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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사 자존감 떨어뜨리는 약사회 선거

  • 정혜진
  • 2015-12-03 06:14:49

내가 속한 학교가, 회사가, 혹은 가정에서 불합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쉽게 좌절한다. 연대의식을 중시하고 눈치보는 경향이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내가 속한 조직'은 곧 '내 자신'이다.

그래서 조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조직원을 미워하는 동시에 자존감에도 상처를 받는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타인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며, 내가 몸담은 조직이 이정도 수준이라면 여기 속한 나 역시 이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를 치르면서 약사들은 최근 자존감과 자존심에 너무 많은 상처를 입고 있다. 후보들 간 비방전은 말할 것도 없고, 선거운동을 돕는 사람들의 배려 없음에서 '내가 속한 약사사회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나'라는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약사들끼리 헐뜯고 싸우는가 하면 하루 아침에 과거 사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지지자들은 어떤가. 상대 후보를 천하의 몹쓸 인간으로 깎아내리는 동시에 온갖 미사려구로 지지 후보를 포장해 동문들에게 지지를 강요한다. 같은 약사들끼리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며 실망하고 실망하며 또 실망하는 중이다.

이런 행태는 남보기 창피하기 이전에, 먼저 나 보기부터 창피하다고 약사들은 말한다. 그렇게 노력해서 힘들게 약사 면허를 얻고 약국을 열었는데 내가 속한 사회가 이정도 선거밖에 치르지 못한다니 한심하고 낯이 부끄럽다고 말한다. 모두 평범한 민초약사들의 말이다.

새내기 약사들이 대거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얼마전 썼다. 약국을 준비하며 평소보다 더 많은 약업계 기사를 보고 있을 새내기 약사들에게, 그리고 지금 약사사회 몸 담은 약사들에게 자괴감과 실추된 자존감을 선사하고 수장으로 당선되면 과연 약사사회 조직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필요한 수장은 상대를 헐뜯어 스스로 함께 격하되는 수장이 아니라, 약사 회원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대표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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