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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약사실명제, 동네아저씨 이미지 끝낸다

  • 정혜진
  • 2016-12-06 06:14:59
  • |이·약·궁| 실명제로 약사자존감 높여...관리는 깐깐하게

[48] 부산 금정구 장전정다운약국

깔끔한 내부. 한 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약국 내부는 '깐깐한 약국장' 성격을 짐작케 했다. 부산 금정구 장전정다운약국은 겉보기에도 깔끔하고 깐깐하지만, 경영 속 사정을 살펴보면 더 깐깐한 관리 현황을 볼 수 있다.

여러 약국을 겪어보고 지금은 부산의 약사들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고민하는 민관필 약사(49·조선대)의 성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약국이다.

"약사실명제, 약사 자존감 높이는 기회로"

부산시약사회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약사실명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약국이라 해서 민관필 약사를 찾아갔다. 약국장의 여러 경력과 학력을 기재한 패널은 민 약사의 면모를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일궈내고 있음에 분명했다.

"얼마 전에 수능을 본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제 대학 지원으로 애를 끓이는 시기이지요.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한 고객들은 약국에 와서 저 패널을 새삼스럽게 바라봐요.

그간 '동네 아저씨'로 봤던 사람이 사실 많은 경쟁과 학업의 시간을 견뎌 약사가 됐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이죠. "

부산시약 임원 약국들을 중심으로 약사실명제는 논의를 거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4 ~ 5명의 임원들이 자신의 약국에 이력을 게재해 환자들에게 '약사'의 존재를 보증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환자들이 약사를 대하는 태도 변화다. 내 약을 다루는 약사가 '이러이러한 경력의 이런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므로 신뢰감은 향상될 수 밖에 없다.

약사실명제에 동참한 김옥미, 성일호, 임은주, 민관필 약사
반론도 없지 않다. 근무약사가 근무하는 시점엔 오히려 약사 실명을 게재한 패널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대외 경력이 적은 약사가 겪을 위화감 등의 우려다.

민 약사는 "개인차가 있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취지는 모두 공감하기에, 차차 의욕있는 약사들이 나서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깐깐한 약국 관리…"원칙은 약사가 정해야"

'원칙'이라는 주제로 넘어오자 민 약사는 복약상담대를 먼저 언급했다. 하얗고 깨끗한 정다운약국의 상담대 위에는 컴퓨터와 간단한 필기도구, 카드 결제기 외에 무엇도 올려져있지 않다.

"상담대는 깨끗하게 유지하고 환자가 함부로 다루지 않게 해야 해요. 약사가 먼저 관리를 해야 환자도 '마구 대하면 안되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는 가방은 커녕 지갑을 올리기도 조심스러운 하얀 복약상담대를 가리켜 '약사 직능의 자존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위에 아이를 앉히고 약을 먹이는 환자들에게 건너편 '투약대'를 안내한다.

투약대 역시 눈에 잘 띄고 깔끔하게 정리돼있다.

민 약사는 전화 예절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으며 '약사가 필요 이상으로 비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번은 복약상담을 받을 환자가 복약대 앞에서 너무 길게 통화를 하기에

자신도 휴대폰을 꺼내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약사가 기준을 보여줘야 환자는 인식합니다. 환자가 머쓱해 하더니 슬그머니 전화를 끊더군요. 상담을 받을 동안에는 약사 말에 집중하고 약사는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기준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약국 관리를 하기 힘들어요."

꼭 필요한 제품만 일렬로 일목요연하게 진열한 OTC 코너. 그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OEM 제품은 되도록 취급하지 않는다. 믿을 만한 제품만 진열하고 판매한다.

점심시간 50분을 정확히 지키되, 고객의 편리를 위해 종업원 판매가 가능한 의약외품과 건식만 판매하도록 원칙을 정했다.

판매가격 역시 원칙이 있다. 전국 평균가를 기준으로 적정 마진 비율을 두고 그 범위 외의 가격으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는 약이 "싸다고 많이 나가는 게 아니다"라며

따로 마련한 어린이 투약대
"이런 원리와 근거를 설명하면 환자들도 이해하고 더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10여평 남짓한 약국내에 컴퓨터만 3대이고 프린터도 3대나 있다. 이는 정확하고 신속한 조제와 정확한 재고관리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고 발바르게 응대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여 약국현장과 약사법이나 보건행정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데이타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면, 소아환자의 시럽제를 매주 실재고량과 컴퓨터 재고량을 대조한다. 이러는 이유는 시럽조제 때마다 1~2ml씩 더 요구하는 고객으로 인해서 약국이 어느 정도의 손실을 보는지를 통계화해 이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완시켜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한 청구불일치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제약사와 보건당국에 질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목소리 하나 하나들이 약사직능을 살리고 수가협상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목요연하게 진열된 OTC
별다른 창고 없이 재고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이러한 관리 덕분이다. 하루 판매된 약만큼 주문하고 이상의 여분을 두지 않는다.

6개월간 진열해서 판매되지 않는 건 반품하고 신제품으로 채워놓는다. 10평 남짓 약국에 늘 새롭고,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은 제품만 진열할 수 있는 노하우다.

"우리 직원과 저는 사실 피곤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스템을 체계화 해놓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합니다. 약사 저 혼자지만, 큰 무리가 없는 게 이런 장치들 덕분이에요.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약국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만 갖춘 가벼운 포스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른 약국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일목요연하게 진열된 OTC
"정책은 결국 '일상과 생활'의 효율화"

민관필 약사는 이렇듯 약국을 '물 샐 틈 없이' 관리해보며 느낀 점이 있기에 정책과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대다수 약국이 이만큼 관리를 하기에 어려운 이유, 처방수가를 정상화 해야 하는 이유. 정책의 문제다.

"정책은 생활의 문제에요. 약사들의 약국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정책이죠.

산제 조제하는 약사들의 호흡기 건강이 염려된다면 미세먼지를 측정해 이를 산제수가에 반영토록 해야 하죠. 한국적 조제환경이 독특하다면 그걸 변화하거나 수가로 보상받도록 노력해야죠."

그는 이 모두 약사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민관필 약사
"필요한 자료들이 제대로 없어요. 이런 약국 환경에 대한 데이터가 말이죠. 이런 걸 개선해보고 싶어 정책기획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책은 결국 아이디어에요.

생활을 바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일이죠. 많은 일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민관필 약사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작은 것 부터 바꿔보자'는 작지만 강렬한 당부였다.

"작은 거라도 하나부터 바꿔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약을 진열하는 거,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거, 복약상담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거. 무엇이든지요.

장기적으로는 분명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아직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다른 약사님들께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을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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