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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빅스 200억대 손실…제네릭 약가인하 모면

  • 최은택
  • 2010-07-19 06:49:13
  • 제약업계, 건정심 예의주시…재정절감 효과 최대 쟁점

[이슈분석] 기등재약 일괄인하 선회 배경과 쟁점

‘2년반을 돌아서 왔다.’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시범사업 대상이었던 스타틴 제제의 경제성 평가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이른바 ‘빅딜론’이 제약업계 내에 비공식 회자됐다.

정부는 목록정비를 위해 경제성평가를 방법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이 방법론 자체가 미성숙했던데다가 국내 인프라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논란과 갈등이 끊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평가의 자원이 될 국내 데이터들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연구문헌에 입각해 평가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을 대폭 인하한다는 것은 수용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경제성평가를 통한 평가는 학문적 측면에서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우세했다. ‘빅딜론’, 다시 말해 약가일괄 인하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힘을 받았다.

◇정부의 '절묘한 수'=복지부가 지난 16일 건정심에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을 일괄인하로 급선회하면서 내놓은 방안은 인식의 출발선이 이 ‘빅딜론’에 닿아있다.

백영하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경제성평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제약계는 예측가능성이 없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시민단체는 목록정비가 지연된다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가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평가 사업 첫 대상인 고혈압치료제는 정부의 수심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연간 청구량이 1조원이 넘는 시장이다보니 이해당사자도 많고 평가결과가 미칠 영향도 매우 컸다. 논란과 갈등 속에서 사업만 무한정 지체되느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결국 재정절감 효과와 제약업계의 수용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도록 ‘절묘한’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복지부장관의 측면지원=사실 일괄인하 이야기는 이달 초부터 이미 회자됐다. 전재희 장관이 목록정비를 일괄인하 방식으로 전환해 조기 매듭짓자는 지사를 내렸다는 것인데 물론 실체는 잡히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데일리팜의 취재에서도 거듭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그동안 물밑작업을 진행해왔던 셈이다. 백 사무관은 “장관이 직접 지시해 이뤄진 결정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어찌됐든 의사협회의 대정부 요구안에 포함된 ‘일괄인하’ 요구, 고혈압치료제 평가과정에서 나타난 의료계와 의학회의 전면적인 이의제기, 제약업계 일각에서 다시 고개를 든 ‘빅딜론’, 목록정비 조기시행을 촉구하는 국회와 시민사회단체의 압박 등이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복지부장관 교체가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재희 장관이 후임장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골치아픈’ 쟁점을 털어주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안을 둘러싼 쟁점들=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건정심은 일단 제도개선소위에서 세부검토를 진행한 뒤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지난 16일 방침을 정했다.

핵심쟁점은 과연 정부의 새 안이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만큼의 약제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다.

김상희 보험약제과장은 이날 건정심 회의에서 정부가 새로 제안한 방식대로 일괄인하를 진행하면 1조원 가량의 약가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일성분내 최고가의 20%를 기준선으로 이보다 더 비싼 제품들만 가격을 인하한다면 빠져나갈 제품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특허미만료나 제네릭 등재로 이미 가격이 인하된 오리지널까지 제외할 경우 대형 블록버스터 제품들도 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예컨대 처방약 순위 1위인 ‘플라빅스’는 현 상한가가 2168원이다. 여기서 20%를 인하하면 1734원이 되는데, 퍼스트제네릭 8개 품목만이 4원에서 1원 수준에서 상한가가 조정되고 나머지 제네릭들은 현행 가격이 유지된다.

‘플라빅스’는 연간 200억원대의 매출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연매출 400억원대에 육박하는 ‘플라비톨’은 상한가가 1734원이어서 가격을 인하하지 않아도 된다.

◇왜 20% 인가=정부가 답해야 할 물음이다. 복지부는 퍼스트 제네릭 등재와 연계해 오리지널의 가격이 80%로 인하되는 현행 규정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약 등재시 비용효과성 분석이나 약가협상 등에서 대체가능약제의 가중평균가가 활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준선을 가중평균가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법하다.

◇특허미만료약 약가인하 유예=정부는 특허미만료 오리지널의 경우 추후 제네릭 등재시 20% 가격이 인하되기 때문에 일단은 이번 일괄인하에서는 제외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목록정비 사업이 기등재의약품이 고평가돼 거품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일괄인하를 선적용한 뒤 추후 제네릭 등재시 오리지널에 대한 추가 인하 없이 산정기준에 따라 약값을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단계적 인하=정부는 제약사들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2~3년에 걸쳐 가격을 단계 인하하는 방안을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 방식은 기등재약 시범평가에서 스타틴 제제에도 적용됐다.

하지만 정부안이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원칙적으로 수행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약가인하 폭을 상당부분 양보하는 대안이기 때문에 단계적 인하는 안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실제 시민단체 진영의 한 전문가는 “일괄인하를 일시에 적용한다면 모를까 단계 인하한다는 것은 목록정비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건정심 합의파기에 대한 부담=기존 합의를 파기한 것은 정부는 둘째치고 건정심 자체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정심은 지난해 스타틴 평가결과를 의결하면서 본평가에서는 약가인하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원칙대로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성분과 품목들은 목록에서 삭제한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정부안을 이번에 수용할 경우 1년만에 합의를 파기하고 목록정비 대신 약가인하를 선택하는 꼴이 된다. 물론 복지부는 일괄인하에 앞선 선행작업으로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거쳐 유용성이 없는 성분을 목록에서 제거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문제는 스타틴 평가와 고혈압치료제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임상적 유용성이 없어서 목록에서 제외되는 성분은 목록상에만 존재할 뿐 시장과 재정영향에서 존재가치가 미약하다. 목록을 정비하더라도 생색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기대와 안도, 그리고 저항=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정부 제안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낭비와 갈등, 혼란을 일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 또한 “업체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전제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평가나 환호가 자칫 정부와 제약업계의 야합의 산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평가를 자제하면서 표정관리에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건정심 논의과정에서 결론이 어떻게 나올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견을 내놓기가 조심스럽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시민단체는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나설 태세다.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회장은 “약제비 절감은 물론이고 급여목록을 정비하는 것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민단체 진영 한 전문가는 “약제비 절감대책을 집행할 의지도 소신도 없다는 것을 전재희 장관이 스스로 드러낸 결과”라고 혹평했다. 시민단체들의 이런 목소리는 제도개선 소위를 겨냥해 곳곳에서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평가 논란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 없는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이 시민단체들에게도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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