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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의 리베이트 칼날

  • 데일리팜
  • 2009-06-15 06:25:03

복지부가 얼마 전 #리베이트 현지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의약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심평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가 가세한 합동조사였기 때문이다. 의약계의 긴장감이 예전 보다 전례 없이 컸다는 것이다. 모든 의약품의 유통 상황을 발가벗겨 놓고 보듯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심평원이다. 마음만 먹으면 데이터 마이닝만으로도 리베이트 징후 품목까지 가려내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기에 심평원의 안테나는 제약·도매·요양기관 가릴 것 없이 전체 의약계를 동시다발적으로 감시·적발하는 저인망식 그물 같은 공포의 눈이 됐다. 이런 심평원이 눈을 부릅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복지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척결의지를 뒷받침할 심평원의 고감도 리베이트 센서가 드디어 지휘권자와 유기적으로 결합했다고나 할까. 그 첫 사례이자 출발이 이번 조사로 간주된다. 앞으로 실거래가 내지 리베이트 조사는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특정 업체나 요양기관을 추리고 추려서 핵심을 찔러 조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이 되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얘기와 같다. 이례적으로 복지부가 리베이트 관련 조사를 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다고 보여진다. 복지부는 리베이트 적발 시 최대 20%까지 약가인하를 직권 조정하는 '신 의료 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을 공고 중에 있지 않은가. 이는 지금까지 나온 리베이트 근절 방안중 가장 강력하다. 복지부는 7월 11일까지 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그런데 리베이트 문제가 사회문제로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이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복지부는 결국 리베이트와 관련해 한 손에는 초강력 근거법령을 확실하게 쥐고 가게 될 것이고, 또 한손에는 이미 상당한 자료를 축적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DB를 들고 과감한 조사행보를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불위의 리베이트 칼날이 제약·도매·요양기관 등을 무차별 휘두를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번 리베이트 조사는 결국 의도했든 안했든 정부의 선전포고적인 성격을 띠었다. 병원급 요양기관 14곳과 도매상 13곳 등 총 27곳이 조사대상이 됐는데, 대부분 지방에 소재한 중소 병원과 도매상에 집중됐다. 상당히 디테일한 선정이다. 애초 조사대상 선별을 어떤 근거로 했는지 무척 궁금한 대목이다. 이중 거의 절반 가까운 총 12곳이나 적발됐다는 것은 조사 타깃이 꽤 정확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앞으로 조사대상 선정이 더 정확해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정부가 이처럼 사회여론을 배경으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리베이트를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우리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찬성한다. 정부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일관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발걸음이 우려스런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강한 무기를 가졌다고 해서 불도저식으로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유연한 대안을 동시에 강구하는 쪽으로 리베이트 척결 수순을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행보는 벌써부터 그게 아니다. 다소 오만하게까지 보여진다. 최근 복지부와 주한EU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의약품업계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노력 세미나'가 그 단적인 사례다. 이 세미나에서 있은 윤리서약서 체결식에 의협과 병협은 내놓고 불참했다. 병협은 아예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언뜻 보면 리베이트를 받는 쪽의 두 단체들이 윤리서약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윤리적으로 엇나가는 행동을 한 것으로 비춰진다. 실제 두 단체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두 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리베이트는 사안이 정당하다고 해서 소나기처럼 몰아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대단히 치열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약단체의 수많은 자정결의나 서약이 거의 무용지물이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심하게는 전부 쇼였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으로 굳어졌을 정도다. 이번 윤리서약서 체결식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다. 의·병협이 빠진 서약식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럼에도 정부가 쇼로 인식되는 서약식을 재현한 것은 오만한 자신감일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실적행정으로 치부될 뿐이다. 더구나 이번 행사는 주한EU상공회의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했기에 복지부의 행동은 섣부르다. 주한EU상공회의소는 유럽연합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국내 기반을 둔 EU 업체들과 EU 국가 대사관으로 구성된 조직 아닌가. 당연히 EU상공회의소는 자신들에게 불합리한 요소가 있을 경우 국내 시장에 직·간접 영향력이나 압력을 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병협이 국제분쟁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의약품거래와 관련하여 국제분쟁이 발생할 경우 윤리서약서는 거래당사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한 지적이다. 또한 '정부가 다국적제약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EU상공회의소와 함께 윤리서약식을 공동 주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역시 우리는 공감한다. 리베이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법원조차 리베이트 판결에서 고무줄 해석을 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정부도 익히 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자칫 다국적제약사들의 기준에만 맞는 리베이트 기준이나 정의를 갖고 강행군을 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통합 공정경쟁규약 마련과 관련해 해외학회 지원부분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시각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영세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단계적으로 정화를 해 나가는 방안을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제도 개혁으로 리베이트를 척결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실구입가제도는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앞으로는 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이지만 전산 보고와 이면거래가 계속해서 따로 움직일 개연성을 사소하게 보면 안 된다. 실제로 많은 요양기관들이 의약품을 통해 적자보전하고 있음을 볼 때 은밀한 이중거래는 더 폭넓고 그리고 더 깊게 확산되거나 숨어들 공산이 크다. 따라서 보험약에 대한 일정 마진을 인정하는 제도를 전향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일종의 그 아이디어였으나 현실성이 없다. 인센티브 메리트도 그렇지만 신고에 따른 부담감은 저가구매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인가격제도 역시 한 방안이기는 하지만 요양기관과 보험자만 혜택을 보고 제약사는 불이익이 전제되는 한 이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보험약의 일정 마진 보장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렇다고 과거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고시가제도로의 단순 회귀가 아니라 성분별·품목별 세부 마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연구가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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