 리베이트를 주기 어려운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법 개정 이전에 새로운 환경의 적응기를 지금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 워밍업은 KBS의 보도로 국민들의 눈을 두려워해야 할 지금이 오히려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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