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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근무약사가 바라 본 약국의 현실은

  • 김지은
  • 2014-08-01 06:49:59
  • |내러티브| 김지은 약사 "면허 하나로 통하는 시대는 이제 끝"

김지은 약사.
올해 나이 서른. 6년차 근무약사인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 만가지 감정이 요동치곤 한다.

20대는 막연한 미래를 기대했다면 30대가 된 지금은 현실적인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하루하루를 감싼다.

남들은 약사라면 걱정할 게 뭐 있냐며 부러운 눈을 하지만 요즘 나를 비롯한 젊은 약사들의 실상은 다르다.

좁은 약국 안에선 환자에 치이고 병원 눈치보느라 하루하루가 급급하다면 개국의 벽 앞에선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게 젊은 근무약사들의 현실이다.

요즘 나는 문득 약사로서 내 하루하루가 '안녕'한 지 스스로에게 반문하곤 한다.

"'을'이라고? 모르는 소리. 우린 '정'도 못돼"

우스개 소리로 동료 근무약사들과 약사는 의사나 환자에게 갑을병정 중 을도 병도 아닌 정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지난해 난생 처음 한 환자를 내 손으로 고발했다. 10개월 가량 꾸준히 술을 마시고 약국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모습에 인간으로서의 한계심을 경험했다.

여약사와 여직원이 근무한다는 사실을 안 환자는 시도때도 없이 술에 취해 약국을 찾아 폭언을 일삼고 매대 뒤에 있는 나와 직원을 위협했다. 더 이상 그를 지켜볼 수 만은 없었다.

성적 농담과 무차별적 폭언은 6년차가 되니 이제 이골이 났을 정도다. 하지만 약사라는 이름으로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은 의사도 환자도 나를 약사가 아닌 장사꾼으로 대할 때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환자들에게 난 그저 물건 하나, 더 비싼 약을 판매하려는 상인과 다를 바 없는 듯 하다.

A, B 두 개 상품 중 한참의 상담 과정에서 환자의 증상과 상황에 맞는 A상품을 권하면 비웃 듯 B를 선택한다. 마진을 고려해 권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

주변 의원에게도 약국은 그저 자신들에 의해 약을 조제하고 팔며 돈을 버는 장소일 뿐이다.

처방전 전체에 '대체조제 불가' 도장이 찍혀 나오는 것은 일상이고 대체조제가 필요해 연락을 하면 의사도 아닌 간호사에게 막히는 일도 다반사다.

별다른 통보도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처방약을 바꾸는 것은 이젠 특별한 일도 아니다. 영업사원이 "원장님이 우리 약으로 바꾸셨으니 준비해 놓으시죠"라며 통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말문이 다 막힌다.

이럴 때면 약사로서의 삶이 제대로 된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브로커가 문제라고? 저흰 선배들이 원망스러워요"

지난해 서른을 목전에 둔 나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30대가 되기 전 약사로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개국이었다. 두려웠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국 포화 상태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는 일 역시 녹록치 않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개국 비용은 나를 좌절하게 했다. 현실의 벽 앞에서 결국 난 개국을 포기하고 또다시 근무약사로 돌아와야 했다.

개국 약사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개국 비용이 브로커들의 농간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 막 개국을 준비하거나 계획 중인 20~30대 젊은 근무약사들은 이미 약국을 개업한 선배 약사들이 원망스럽다.

유일무이하게 약국이란 업종만 부르는 게 권리금이고 분양가인 지금의 현실은 선배 약사들의 선택이 빚은 결과 아닌가.

또래 약사 중 한명은 평소 알던 선배가 물려 준 자리를 믿고 들어갔지만 몇 달도 안돼 의원이 폐업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선배 약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후배에게 자리를 인계했다는 점이다.

혼탁한 개국 시장도 문제지만 근무약사로 일하며 마주치는 선배약사들의 모습은 약사로 계속 살아야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박카스 제공은 기본이고 난매와 무자격자 고용을 떳떳하게 자행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약국의 미래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곤한다. "면허증 하나로 된다고? 요즘 같은 시기엔 택도 없죠"

몇 달 전부터 나는 사설 교육 기관에서 CS 교육 과정을 수강 중이다. 근무가 없는 일요일에는 꼬박 강의를 들으며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이 과정을 완료하면 외부에서 강사로 활동할 기회도 주어진다.

사실 지난해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이 나를 엄습했다. 약사가 진로를 고민한다 하면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20~30대 약사들을 만나면 다들 미래에 대한 고민이 한가득이다. 나와 같이 개국을 목표로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는 젊은 약사들은 더 그렇다.

선배 약사들은 6년제 약사가 배출되는 내년부터 근무약사 임금을 인하 하겠다고 선언하듯 이야기 한다.

임금 인하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약사사회 흉흉한 소식들이다. 약이 편의점으로 나가더니 법인약국 도입도 멀지 않은 이야기라고한다.

적은 곧 내부에 있다는 말처럼 약사들끼리 물고 뜯는 전쟁 역시 약사사회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본다.

6년제 약사들과 기존 4년제 약사들을 비교하며 바라 볼 시선 역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젊은 근무약사들의 현실이다.

면허증 하나로 안심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 약사를 계속하겠다면 자신만의 특화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길을 더 모색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CS교육은 향후 일반인 대상 강의를 하거나 개국을 한다면 전문적인 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을 살고 있는 나, 그리고 젊은 근무약사들은 오늘이 슬프지만, 뜨겁고 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글은 김지은 약사를 인터뷰 한 내용을 김 약사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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