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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캐나다 약가 비교 모순투성이"…이유있는 불만

  • 김진구
  • 2024-07-24 06:20:31
  •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 우려 ②논란의 독일·캐나다 약가
  • 약가담당자 10명 중 9명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 방식 문제 있다"
  • "정부 입맛대로 참조 방식 결정"…신약-특허만료약 이중잣대 논란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와 제약업계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두고 작년 말부터 10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양 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정부·업계가 참여한 TF팀은 해산됐다.

마지막까지 독일과 캐나다의 약가가 이슈였다. 제약업계에선 정부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 방식을 결정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근본적으로는 비교대상 국가와 약가제도에 큰 차이가 있음에도, 정부가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 비교 재평가를 강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비교 형평성 떨어져"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 약가 담당자(MA)들은 특히 독일·캐나다와의 약가 비교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정부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방식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같은 국가라도 다양한 약가가 공존한다. 공장에서 출하된 시점의 가격, 환율·세금이 적용된 가격, 유통마진이나 약국마진이 더해진 가격, 환자 본인부담이 적용된 가격과 최종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 등이다. 가장 저렴한 공장출하 가격과 가장 비싼 소비자구입 가격은 차이가 적지 않다. 어떤 가격을 참조하느냐에 따라 한국약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의 비판은 여기서 시작한다. 정부가 입맛대로 독일·캐나다의 가장 낮은 약가를 끌어와 한국과 비교하고 약가인하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이다.

참조가격제를 시행 중인 독일에선 정부가 특정 성분군의 참조가격을 정하고 나머지를 환급한다. 예를 들어 A약제의 참조가격을 100원으로 정했다면, 제약사가 180원에 판매하는 의약품에서 100원까지만 급여를 적용하고 나머지 80원은 환자가 본인부담하는 식이다.

이때 100원이라는 참조가격은 'FB(고정상환금액)' 혹은 'EB(협상상환금액)'로 표현된다. 정부는 이를 '공적급여 가격'으로 해석하고 이번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제약업계에선 180원에 해당하는 '약국판매가격(UVP)' 혹은 '소비자가격(RRP)'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한국의 경우 약제 보험급여 상한금액에 환자 본인부담이 포함된 형태다. 이를 독일 약가와 비교하려면 당연히 환자 본인부담이 포함된 약국판매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환자 본인부담이 제외된 공적급여 가격과 비교할 경우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적급여 가격과 약국판매 가격 간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은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다.

'발사르탄(80mg)+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12.5mg)' 복합제를 예로 들면, 독일의 공적급여 가격은 24.2유로인 데 비해 약국판매 가격은 103.9유로다. 같은 약물임에도 두 약가에 4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제약업계에선 약국판매 가격 대신 공적급여 가격을 적용할 경우 약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20~40% 가량 낮아질 것으로 계산한다.

캐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적급여 가격의 일종인 '정부환급액(MOH)'을 참조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선 환자 본인부담이 포함된 '의약품 혜택 가격(DBP)'을 참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환자 본인부담이 반영되지 않은 캐나다의 공적급여 가격과 환자 본인부담이 반영된 한국의 보험 상한가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MA 10명 중 9명 "독일·캐나다 약가 참조방식 문제 있다" 설문결과

실제로 데일리팜이 약가담당자(MA) 7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안) 가운데 '해외약가 자료의 대표성·신뢰성'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독일·캐나다의 약가 참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문제인식이다.

설문에 참여한 75명 가운데 66명(88%)이 이같이 답했다. 약가담당 실무진 10명 중 9명은 한국의 약가와 비교 대상이 되는 약가를 산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셈이다.

이어 '조정기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38명(51%)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A8(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위스·영국·캐나다·미국) 국가에서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국 약가를 조정평균가로 계산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인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다.

이밖에 '3년 단위의 재평가 적용 주기' 29명(39%), '올 연말로 예상되는 재평가 시행 시점' 25명(33%), '비교대상 국가 선정' 23명(31%), '약효군별 차등 재평가 시기 적용' 13명(17%), '비교대상 약제 선정 기준' 8명(11%), '재평가 제외대상 범위' 7명(9%) 등의 순이었다.

신약은 8개국 대상 vs 특허만료약은 6개국 대상…'이중잣대' 논란도

정부가 특허만료 의약품과 신약 간에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신약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외국약가를 참조하고 있다. 이때 참조 기준은 '약가책자 가격에 공장도 출하율을 적용한 뒤, 환율·부가가치세·유통거래폭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독일 약가에 적용하면 공적급여 가격이 아닌, 약국판매 가격이 해당한다. 실제 신약의 급여 적정성 평가 땐 약국판매 가격을 참조한다. 그러나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선 약국판매 가격이 아닌 공적급여 가격을 참조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동일하게 외국과 약가를 비교하는데 참조하는 방식은 다른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A8국가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의 조정평균가를 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신약과 특허만료약 간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신약 등재 규정에선 최고가·최저가 제외 없이 'A8 국가의 조정평균가'를 참조한다. 반면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에선 느닷없이 최고가·최저가를 제외하는 방안이 도입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8개국을 전부 포함해서 조정평균가를 구할 경우 왜곡이 심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제약업계에선 인위적으로 독일·캐나다 약가를 매우 낮게 설정한 상태에서 최고가·최저가 국가를 하나씩 제외하면 전반적인 약가인하 폭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최고가 국가로 미국이 제외되고 최저가 국가로 독일과 캐나다 중 한 곳이 제외되더라도, 여전히 독일·캐나다 중 한 곳이 남게 되므로 약가가 크게 낮아질 것이란 우려다.

결국 정부가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를 크게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모순투성이의 방법을 동원했다는 게 제약업계의 비판이다. 독일·캐나다의 약가 참조 기준을 전례 없이 설정한 것도, A8국가의 약가 중 최고가·최저가를 제외하는 것도 이러한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제도·환경 다른데도 약가 비교 강행…근거도 정당성도 없다"

근본적으로는 A8 국가와 보험·급여제도가 다름에도 약가 비교와 인하를 강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대상 8개국은 보험·급여제도가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의약품 급여 등재 방식부터 다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는 선별 급여 방식의 포지티브 리스트(Positive List)로 운영된다. 반면 영국과 독일, 일본은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로 의약품을 등재한다.

제네릭 정책으로 가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제네릭 약가 결정 방식이나 참조가격제 시행 여부, 약가 인하율, 제네릭 사용 권장 정책 등은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독일은 참조가격제를 기반으로 제네릭 약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제네릭 처방을 촉진하기 위해 대체조제 의무화, 의사의 제네릭 처방목표액 제도 등을 운영한다. 약가뿐 아니라 제네릭 사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약제비를 낮추는 구조다.

대체조제 의무화에 따라 독일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동일 성분·용량·제형 중 가장 저렴한 3개 의약품 중 하나로 대체조제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의사의 환자당 평균 처방비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를 넘어서면 감사를 받거나 초과분의 일부를 지불하는 등의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만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는 약가인하 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제네릭 사용 장려 등 다양한 각도에서 사후관리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라별로 사회경제적 환경과 보험·약가 제도가 크게 다름에도 이는 고려하지 않고 약가만을 비교하고 인하하는 것은 정당성도 근거도 부족하다"며 "이대로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를 강행할 경우 업계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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