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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표' 선진화 반대 왜 중요한가

  • 데일리팜
  • 2013-03-25 06:30:00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자료를 통해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지분투자 및 채권발행 제한, 합병 불가 등 의료법인이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제약이 있다.

경쟁력 제고와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제약을 풀어주"자고 주장하면서 자본의 의료시장 진출을 골자로 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고 현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서비스 산업 전략적 육성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치열한 정책공약 경쟁을 벌였었다. 그 정책경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단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였다. 세 후보 모두 가장 중심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이며, 동시에 당장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가장 보수적인 새누리당이 정강까지 개정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는 한편, 박근혜 당시 후보는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 전 의원을 무리하면서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사실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 공식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자 그대로 없었다. 오랜 시간 뜸을 들이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중심으로 정리됐다고 했지만 말뿐이었고 공식화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의 설전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 "국민한테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가장 합당한가를 잘 조율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 얘기를 했다는데 이는 박대통령이 사실 재벌개혁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얘기가 조금 약세로 돌아섰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니 총선을 앞두고 사퇴 협박을 했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 민주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책임 있는 공식 방안을 내놓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고 결국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거부했다는 소리마저 들렸다.

그리고 박대통령은 재벌 변호에 앞장 선 '김앤장 출신'을 공정위원장에 내정했다. 대기업들의 조세소송을 주로 맡아 진행한 '김앤장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잘할 수 있을까?' 박대통령이 공정위원장에 한만수 이대 교수를 내정한 것이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박근혜정부가 결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3월 15일 보건의료진보포럼 '박근혜정부의 모순과 진보진영의 과제'에서 성공회대 사회학과 김동춘 교수는 87년 체제를 교육받은 중산층의 민주화 운동이라 정의하면서 2013년 체제의 주요 과제로 대의제 민주주의 문제, 지구적 에너지 환경문제와 함께 자본주의 문제로 부의 과도한 집중을 꼽았다.

박근혜 정부의 리더쉽에 대해서도 신권위주의에 기반 한 것이고 '잘 살아보세'라는 70년대식 이미지에 당선이 가능했는데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박대통령의 이미지는 깨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돈을 풀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벌규제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이 부의 분배가 안되고 소수에 더욱 집중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 상황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깊어져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크게 줄이고 있다. 정부는 빚을 얻어 생긴 여유자금으로 국내 지출보다는 국외투자를 더 많이 늘렸고, 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이나 가계에 대한 자금공급을 줄이는 대신 국채 투자 등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용했다. 경제주체들의 이런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자금운용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점차 '돈맥경화'에 빠져들면서 활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 '이사열전(李斯列傳)'을 보면 오늘날의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이 어떻게 정책을 펴야하는지 반추해 볼 상징적인 이야기가 있다.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이다. 진의 승상 이사는 청년 시절에 작은 군(郡)의 하급 관리로 있었는데 관청의 변소를 드나들다가 하나의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큰 창고 안에다 수만 섬 쌀을 쌓아 둔 곳에 살고 있는 쥐들은 사람을 멀거니 보고서도 도무지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는데, 측간에 살며 더러운 것을 먹고 사는 쥐들은 개나 사람의 기척만 나도 혼비백산하지 않는가. 그것은 왜 그런가. 역시 인간의 현, 불현도 몸을 두는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쥐새끼의 처신처럼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초라한 하급 관리직을 때려치운 뒤 순경한테로 갔다. 그는 거기서 제왕의 정치학을 열심히 배웠다. 공부를 마친 뒤 이사는 진나라로 유세하려 스승에게 떠나고자 하는 뜻을 내비췄다.  

'강한 나라로 가서 큰 공을 세우고자 합니다.' '뜻이 원대하이. 가 보게.' '몸이 높이 되더라도 곁에 두고 지켜야 하는 좌우명을 스승님께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내려 주십시오.' '지나치게 성대한 것을 경계하라. 만물이 극도에 달하면 반드시 쇠하는 법….'

이사는 초특급 승진으로 진시황 아래에서 승상이 되었고, 조고와 함께 차남 호해를 이제로 세워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아들 이유가 휴가차 함양으로 돌아왔을 때 이사는 아들을 위하여 집에서 주연을 베풀었다. 백관(百官)의 장(長)들이 모두 몰려와서 이사의 무병장수를 축복하였으며 그의 넓은 문전에 늘어선 거기(車騎)는 수천 대를 헤아렸다. 문득 스승 순자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지나치게 성대한 것을 경계하라. 만물은 극도에 달하면 쇠하는 법이니." 나는 상채에서 태어난 일개 평민이다. 촌구석에서 자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 주상께서는 내가 둔하고 천한 것을 모르시고 이렇게까지 발탁해 주셨다. 지금 사람의 신하로서는 나보다 위에 있는 이가 없다. 부귀도 극도에 달했거늘 그런데 나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사는 자신도 모르는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순자의 경고는 곧 잊어 버렸다. 그리고 말년에 결국 조고의 날조된 모반 조작에 이사는 오형(五刑: 먹물들이고 코 베고 다리 자르고 귀 베고 혀 자르는 형벌)을 갖추어 받고 함양의 시장 바닥에서 허리를 잘려 죽였다. 삼족이 모두 주살된 것은 말할 필요 없었다.

200년 전 정약용도 독소(獨笑)라는 시조에서 '극성하면 대개 쇠락의 길을 밟는다'며 같은 교훈을 남겼다. 모든 것이 극도에 달하면 쇠하는 법이다. 체제든 한 나라든 지속가능하려면 경주 최부자처럼 나누어야 한다. 나라로 말하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즉 자본의 집중을 막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선진화법이 그럴싸한 포장 -요리사의 비유- 으로 의사 약사만이 의원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조항을 없애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직역이기주의 아니다.

보건의료의 특수성이나 공공적 성격 말고도 자본의 집중도를 낮추고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도 이는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약사회 입장에서도 법인약국의 해법에 여러 우선순위가 있지만 그 첫 번째는 대자본의 진입을 막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해방 후 고만고만했던 한국 대만 필리핀의 형편이 뒤바뀌어 버린 가장 큰 이유는 농지개혁의 성공여부였다. 더 잘나가던 필리핀은 대부분 땅을 10대 가문이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혁하지 못했다. 결국 지금은 우리나 대만에게 한참 밀려 있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기로에 서 있다. 재벌개혁의 시기를 놓치면 재벌 대기업 위주인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을 주로 하는 대만에 밀릴 수밖에 없다. 재벌개혁을 통한 부의 집중을 막는 것은 농지개혁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등한시 하다가는 20세기 초 잘 나가던 아르헨티나가 부가 극소수에 집중되면서 그저 그런 나라로 추락했듯이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게다가 필리핀이 토지개혁의 시기를 놓친 것처럼 실기한다면 경제가 거꾸로 갈 수도 있다.

정부는 오히려 공공의 영역이 전무한 어려운 여건 속에 고군분투하는 의원이나 약국들에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통해 1차 보건의료기능을 살려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상승을 막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근시안적 정책은 소탐대실을 불러 올 것이다.

약사들이나 보건의료인들은 사명감을 갖고 자본의 의료시장 진출을 골자로 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의료의 영리화는 단지 재벌들의 돈벌이 수단을 늘린다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펀더멘탈이요 바로메터이기도 하다.

제2의 토지개혁으로서 자본의 집중을 막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힘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직역에서의 과제인 일반인(대자본) 약국개설, 1법인 다약국 도입, 영리법인 추진 등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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