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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중요한 건? 통일성과 실용성

  • 정혜진
  • 2016-08-18 06:14:59
  • |이·약·궁|카페 약국, 실용성있게 리뉴얼한 김선영 약사

[44] 전북 군산 아이약국

2013년 아이약국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약사라면 이 약국을 기억할 것이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아이약국. 젊은 아이엄마 취향을 고려해 카페같은 약국을 꾸리고 자체 제작한 동영상과 디테일로 눈길을 끌었던 약국이다.

"4년 반만에 약국 인테리어를 새로 했어요. 만족도도 높고, 또 많은 걸 배운 기회였습니다. 궁금하면 와보셔도 좋아요."

처음 데일리팜 '디테일로 승부하는 약국'에 소개됐을 때 34세였던 김선영 약사(37·조선약대)는 37세가 됐다. 리뉴얼을 마친지 이제 한달이 된 약국은 반대로 많이 젊어졌다. '예쁜 약국'으로 손꼽히던 아이약국이 4년 반만에 다시 전체 리뉴얼을 감행한 이유가 궁금했다.

또 다시 인테리어에 집중한 이유

처음 아이약국은 깔끔하고 디테일이 강한 약국이었다. 약국을 처음 여는 상가인지라, 김 약사는 그간 꿈꿔오던 약국을 구현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2016년 리뉴얼한 아이약국
"환자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원했어요. 절제되고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인테리어였죠. 그런데 1년, 2년이 지나면서 제가 약국 인테리어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어요."

수납공간이 부족한 탓에 늘어나는 신제품을 진열할 데를 찾아 진열장을 늘릴수 밖에 없었다. 꽉 맞게 디자인된 진열장 외에 추가 진열장을 구입해도 위치를 정하기 모호한 탓에, 진열장은 점차 환자 공간을 침범해들어왔다.

환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통로가 부족해지면서 약국은 깔끔한 이미지를 잃어갔다. 처방전을 가져온 환자는 카운터에 처방전을 맡기고, 중간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기다릴 뿐, OTC를 둘러보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심미성을 강조하느라 기능성이 약한 인테리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심미성조차 잃어갔어요. 약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요. 집안 살림처럼요. 특히 소아과 약국은 더욱 그렇죠. 매출도 정체되고, 더 이상의 대안을 찾기 힘들었죠. 가장 먼저 약사인 제가 답답해서 변화를 시도해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주변 약사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김 약사는 약국체인에 가입한다. 처음엔 체인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만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경영자문을 받은 끝에 리뉴얼이 불가피하단 결론을 내렸다.

리뉴얼 직전 약국 내부. 진열공간을 무작위로 마련하느라 산만한 느낌이 든다.
최근 인테리어 후 내부 전경. 통일감 있는 진열장으로 재배치했다.
그렇게 터득한 노하우 - '통일성과 실용성'

"약국은 많은 제품을 구비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맡겨야 유리한 공간입니다. 디자인숍이나 카페와 달리 실용성을 놓쳐선 안되겠더라고요."

'실용성'을 강화했다는 건 어떤 것일까. 진열 공간을 균일하게 확장한 것 외에도 제품 카테고리를 나누고 동선을 확보한 것이다.

"약사는 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만, 환자는 아니라는 점을 간과했어요. 환자는 명패만 보고도 한번에 제품을 찾아낼 수 있고, 오픈매대로 볼 거리가 많아져 진열장 사이를 계속 돌아다니게 되죠. 판매량도, 제품 문의 횟수도 늘었습니다."

김선영 약사가 기억하는 순간은 환자가 약국에 들어서자마자 전에는 전혀 팔리지 않던 치약을 집어와 구매한 때다. '진열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금 느꼈다.

아울러 실용성과 함께 그가 깨달은 또 하나의 디자인 키(key)는 '통일성'이다.

"처음엔 약국 절반만 새로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분명 또 후회하겠더라고요. 통일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정리를 잘 해도 공간이 산만해집니다. 아울러 오픈매대를 확장해 진열제품이 많아지던 터라, 통일성을 주지 못하면 환자들이 '복잡하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기본 인테리어에 해당하는 천장과 바닥, 원목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 부분은 그대로 살리되, 벽면과 진열대를 통일했다. 추가 조명을 더 설치해 조도를 높였다. 밖에서 약국 안이 더욱 환해보이도록 말이다.

어떤 이는 '여느 체인약국과 똑같아졌다'며 아쉬워할 법도 한데, 김 약사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단골 손님이 처음으로 한 말은 '좋다', '정돈됐다', '깔끔해졌다'였어요. 서정적인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단번에 찾을 수 있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구경할 제품이 많아졌습니다."

동선이 확보되면서 대기시간 동안 오픈매대를 살펴보는 환자 비율이 크게 늘었다.
디테일은 필요한 부분에만

그렇다고 아이약국의 강점이었던 '디테일'을 버린 건 아니다.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과 깔끔해야 좋은 부분을 구분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 파스나 밴드 등 의약외품은 자세한 디테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붙였을 때 사진과 상처 종류에 따라 달리 붙여야 할 밴드를 설명한 POP와 이름표가 있으면 판매량이 두 배는 많아지는 것 같아요."

디테일을 살린 가격표. 김선영 약사의 특기인 세심한 설명이 돋보인다. 디테일을 가미하면 제품 판매율을 높인다.
반면 판매가가 높은 영양제나 일반약은 디테일보다 상담에 힘쓴다. 전보다 '이 제품 어때요?' 라고 물어오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는데, 성의없는 진열보다 통일된 형식에 갖춰놓으니 구매 빈도도 높아졌다.

"전에는 디테일만 강조하다 보니, 큰 그림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맥락을 맞추고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장치를 하는건데 말이죠. 깔끔한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이전의 현수막이나 영상물, POP는 거진 정리했는데, 제품마다 필요한 곳에만 디테일한 설명을 첨부합니다."

김선영 약사
이렇게 혼자서도 잘 해온 김선영 약사에게 체인약국 가입 동기를 물었다. "혼자만의 시야로는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전문적인 마케팅과 진열 방식, 판매기법을 도입하면 한단계 나아질 거란 생각이었죠."

그는 많은 약국들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잘하고 있는' 약국들 매출이 분산되겠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약국과 약사가 모두 다 같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올리브영을 보면 소비자들은 동일한 이미지를 떠올리죠. 약국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봐요. 어떤 체인이든 나름의 노하우와 전략이 있죠. 다 좋다고 봐요 저는. 개인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약사라면 체인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요. 전체 약국의 평균 이미지가 개선되기 위해 약사들이 힘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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