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쟁자가 계란과 쇠고기래요"
- 조광연
- 2012-10-11 0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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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유제약 유원상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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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야기의 한 주인공으로 그가 던진 메시지는 의외였고, 신선했다. '빅데이터, 비지니스를 바꾸다'라는 타이틀로 지난 달 11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영된 시사기획 창에서 마치 배우처럼 등장한 그 남자, 유유제약 유원상 상무(38세)다.
그는 유특한 유유제약 창립자(작고)의 손자이자 현 유승필 회장의 장남이다. 이름하여 오너 3세다. 헌데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얼핏 오너 자녀라면 대부분 '책상물림'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는 미국에서 다국적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했는가 하면 싱가포르에서 제약회사 교육 담당자로도 일했다.
4일 오후 그의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그는 활기찼다. 운동으로 탄탄해진 몸매는 타이트한 바지와 셔츠, 비비드 컬러 넥타이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움직임과 말투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왼쪽 귓볼의 이어링 자국도 어색하지 않았다.
외국 생활을 접고 유유제약에 첫 출근했을 때 그는 비비드 컬러의 정장에 나비 넥타이 차림이었다고 한다. "괜찮았냐"고 묻자 그는 "제약회사라고 반드시 딱딱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다른 임직원들처럼 말쑥한 정장의 차림이었다. 그 만의 색채는 분명했지만, 그것만을 고집하지는 않는 듯 했다.
국내 제약업계에 아직 낯선 개념인 빅 데이터 이야기를 나눴다.

"글자 그대로 거대한 데이터 덩어리 혹은 수많은 정보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어요. 흔히 데이터하면 통계처럼 정형화되고 일목요연한 자료를 떠올리기 쉽지만, 세상에는 이 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만들어져 무질서하게 뒤죽박죽 유통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이나 습관, 생각의 편린 같은 것들도 모두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입니다. 기업들은 이같은 사람들의 양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어했고요."
▶그렇다면 빅 데이터는 과거에도 존재한 개념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옛날이라고 이런 정보들이 없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주목할 점은 요즘들어 이같은 정보가 정보의 바다에 쌓인다는 점이죠. 스마트폰 혁명과 데이터 저장 및 전송기술의 발전, SNS의 역할 때문이에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과 습관, 생각, 사소한 잡담 따위는 존재하지만 과거에는 어떻게 다루지 못했어요. 하지만 요즘엔 미시적인 정보까지 수집해서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빅데이터 시대라고 말하는 것이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을 알아낼 수 있다면 기업들에겐 복음인데요.
"당연하죠. 기업들은 언제나 고객의 생각을 알고 싶어했어요.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기업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만약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면 어떤 기분에 빠져들까요? 100 사람에게 물으면 각자 기분을 이야기 하겠죠. 각자는 자기 기분에 대해 말했지만, 다른 사람 기분은 모릅니다. 일일이 찾아가 묻기 전에는요. 그런데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100사람'의 주된 기분을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물론 빅데이터 분석은 억 단위 정보가 넘어 갑니다. 아참, 감기 걸리면 서럽다는 기분을 느낀 답니다."
▶경쟁자가 계란과 쇠고기라는 말씀은 어디서 나왔나요.
"회사에 멍 빼는데 쓰는 일반약 베노플러스가 있어요. 멍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보고 싶었어요."
▶통상 제약회사들의 방식과는 다른데요.
"큰 회사는 일반약의 경우 약사 중심으로 이뤄진 전문가 자문단이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형편에 그렇게 하기는 벅차거든요. 그래서 빅데이터 쪽에 고개를 돌린 거죠."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분석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저와 회사 마케팅 관계자들이 무릎을 쳤어요. 한마디로 고객들은 멍들었을 때 약을 생각하지 못하더라고요. 베노플러스는 물론 광고를 많이하는 연고제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어요. 멍빼는데는 계란과 쇠고기라는 생각이 그야말로 대세였던 거죠. 생각이 이런데, 약국가서 멍빼는 약 달라고 했겠어요?"
▶시쳇말로 멍하셨겠어요.
"그럼 뭔가, 지금까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예상하면서 했던 마케팅은 부정확했던 거라는 결론을 얻게 됐죠. 소비자가 모르는 제품이 의미를 갖기 어려우니까요."
▶약국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약국이 훌륭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자신의 몸에 멍이 들었는데도 계란과 쇠고기를 생각하는 소비자가 약국에 와서 멍빼는 약 주세요 했을까요? 그렇다고 약국이 오는 소비자마다 혹시 멍드셨어요라고 물을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물론입니다. 멍빼는 약이라는 영역을 우리가 찾아냈고, 소비자들의 생각을 계란에서 베노플러스로 대체시키면 약국도 소비자 상대하기가 한층 쉬워질 겁니다. 제약회사와 소비자, 약국이 모두 공감하는 토대가 형성되니까 말이죠.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멍빼는 약이 이 약국에 있음을 알려주는 POP도 설치할 겁니다. 유럽처럼 멍빼는 약이 가정상비약처럼 인식되는 날이 올 거라고 봅니다."
▶이것으로 충분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약국에게도 이같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멍에 관해 약국 과 소비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해야하지요. 다시말씀드리지만, 고객의 잠재된 욕망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약국의 역할과 협력없이 기업의 결실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과 멍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약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거죠. 지금도 멍들었을 때 계란으로 굴리고 쇠고기를 덧대고 오이 마사지를 하시나요? 약도 있는데…."
▶빅데이터와 베노플러스 이야기를 했는데요, 다른 의약품 등에도 적용이 가능할까요.
"우리의 예를 들자면 상당수 일반의약품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을 했고, 역시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냈습니다. 자문단을 가동하는 대형 제약회사들은 몰라도 우리같은 회사에는 유용한 접근법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다소 가격이 비싸도 좋은 일반의약품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이것이 약국에게도 좋은 길이라고 믿습니다. 약국의 품격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고요. "
▶굳이 시장조사 기관도 많은데 빅데이터가 필요할까요?
"빅데이터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고객 욕망을 기초로하는 독창적인 미래시장 말입니다. 시장조사기관은 지금까지 있는 시장에 대해서는 현재를 말하는데 유용하지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장에 대해서는 아주 제한적으로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유 상무는 유유제약의 오너 3세. 그는 지금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으나 맹렬히 배우고 익히며,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미국 트리니티 대학에서 경제학과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 와세다 대학 교환학생을 거친 그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MBA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서 회계사 및 증권사 컨설턴트와 3년간 제약회사 영업사원, 다시 2년간 제약회사 교육 담당자로 일했다.
"추석인지도 모르고 몇몇 직원에게 이메일 보냈더니 '이메일 보내셔 잘못지냈다'는 불평을 들었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그는 누구보다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고 수평 소통에 애쓰고 있다.
▶유유제약에 언제 합류하셨나요.
"2008년부터 조인했습니다. 그 이후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그럼 이전엔 뭐 하셨어요?
"제가 사실은 미국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했어요. 미국 노바티스 영업사원이었죠. 제 자랑인데요(하하하), 지역영업 조직 100명 중에 2등해서 상도 받아봤어요."
▶미국의 제약회사 영업은 근거중심의 정보 제공 영업이 대부분일 것같습니다.
"물론 그런측면이 많아요. 하지만 영업의 근본은 한국과 같아요. 여기서도 핵심은 인간적 신뢰와 친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들면, 의사를 만나는데 약속잡고 그 시간에만 가야한다는 편견을 가지신 것 같은데 미국서도 간호사를 잘 알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어요.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아요."
▶인간적 친화를 이야기 하셨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좋아합니다. 영업지점을 방문해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드고 인사도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문제가 있기는 해요. 20명이 모이면 최소 소주 한잔씩만 해도…. 어휴. 그래도 흥미롭습니다."
▶KBS 시사기획 창에 나온 모습뵈니 자연스럽던데요. 소질이 있어보인다고 할까요.
"미국에서 대학 졸업하기 전에 6개월간 주말에 연기학교를 다녔거든요. 남들 관심 받는 거 좋아했어요.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요 회장님(유승필 회장)이 적극 만류하셔서…. 어쨌든 영업하고, 대중과 호흡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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