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6-01-15 21:10:16 기준
  • H&B
  • 대표이사
  • 판매
  • #제약
  • 재정
  • V
  • GC
  • 약국
  • #유한
  • #임상
피지오머

환자는 절박…"더는 약이 없다고만 할 수 있나"

  • 이정환
  • 2016-07-11 06:15:00
  • 획기신약 특별법 기대효과와 우려, 해법까지 폭넓게 논의

[종합] 데일리팜 제24차 제약산업 미래포럼

뜨거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 중인 '획기적 의약품 개발지원·허가특례 법률(이하 획기신약 특별법)'의 빛과 그림자를 놓고 활발한 토론이 펼쳐졌다.

데일리팜은 8일 오후 한국제약협회 강당에서 환자, 보건시민단체, 임상의사, 공중보건학자, 국회 전문위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획기신약 특별법, 환자접근성 Vs 기술발전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면'이라는 주제로 제24차 제약산업 미래포럼을 열었다.

성균관대학교 이재현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법률안 제정을 이끌고 있는 식약처 김상봉 의약품안전정책과장이 발제자로 나선 포럼에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8명의 패널과 함께 120여명의 청중이 자리를 메웠다.

성균관대 이재현 교수
획기신약 특별법의 특례 대상은 크게 '공중보건 위해 의약품'과 '획기적의약품' 2개로 나뉜다.

대규모 집단감염(팬더믹) 위기 대응 치료제를 전임상 동물실험으로 허가해주고, 기존약 대비 월등한 치료효과를 입증한 획기신약은 '계획적 개발동반 심사'와 '조건부 신속허가'로 시판일정을 앞당기는 게 특별법의 뼈대다.

포럼은 특별법 특례 지정 대상 의약품 기준부터 신속허가 공정심사, 환자접근성 향상과 보험약가제도에 이르기까지 획기신약이 환자에게 투약되는 전주기를 아우르는 내용이 다뤄졌다.

좌장인 이재현 교수는 "식약처가 획기신약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아직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포럼으로 각 분야 입장이 개진돼 향후 식약처 법안 수정 등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식약처가 세련된 법안을 만들어 국민 건강과 제약산업 발전 모두를 이끌길 기대한다"며, 포럼을 시작했다.

▲특례 대상 '기준·정의' 쟁점='공중보건 위해 약'과 '획기신약' 선정 기준이 첫 번째 쟁점 사안이었다.

공중보건 위해약은 동물실험만으로 시판이 허가되는 만큼 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공중보건 위기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신속 인허가 절차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세계 감염질환이 급작스레 유발됐을 때 두 질환과 관계된 모든 의약품에 동물실험 시판허가 제도인 '애니멀 룰'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둘 중 어느 것에 특례를 줄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 시행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

획기신약 신속 인허가 경우도 과연 어떤 치료제를 '획기신약'으로 정의해 전담 심사·신속 허가 특례를 줄 수 있을 지 기준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체 치료제가 없고 환자 생명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치료제 중 기존 약 대비 약효를 월등히 개선시킨 의약품'이 식약처가 정의한 획기신약 기준이다.

또 '중대한 질환'을 어떤 범위까지 인정해야 할 지에서부터 약효를 '월등히' 개선시켰다는 기준과 다소 시선이 멀어질 수 있는 '안전성'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 지 등도 보완과제로 지적됐다.

특별법 적용 기준이 모호하면 획기신약 신속 인허가에만 과도한 방점이 실리게 돼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안전이란 대전제를 자칫 소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건약 리병도 회장, 이종구 교수, 더민주 조원준 복지위원, 김태유 서울대암병원장(왼쪽부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리병도 회장은 "획기신약 특별법이 '기업친화 정책'으로 운영되면 제약산업은 물론 국민안전까지 모두 잃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친화 정책에 따른 안전성 축소 사례로 미국FDA가 운영중인 '유저-피(User-fee)' 제도를 예로 삼았다.

유저-피법은 의약품 심사비용을 개발 제약사가 부담하는 대신 규제기관이 시판허가 속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리병도 회장은 "유저-피 제도 도입으로 기존 30개월이 소요되는 신약 허가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평균적으로 허가시점이 10개월 단축될 때마다 심각한 부작용은 18.1%씩 증가했고 입원률과 사망은 각각 10.9%, 7.2% 씩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획기신약 허가기간이 짧아지면 부작용은 늘 수 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획기신약 지정에 대한 타이트하고 보수적인 정의(기준)가 필요하다"며 "어떻게 보면 특혜를 주는 것인데, 식약처는 허가기간 단축으로 부작용이나 의약품 시장 퇴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 달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의대교수도 지정약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종구 교수는 "공중보건 위해 약과 획기신약은 서로 치료를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 법 운영 과정에서 신속허가에 대해 상충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특히 공중보건 위기 약은 위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기준이나 법령이 확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실험만으로 인체 투약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신속허가 과정상 적절성·타당성이 확인돼야 한다. 안전성이나 유효성 어느 일부를 희생하고 시판 허가돼서는 안 된다"며 "안전성을 보호할 수 있는 '엄브렐라(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잘못 허가된 약이 투약돼 부작용이 생기고 사건화 되면 문제가 크다"고 했다.

▲공정심사와 인프라 부상=특별법 핵심 조항인 '계획적 개발동반 심사'를 놓고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제가 던져졌다.

부작용이 동반되는 의약품 특성 상 식약처와 제약사 간 신약 허가 규제심사 과정에서 긴장감이 무너지면 자칫 불공정 의약품 심사·허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다.

계획적 개발동반 심사란, 미국FDA가 패스트트랙·BTD 지정 의약품에 한정해 운영중인 '롤링리뷰(Rolling Review)'에 준하는 제도로 획기신약만을 심사하는 전담팀이 허가단축을 목표로 제출자료를 잘게 소분해 그때 그때 심사하고 결과를 승인하는 특례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기우 중 하나는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에 따른 투자 활성화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의약품을 보수적으로 심사해야하는 식약처 공무원 입장에서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가능하면 성과가 발생하는 쪽으로 업무를 이행하는 심리적 변수가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리병도 회장도 "지난해 논란이 된 천연물신약의 경우 (식약처가) 허가는 많이 내줬고, 많은 세금도 투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수출실적은 미미하다"며 "보건재정은 악화되고 산업 내 제약사 간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만 남았다. 식약처는 이런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약 환자접근 향상=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계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산업계는 획기신약 특별법으로 희귀난치질환과 공중보건 위해 약 시판허가가 앞당겨져 환자 치료기회·의약품 접근성이 높아질 것을 확신했다.

서울대암병원장인 김태유 암학회 학술위원장은 "HER2 유전자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게 알려진 건 1970년대 후반인데 HER2 타깃 항암제 허셉틴이 시판되는 데까지 20년, 백혈병약 글리벡은 40년이 걸렸다"며 "식약처가 한국형 BTD를 도입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우리나라에 항암제 등 신속심사 제도가 없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법은 획기신약을 지정해서 임상자료 심사를 스피드업으로 리뷰해서 최종 허가시점을 단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약을 다 써본 암환자에게 더이상 허가된 치료약이 없어서 처방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의사로서 무책임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 환자 입장에선 당연히 절박하다"며 "지적된 안전성 문제는 심사 과정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히 검증되고 보완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 김나영 상무, 한국얀센 민향원 상무, 환단연 안기종 대표, 태평양 박성민 변호사(왼쪽부터)
한미약품 김나영 상무는 "정부 도움없이 신약을 개발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폐암신약 올리타 개발 당시 환자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식약처가 제품화 심사 관련 제도적·기술적 지원과 컨설팅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의 리스크가 줄어 올리타와 같은 폐암 글로벌신약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환자치료기회 확대가 식약처 철학인 만큼 한미는 신속 허가받은 올리타를 즉시 발매했다. 환자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얀센 민향원 상무는 "의약품 규제는 행정이 아니고 과학이다. 미국은 정부와 산업이 신약 국민접근성 확대·허가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상황이라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식약처는 '신약이 안전성 대비 유효성이 얼마나 높으냐'는 관점에서 과학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공중보건에 기여해야 한다. 획기신약 특별법은 그 해법"이라고 밝혔다.

▲안전관리·심사능력 강화 숙제=시판허가가 빨라지는 획기신약과 공중보건 위해 약의 안전성 관리 강화와 식약처 심사능력 향상은 숙제로 남았다.

특히 획기신약 신속 허가 주체인 식약처의 '리뷰(심사)' 능력·인력 강화는 특별법 성공운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암 정복, 희귀난치질환 치료기회 확대 방안을 공표했지만 정작 해당 질환 치료신약을 전담심사할 전문가 풀이 적다는 것이다.

김태유 학술위원장은 "무엇보다 식약처가 획기신약을 리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하는 게 문제"라며 "현재는 획기적신약을 전담심사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이 적다. 그나마 합성약은 비교적 허가·심사 경험이 많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심사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법이 시행되면 식약처가 각 의약품마다 전문가 풀을 잘 확보해 심사해야 제도가 성공한다"고 했다.

민향원 상무도 "규제과학자 전문가 양성·육성이 특별법을 준비중인 식약처가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 과제"라며 "현재 식약처 인력구조를 보면 말도 안되게 과부화상태다. 검토해야 할 제출자료는 말도 안 되게 많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사용자 중심이 아닌 개발자 중심으로 가려면 규제기관 인력강화 등 혁신이 필수"라고 했다.

▲획기신약 약가협상 등 부처 간 협력강화=특별법 최종 목표가 획기신약의 환자 접근성 강화인 만큼, 식약처가 단순히 신속 인허가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복지부 등 타 부처와 협력을 강화해 급여등재 등에도 긍정적 노력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식약처가 환자의 신약 투여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특별심사로 허가를 빨리 내줬다면, 그 만큼 보험급여도 빨리 이뤄져야 목적을 달성한다"며 "환자단체가 정책에 다수 참여해 보험약가 등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식약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약처 김상봉 과장
법무법인 태평양 박성민 변호사도 "최근 약가제도 개편안을 논의할 때 식약처가 복지부 TF에 참여했다. 매우 바람직하다"며 "획기신약을 약가제도 중 하나인 위험분담제나 경제성평가제도 면제제도와 연계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허가와 약가는 별개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분리될 수 없는 제도다. 식약처와 복지부 등 부처 간 적극 협력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각 패널들의 발표를 들은 식약처는 완성도 높은 획기신약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규제완화가 아닌 꼭 필요한 규제 신설이 특별법 제정 취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정책과 김상봉 과장은 "과다하게 규제가 완화되거나 불필요한 규제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꼭 필요한 곳에 규제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획기신약에 대한 규제가 없어 국내제약사가 해외로 발을 돌리고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 추진 중인 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식약처 혼자 획기신약 특별법을 모두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희귀난치질환 정복을 위해 필요한 이번 의제는 꼭 던져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내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익명 댓글
  • 실명 댓글
0/500
등록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