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국 미래를 포위한 '약' 없는 드럭스토어
- 조광연
- 2012-08-10 06:34:53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PR
- 전국 지역별 의원·약국 매출&상권&입지를 무료로 검색하세요!!
- 데일리팜맵 바로가기
희한하다. 매장 안에 약국이 없는데 드럭스토어라 한다. 의아하다. 의약품을 팔지도 않는데 드럭스토어로 부른다. 바야흐로 드럭스토어 전성시대다. 대기업 중심의 기존사업자들은 전국 주요 상권에 이같은 유형의 매장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공사 가림막이 벗겨지고 나면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듯 말이다. 암중모색중인 또다른 거대자본들 역시 쉼없이 시장을 관찰하며 때를 보고 있다. '약' 없는 매장에 어떻게 드럭스토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느냐는 항변이 약국가에서 간간히 들려온다. 그러나 이 항변은 극히 지엽적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들이 동네 어귀 등 소비자들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발전해 온 기존 약국들의 미래를 그물망처럼 포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 포위 상태나 다름없다.
현재 드럭스토어라는 이름의 매장을 낸 대기업들은 CJ, GS, 코오롱, 신세계 등이다. 여기에 커피체인 전문점인 카페베네가 8일 서울 강남역 주위에 이들처럼 HBC(Health, Beauty, Cosmetic)를 표방한 'December24' 1호 점을 열었다. 현재 CJ올리브영은 지난 1일 200번째 매장을 전북 군산에 냈고 GS왓슨스 매장은 63개에 달한다. 코오롱 더블유스토어는 92개 매장이며, 신세계 분스 역시 3호점을 개설했다. 롯데그룹은 물론 전국 네트워크가 잘 짜여진 기존 편의점, 주유소,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관측되는 대형 의약품도매업소 등도 다크호스다. 약사법이 바뀌어 약국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이들도 언제든 시장에 숟가락을 올릴 수 있는 '예비군'으로 분류된다. 명실상부한 드럭스토어 토양이 이미 조성된 셈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감지된다. CJ올리브영의 태도 변화다. 약국의 기세가 등등했던 1999년 11월 CJ올리브영은 매장 안에 약국을 임대하는 형식으로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곤 줄곧 약국친화형 드럭스토어를 표방했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다르다. 약국있는 매장은 겨우 4곳 뿐이다. 그야말로 마이웨이 기반이 확립된 것이다. GS왓슨도 약국 매장없이 굳건하며, 신세계 분스 역시 약국을 필수 요건으로 삼지 않는듯 하다. 다만, 더블유스토어만 모두 매장안에 약국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의미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의약품없이 수천 품목에 달하는 HBC만으로도 독자 생존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의약품이라는 핵없이도 드럭스토어라는 세포가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하겠다. 쉽게 말해 굳이 약국을 품지 않고서도 장사가되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생존의 기반을 닦은 드럭스토어형 매장들
어떤 시대 말인가. '아픈가, 괜찮은가' 만을 중시했던 소비자들의 관심이 '건강과 미용과 화장품(HBC)'에 까지 넓게 옮겨오면서 굳이 약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소비자들을 잡을 자신이 생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욕구에 편승해야했던 HBC도 이젠 또다른 주인공으로 우뚝섰다는 뜻이다. 올리브영이 나왔을 때 '약국이 서둘러 HBC를 품어야 한다'고 주장한 곳은 온누리약국체인이다. 약국을 찾아야만 하는 소비자들에게 HBC를 얹혀 약국을 더 풍요롭게 해야한다는 개념이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관계를 맺은 약국들은 종전 약사중심의 파마시(Pharmacy)에서 고객중심의 드럭스토어(Drugstore)로 나름 변신을 시도했고, 주위약국보다 한층 짜임새 있는 상품들을 채운 것으로 쉽게 관찰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약국들은 별다른 변신없이, 옛 성공방식을 답습하는 현실이다.
이제부터다. 얼핏 그런대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거대시장은 이제부터 균열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세균열이 나타났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균열의 시발점은 안전상비의약품과 일반의약품에서 바뀐 의약외품이다. 대기업들의 드럭스토어에서 판매 가능해지면, 약국과 드럭스토어는 대등한 위치에 설 것이다. 안전상비약 정도를 사려고 약국을 다녔던 소비자들의 변심은 충분히 예상된다. 젊은 소비층일수록 소비 패턴의 변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약국이 불리해지게 된다. 약국에는 그야말로 약만 남는 시대가 올 개연성이 적지 않다. 사막화 또는 빈둥지화다. 당연히 대기업들은 이런 시대를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자신들의 매장에서 더 많은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판매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직영약국이 가능해지는 약국영리법인까지 멈추지 않고 두드릴 공산이 다분하다.
안 아프면 그만이던 그 남자 이젠 비비크림이 필수
대략 13년 전 올리브영이 등장했을 때 필자는 세수를 하고 로션 조차 거의 바르지 않았다. 헌데 요즘엔 비비크림도 바른다. 정기적으로 피부 마사지를 받는 젊은 남성들도 적지 않다. 알게 모르게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같은 맥락에서 여전히 약국은 전국망을 갖춘 힘있는 판매 네트워크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 힘은 예전보다 훨씬 빠졌다. 과대평가다. 언급했던 대기업 드럭스토어,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숫자로는 약국 네크워크가 월등하지만, 본사 지시대로 일제히 움직이는 이들 경쟁 네트워크에 비해 효율성은 크게 낮은 편이다. 예전에는 대한약사회가 여러면에서 본사의 역할을 해냈지만, 안전상비약 등의 파동을 겪으면서 혹은, 의약분업이 처방 잘 받는 약국과 그렇지 못한 약국으로 부의 양극화를 불러오면서 그 구심력은 크게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속수무책일까. 안타깝게도 변화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딱부러지게 막아낼 비책은 없다. 전국에 산재한 개별약국들이, 특히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약국들이 거대 자본의 욕망에 스크럼을 짜 완벽하게 맞설 방책은 누구도 제시할 수 없을 지 모른다. 다만, 속도와 수위를 낮추는 노력은 해 보아야 한다. 약국경영 관련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대목은 바로 인식전환이다. 약사전문직능과 의약품이라는 '타고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절박감을 갖고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른 한 측면에서는 대한약사회의 구심력 강화다. 지금처럼 숨가쁘게 현안을 틀어막는 일 외에 약국이 경쟁업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업체 등 주위 협력자들이 약국을 외면하는 내부 요인은 무엇인지 파악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또 개별약국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이 발동되도록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한가지도 만만치 않다. 12월 뽑히는 대한약사회장은 이런 일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
"약사에 한의사까지"…올리브영 가맹점주로 '변신'
2012-07-31 12:13:42
-
올리브영-GS왓슨스 시장 안착…체인 3사, 고전
2012-04-13 20:50:12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약사회 "공단 특별사법경찰권, 지속 가능 위해 조기 입법을"
- 7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8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9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10국제약품·일동홀딩스, 35억 자사주 맞교환…"전략적 제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