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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하지 않으나 처벌 못해"…이상한 정부 입장

  • 정혜진
  • 2015-07-20 12:14:55
  • 한약사 일반약 판매 복지부 수수방관..."명확한 정리 필요"

[뉴스분석]=꼬일때로 꼬인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

최근 약사단체가 고발한 일반약 판매 한약사의 복지부 행정처분이 빗겨가면서 약사사회가 한약사 문제로 시끄럽다.

아울러 행정착오로 민원인 약사에게 잘못된 민원답변이 전달되면서 약사들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가 약사들의 잇딴 고발에도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약사와 한약사 간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행정적인 배경을 짚어봤다.

"한약사 처벌 규정 없다" 확고한 정부

한약사회가 밝힌 대전 동구보건소의 처분사전통지서 취소 건
최근 대전과 성남시에서 일반약을 판매한 한약사 처벌이 취소됐다. 일반약을 판매한 한약사에게 복지부가 행정처분 취소 통지서를 보내면서 이슈가 됐다.

우선 한약사회는 최근 '대전 동구청이 지난달 30일, 동구보건소가 제출한 한약사 일반약 판매 관련 처분사전통지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면 해당 한약사의 처분사전통지 취소 사유는 '한약사가 일반약을 판매하는 경우 불법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약제제에 대한 부분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 의견에 의한 것'으로, 정부는 일반약이라 해도 한약제제와 양약제제가 구분되지 않았다는 전제로 이같은 처분통지 취소 조치를 내렸다.

한편 양약제제가 분명한 일반약을 판매한 한약사도 처벌받지 않았다. 지난 4월 성남시약사회가 '덱시부펜'을 판매한 한약사를 고발했으나,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한약사회에 발송한 공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공문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가 2014년 7월 23일 한약사회에 회신한 것으로, 검찰은 '유사사건의 불기소결정문 및 보건복지부 공문 요지를 종합해 볼 때 피의자 행위는 처벌규정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가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가 '처벌규정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공문에서 밝힌 이상, 검찰 입장에서 기소는 물론 더이상의 조사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약사 문제를 담당했던 변호사는 "대부분의 한약사 일반약 판매 사건이 이 공문에서 가로막히고 있다"며 "정부가 처벌규정을 신설하든지, 법 조항을 뚜렷하게 개정하지 않는 이상, 한약사 일반약 판매 문제는 제자리 걸음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많은 고발, 고소 건으로도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처벌해 제지할만 한 실질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약사회 '불법 여부' 아닌 '처벌규정' 질의

그렇다면 한약사 협회가 복지부에 질의해 받은 답변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한약사회는 지난해 7월 '약국에서 한약사가 일반의약품 판매시 처벌 규정이 있는지 여부'라고 질의했다. '불법이냐'가 아닌, '처벌규정이 있느냐'고 질의한 것이 복지부에게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다.

복지부는 약사법 제2조 제2호, 제23조제1항, 제44조제1항, 제50조제3항을 인용해 '약국을 개설한 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약품 조제는 각각의 면허 범위에서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약품 판매는 약국 개설자에게 부여하고 있다'며 '현행 법령에 약국을 개설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한약사가 한약제제 여부를 떠나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법제처 제출 법령해석
이러한 복지부 입장은 일선 약사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복지부는 한약사회에 회신을 한지 정확히 한달 후 법제처에 법령해석 검토를 보내며 이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복지부가 지난해 8월 법제처에 법령해석 검토를 회신한 공문을 보면 '한약사 제도의 도입목적 등 약사법 입법 취지 및 한약사 업무범위 등을 고려할 때,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를 제외한 자신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일반의약품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일반의약품 중 한약제제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우리부에서는 TF팀 구성 및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에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약을 한약제제와 양약제제로 구분한 상황에서 한약사는 한약제제를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약사가 업무범위를 벗어난 일반약 판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점에서 한약사가 일반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선 약사들은 이러한 모호한 입장에 잇따른 고소·고발로 대응하고 민원을 반복하고 있다. 법이 미비하고 정부가 모호한 사이에 약사-한약사 감정싸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약사회, 이제 움직일 때"

복지부가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연구가 시작됐다는 소식은 없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법 해석도 없었다.

대한약사회 역시 약사법 개정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한약사회는 법을 처벌규정을 신설하기 위해 개정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는 약사법 제50조와 제95조에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범위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해야 한다'와 처벌조항 '제50조제2항을 위반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제50조제3항을위반해 면허범위를 벗어난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자'를 신설한다는 안을 세웠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인 만큼, 어느 의원실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또한 개정을 한다 해도 약사와 한약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면허범위에서 일반의약품 판매'라는 표현은 결국 양약제제-한약제제 구분을 전제로 하기에 이 과정에서 더 큰 잡음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생약제제, 한약제제, 복합제제, 바이오의약품 등 점차 복잡해지는 제제들을 단순히 '양약-한약'으로 쉽게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약사들은 정부가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때라고 주문한다. 한약사 제도를 만든 이상, 직능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문제를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약사 문제를 다룬 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정부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일선 약사와 한약사가 풀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라며 "주무부서인 복지부가 '타당하지 않지만 처벌할 수 없다'고 버티는 이상 약사, 한약사, 경찰, 검찰 어느 누구도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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