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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옆약국, 200원 덜받더니 이젠 2천원씩"

  • 정혜진
  • 2015-03-21 06:14:57
  • [단박] 본인부담금 할인약국서 당한 A약국 약사 "괴롭다"

"싸다는 소문에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 몰려가"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가 단순히 '단골 환자에게 100원, 200원 덜 받는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부산시약사회가 한 약사의 상습적인 할인행위를 문제삼아 증거자료와함께 보건소에 고발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웃약국을 '비싸게 받는 약국'으로 만드는 본인부담금 할인 약국. 한 문제 약국에 이웃해 있으면서 몇년 째 피해를 겪고 있는 A약국 약사의 말을 들어보면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가 더이상 '단골을 위한 작은 편의', '어르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조직적인 범죄 행위임을 알 수 있다. A약국은 약사는 울분을 토했지만, 익명을 요구했다.

-지금 자리에서 약국을 한 지 얼마나 됐나. 처방전은 얼마나 되나.

의약분업 시작과 함께 문을 열어 15년 째다. 조제가 많지 않다. 주변에 작은 의료기관이 하나 있어 하루 적게는 30건에서 많게는 80건의 처방전이 나온다. 의료기관 정문 길 건너 우리 약국이 있고, 5,6년 전 쯤 문제 약국(B약국)이 가까이 들어왔다.

-B약국과 관계는 어떤가.

처음엔 큰 마찰이 없었다. 많지 않은 처방전을 두 약국이 처리했는데, 언제부턴가 우리 약국 단골 수가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별 다른 원인이 있다고는 생각 못했다.

-B약국의 본인부담금 할인 사실, 어떻게 알게됐나

오래된 단골이 왔는데, 처방전을 입력해보니 지난 두달 분 당뇨약 조제분이 없더라. 우리 약국 처음부터 오던 환자라 잘 알고 있다. 두달은 약을 안먹었냐 물어보니 그분이 'B약국이 싸다 해서 거기가서 약을 받았는데 먹고 탈이 나서 2000원 더 주더라도 먹던 데서 먹으려고 왔다' 하더라.

최근엔 또 다른 단골 할머니가 알려줬다. B약국 가면 약값이 2000원 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서로 알려주며 그리로 가라고 한다더라.

한번은 우리 약국 직원이 이젠 오지 않는 옛날 단골 할아버지를 만나 인사하며 왜 요즘 안오시냐 했더니 '느그 약국은 비싸다'고 해서 알게 됐다.

-B약국은 처음부터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줬나.

2~3년 전부터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1200원 받는 거 1000원을 받았다. 하도 환자가 떨어져 B약국에 항의했더니 '그런 적 없다'고 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는 2000원 씩 깎아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들 중심으로 소문이 퍼졌다. 지금은 대다수 환자한테 2000원 씩 깎아주는 것 같다.

-얼굴 붉히고 언쟁이 오가기도 했을텐데.

버틸 수 없어 우리 약국도 잠시 200원 깎아준 적 있다. 그러자 또 다른 약국에서 연락이 와 '왜 할인해주냐'고 항의했다. 이 상황을 설명하고 나도 어쩔 수 없다 하자 그 약국이 B약국에 전화했더니 '난 그런 적 없다', 'A약국 거짓말이다'라고 했다. 직접적인 마찰은 없었지만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환자와 어떤 일들이 있었나.

오늘 아침에도 한 할아버지가 조제를 마친 약을 두고 약값이 비싸다며 처방전을 도로 받아갔다. 약값이 1만1100원 나왔는데, 약값을 듣고 나더니 처방전을 달라해서 그냥 나가버렸다.

가격이 비싸다는 항의는 하루에도 몇건 씩 발생한다. 어제도 한 할머니가 큰 소리로 '이 약국은 너무 비싸다'고 소란을 피웠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얘기에 뒤에서 약을 기다리던 다른 환자들이 줄줄이 약국을 나가버렸다. 심심치 않은 상황이다.

-동네 인심 다 잃었겠다

노인들 중심으로 '우리 약국 비싸다'고 소문이 났다. 입소문이 무섭다. 길가다 마주치는 어르신들이 '비싸다'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가장 큰 건 전산 직원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젊은 직원에게 노인들이 가격을 두고 항의가 많다. 젊은 친구라 더 닦달하는 것 같다. 직원이 약국을 자꾸 그만두려 한다.

나는 복약상담 대신 가격 설명하느라 진이 빠진다. 상담과 조제, 매약에 매진하고 싶은데 상황이 불가능하다. 공단 시스템, 본인부담금 아무리 설명해도 노인들은 듣지 않는다. 청구 프로그램 화면을 보여줘도 보지 않고 '비싸다'고 말한다. 매출도 많이 떨어졌지만 무엇보다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못살겠다.

-문제 약국은 개선될까?

민원이 많자 최근에 지역약사회가 주의를 줬다고 하는데 할인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약사들에게는 '할인행위를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더라. 이해할 수 없다. 약사 가족까지 나서서 민원 넣은 다른 약국을 고발하거나 맞대응하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나

그냥 인심으로 100원, 200원 깎아주는 수준이 아니다. 조직적이다. 환자가 줄자 염색약을 무료로 준다며 노인 환자들을 유인한다. 약값을 깎아주며 노인 환자들에게 '주변 다른 분들도 이리 오시라 하라'고 한다더라. 보건소 민원을 넣으려니 '약국끼리 경쟁붙어 서로 고발한다'고 할 것 같아 창피한 마음에 참고만 있다. 약사끼리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너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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