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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서울대병원 문전약국 가보니...줄어든 환자, 텅빈 대기실

  • 강혜경
  • 2024-06-17 19:16:51
  • A급 약국만 5~6명 대기…"흘러나갈 처방전 없다" 손 놓은 약국
  • 무기한→일주일 수위 낮춰지나…환자·약사들 불안 고조
  • "북적이던 월요일, 어쩌다" 무기한 휴진 첫날 약국 '한산'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북적이던 월요일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그나마 오전엔 환자들이 좀 있더니 오후엔 형편없는 수준이네요.", "혹시 병원도 환자들이 없나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첫날인 17일, 혜화동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문전약국들은 한산 그 자체였다.

오후 2시, 한창 처방·조제환자들이 몰릴 시간이었지만 약국 대기의자에는 띄엄 띄엄 환자들이 앉아 있었다. 이마저도 병원과 인접한 약국에 국한된 얘기일 뿐, 병원과 멀어질수록 환자는 눈에 띄게 줄어 아예 대기 환자가 없는 약국도 더러 있었다.

휴진 첫날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오히려 약사와 직원들은 '병원도 사람이 없냐'고 되물었다.

병원에는 '휴진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2천이란 숫자에서 시작된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에 맞서 지난 넉 달 동안 저희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의료, 교육현장의 붕괴를 막고자 밤낮으로 노력해 왔다'며 '이번 휴진은 책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절실한 외침'이라는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비대위는 '경증질환이나 진료가 시급하지 않은 환자분들께서는 안내에 따라 일정을 변경해 주시고 당분간 가까운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며 '갑작스러운 예약 변경 과정에서 생길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불안과 불편을 겪으실 환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노조소식 게시판에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집단휴진은 어떤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가'라며 집단휴진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이 붙어 있었다.

◆"20~30% 처방 감소? 경영압박 현실화"= 개점휴업에 나선 약사와 약국 관계자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병원은 휴진 기간에도 응급·중증 환자와 진료가 꼭 필요한 희귀·난치 질환자들의 진료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최소한의 진료'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A약사는 "의정갈등이 빚어진 이후 대부분의 문전약국의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며 "환자들이 가장 많은 월요일 마저도 이렇게 한산하다면 아마 다른 요일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A급 약국의 경우 20~30% 가량 처방이 줄었다고 하지만, 위치적으로 병원과 멀리 떨어진 약국의 경우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보통 A급부터 환자가 밀리면서 처방이 분산되는데 분산될 처방이 없다. 경영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약사는 "오늘 처방이 나온 케이스들의 경우 오래 전부터 진료 예약이 이뤄졌던 건이나 중증환자"라며 "환자들 조차 '예약이 취소될까 우려스러웠다'며 불안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약국 주차장도 한산했다. 약국 관계자는 "평소 갓길에 비상등을 켜고 대기하던 차들도 오늘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날씨가 더운 탓도 있지만 환자들이 없다 보니 주차장도 텅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무기한? 유기한? 환자·약국가 불안 계속=문제는 대한의사협회의 총궐기 참여에 아동병원협회와 분만병원협회,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가 불참을 선언하며 파열음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매끄럽지 않다는 부분이다.

이날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태도 변화가 없는 정부에 대고 휴진을 언제까지 진행할 순 없다. 무기한으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 일주일 뒤 일정을 조절할 계획은 없고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 일주일 이후의 진료 조정은 최대한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휴진이 무기한에서 일주일로 단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대병원 비대위에서 일주일 간만 휴진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비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B약사는 "무기한, 유기한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픈 환자들 입장에서는 불안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립대병원을 대표로 하는 서울대병원에서 휴진이 빚어지다 보니 줄줄이 여파가 미쳐지지 않을까 대부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고려대병원(구로, 안산, 안암),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성모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이 18일 의료계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며 27일부터 세브란스병원(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도 무기한 휴진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도 7월 4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대한 검토가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결의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철회 촉구를 주장했던 환자단체도 의료계의 휴진 강행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7일 "의사협회와 달리 서울의대 비대위는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에 불안한 환자들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그와 같은 의도와 진심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무기한 전체 휴진이라는 선택을 꼭 했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라면 그 어떤 이유와 명분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환자단체연합회는 의사협회와 서울의대 비대위의 집단휴진과 무기한 전체 휴진 강행 방침을 규탄하고, 지금 당장 휴진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질병으로 이미 아프고, 두렵고, 힘든 환자들에게 집단 휴진과 무기한 전체 휴진으로 또다시 고통과 불안,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큰 싸움' 디데이…지자체 "약국 운영시간 연장 당부"=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했던 '큰 싸움' 역시 도래했다. 의협은 18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에서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관건은 개원의 참여율인데, 지자체에 따르면 지역별 병의원 휴진 신고율은 3~14%로 나타났다. 부산이 3.3%로 가장 낮았으며 전남은 14.8%가 휴진신고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는 의료공백 및 불편 최소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상남도는 담화문을 통해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휴진은 자제를 요청드린다. 더 나은 지역, 의료의 미래는 휴진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도는 시군과 만일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며 응급실과 같은 필수 시설은 차질 없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휴진 규모에 따라 공공의료기관의 연장근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꼭 필요한 진료와 약 처방은 미리 받아주시고 당일에는 방문하실 병원이 열렸는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시 등도 "지역 의료기관이 다수 휴진하는 경우 시민들의 의료 이용에 큰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의료계 집단 휴진 종료시까지 약국 문 여는 시간을 연장해 경증 환자의 의약품 구입 및 상담을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심야시간에 운영하는 공공약국은 운영시간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주문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의사집단의 이기주의가 극한을 달리고 있다. 전공의의 근무지 이탈로 본격화된 진료 거부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의사의 집단 휴진으로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없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 대해서는 처방전 리필을 즉시 허용하고 이외 질환에 대해서는 약사 처방권을 일시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협이 제시한 대정부 3대 요구안과 정부는 불법적 전면휴진 전제로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와 의료계간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현안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129(보건복지콜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1577-1000), 건강보험심사평가원(1644-2000) 콜센터를 통해 문 여는 병의원 확인이 가능하며, 응급의료포털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홈페이지 접속 → 시·도/시·군·구/동 선택 → 의료기관/진료과목/진료일 선택 후 검색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정통령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진료상황실장은 "응급환자는 집단휴진 기간에도 응급실에서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나, 비응급 환자는 가급적 문을 연 병·의원이나 보건소를 확인하여 이용하시거나 비대면진료를 활용해 보실 것을 권장드린다"며 "방문 전 미리 전화로 정상 진료 여부를 확인하고, 통상적으로 받는 처방은 미리 받아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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