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해서 의사 됐는데…" 38세 봉직의사의 한숨
- 이혜경
- 2011-06-14 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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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 모교 의대 생활…T.O 없어 봉직의로 취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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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마친 서울소재 중소병원 봉직의 A씨(38)를 만난건 5월 초, 사당의 한 횟집에서다.
소주 한잔을 입안에 털어내며 "갓 봉직의를 시작한 내게 물을게 뭐냐"는 A씨의 말에 기자는 차마 "리베이트"라는 말을 다 꺼내지 못했다.
"리베…."라는 단어를 내뱉자 그는 또 다시 소주 한잔을 비워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술을 마셨을까. 그는 "파란만장한 내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겠느냐"면서 입을 열었다.
A씨는 9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의 한 전문대를 입학했다.
지금은 4년제 대학교와 통·폐합되면서 인지도가 나아졌지만, 그가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전교 꼴지'들이 모이는 학교였다.
회의감을 느끼던 A씨는 군 입대를 택했다. 전역 이후 복학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을법한 "복학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며 A씨는 무작정 재수학원을 등록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그의 부모님은 자식의 도전을 말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다면 한다"는 A씨의 의지를 믿었던 친구들이 알음알음 학원비를 보탰다. 목표는 상위 1%만 간다는 의대로 정했다.
친구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의사가 되면 주변 사람이 아플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그의 머리를 스친 것이다.
수능 점수는 가고 싶은 의대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 그는 집안 사정을 고려,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서울의 모 의대를 선택했다.
"재수학원까지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닐 수 있었지만, 6년동안 비싼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는 그는 인턴시절까지 과외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벌었다.
그렇게 의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펠로우 3년이라는 시간동안 모 의대를 떠난적이 없었다. 레지던트 시절 소개로 만난 평범한 여자와 결혼도 했다.
펠로우 생활로 한창 바쁠 때 첫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제 그의 마지막 꿈은 의대 교수로 학교에 남는 일이었다.
하지만 교수가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꼭 시켜주겠다"면서 달콤한 말로 유혹하던 집도 교수도 결국은 T.O 문제로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끝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당장 개원을 하고 싶었지만 개원 실패로 아픔을 겪었던 선배를 많이 봐온지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A씨. 결국 "당분간은 월급쟁이로 살자"는 생각으로 중소병원에 취업했다.
"페이가 어느 정도"냐고 살짝 묻자 그는 "한달에 1000만원 이상은 받고 있다. 나중에 자식을 나아서 의사를 시키면 초반에 고생은 하더라도 40대 이후부터 돈은 많이 벌 것"이라고 말하는 A씨의 목소리가 커졌다.
술때문에 거나해진 그는 "재수 시절 꿈꾸던 의사의 이미지와 현실의 내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언급했다.
"리베이트? 우리나라 의사들 모두가 리베이트로 먹고 살려고 하는 것 같느냐"면서 A씨는 지난해부터 의사 '연관검색어'가 될 정도로 못 박힌 리베이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갓 봉직의 생활을 시작한 탓에 병원에서 제약회사 직원을 만난적은 없지만, 대학시절 리베이트로 운영되던 의국비를 떠올렸다.
그는 "30대 초반의 레지던트 대다수는 결혼을 한 사람들"이라며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한 월급으로 의국 운영비까지 충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의국 운영이나 행사, 학회 참가 등은 제약회사의 도움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나 돼야 연봉 1억 5000만원 수준이지, 레지던트, 펠로우 시절에는 평범한 직장인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면서 무조건 의사에게 '노블리스오블리제'를 원하면 안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걸어온 세월을 이야기 하면서 연거푸 소주를 마신탓에 주량을 넘어섰다는 A씨는 "모든 난관 다 극복하고 의사가 됐는데, 사회는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술집을 나갈 채비를 하던 그는 "요즘 같은 때는 괜히 의사가 된 것은 아닌지 후회를 거듭하게 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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