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3 10:33:57 기준
  • 규제
  • 임상
  • #데일리팜
  • AI
  • GC
  • 급여
  • #의약품
  • #수가
  • 허가
  • #제품
타이레놀

[기자의 눈] '넥시아'와 한방의 세계화

  • 최은택
  • 2015-11-09 06:14:50

복지부는 한방관련 내년도 예산안으로 340억7000만원을 배정했다.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을 합한 액수다.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15억8800만원, 4.9% 늘었다.

세부사업 항목에는 한의약의 세계화추진(30억6000만원), 한의약산업육성(88억5100만원), 양한방 융합기반 기술개발(74억8800만원), 한의약 선도기술 개발(112억600만원) 등이 포함돼 있다.

상당수 예산이 한의약의 세계화와 산업화, 이를 뒷받침할 기술개발에 투입된다. 이들 사업은 갑작스럽게 돌출된 게 아니라 수년 이상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이런 가운데 환자단체는 지난 4일 종로 M스퀘어에서 '넥시아 검증위원회' 활동결과를 발표했다. '넥시아'는 옻나무 추출물로 만든 항암제로 3~4기 말기 암환자에게 일부 병원에서 투약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한방육성 정책 지원현황을 이야기하면서 왜 난데없이 '넥시아' 이야기를 꺼내는 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행간은 정부의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와 직무유기다.

넥시아는 일부 환자들에게는 기적의 항암제로 알려져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치료대안이 없는 일부 암환자나 가족에게 넥시아는 이미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으로 일각에서 자리매김한 듯하다.

반면 한달에 3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넥시아를 복용하고도 효과를 얻지 못했던 환자들의 반발도 거센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목소리와 불만은 정부와 환자단체에 들어왔을텐데, 이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건 정부가 아닌 환자단체였다.

적어도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그렇다. 오죽하면 환자단체가 형사고발까지 감내하면서 직접 검증위원회까지 구성해 검증에 나섰을까.

환자단체는 검증위 활동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약효와 안전성 검증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검증을 수행하는데는 너무 한계(제한점)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미약한 활동에서조차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보면,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두 부처, 바로 복지부와 식약처가 이런 문제제기에 적극 팔을 걷어붙이는 게 당연해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복지부는 나몰라라하고 식약처는 자신들의 소관업무가 아니라고 한다. 넥시아를 의약품으로 허가받기 위해 시도된 '아징스75' 임상도 조기 종료됐지만, 시험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식약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도면 복지부동도 급수가 달라 보인다.

복지부 예산으로 돌아가보자. 복지부는 그동안 한방의 세계화를 외치며 매년 수백억원의 돈을 써왔다. 그런데 정작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런 논란조차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들지 않는다. 자국 내에서 제기된 한방제제에 대한 의구심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어느 나라로 한의학을 수출하겠다는 것인 지 이해되지 않는다.

환자단체는 넥시아가 효과가 없는 엉터리 약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검증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만큼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서 검증해 달라고 수년 째 요구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부가 추구하는 한방의 세계화에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매년 수백억원씩 한방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외치며 예산을 투입하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이런 논란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서둘러 전문가 그룹, 당사자인 단국대병원,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제기되는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과정을 거쳐 넥시아의 진가가 확인된다면, 치료대안이 없는 말기 암환자에게 진정한 기적의 항암제로 거듭 나지 않겠는가. 또 이런 항암제야 말로 한방 세계화의 기수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상식에 기대고 싶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