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든 독립운동…'열사가 된 의사 88인' 책속에
- 이혜경
- 2017-01-05 0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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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사100년기념재단 신년하례회 맞춰 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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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제상회. 도산 안창호 선생이 동지를 규합해 비밀회의를 열었던 장소다. 세브란스병원 구내의 김필순 선생의 집, 그리고 김필순 형제가 운영하던 김형제상회는 의사 독립운동의 출발과 같다.
한국의사100년기념재단은 4일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맞춰 뜻깊은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열사가 된 의사들-의사독립운동사'. 이 책은 그동안 밝혀진 의사독립운동가 가운데 주목할 만한 10인의 역사적 사실을 소설 형식으로 구성했다.
영화 '암살', '밀정' 속 독립운동가 처럼 의사 독립운동가들의 스토리 또한 다이나믹하게 펼쳐진다. 2008년 대한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둔 2006년부터 10년간 의사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추적한 한국의사100년기념재단.
재단은 의대생을 포함해 현재까지 의사 독립운동가 156명을 찾아냈다. 공훈 심사가 완료된 의사 독립운동가와 공훈 심사가 진행 중인 의사 독립운동가 88인이다.

몽골의 신의 이태준, 이상촌을 건설한 김필순, 신분을 뛰어넘은 박서양, 무장투쟁에 앞장선 나창헌, 격변의 시대를 관통한 서재필, 공중보건을 꿈꾼 김창세, 이완용을 척살하라 오복원, 독일이 사랑한 작가 이의경, 불꽃으로 타오르다 장지락, 새벽하늘에 뜬 별 최정숙.
도산 안창호 선생의 권유로 비밀단체인 '청년학우회' 주요 멤버로 활동하면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 이후 고문을 받고 다친 안창호를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해준 인물, 이태준.
영화 '밀정' 스토리 배경에 의사 이태준이 숨어있다. 그는 김원봉에게 폭탄전문가 마자르를 북경으로 보내고, 몽골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채 1921년 일본과 연계한 러시아 운게른 부대에 의해 체포되면서 처형됐다.
세브란스병원 외래 책임자였던 김필순은 안창호, 김구, 신채호 등과 함께 신민회의 핵심 인물이다. 김필순과 안창호는 의형제와 다름 없었고, 집안 자체가 독립운동가 명문가로 불렸다.
김필순의 아들 김염은 중국에서 추앙받는 영화배우이자 독립운동가였지만, 모택동의 부인이자 배우인 강청은 김염을 '커피와 버터를 좋아한 박형명 양파분자'로 몰아세웠고, 그렇게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백정의 아들인 박서양은 만주와 연해주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나선 상동청년회, 신민회 회원들과 친교를 나눴지만 조직에 들어가지 않았다. 책에서는 이유로 백정 출신이라는 거부감 때문일 것으로 내다봤다.
'임시정부에 나창헌이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은 백범 김구 선생이 간부들과 회의하는 자리에서 자주 꺼냈던 말이라고 한다. 경선의전 2학년 재학 중 3.1운동에 참가한 나창헌은 백범의 신예를 받아 임시정부 임시 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승만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
의사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인물 서재필. 그는 조선인이 만든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을 창간한 인물이다.
사립 명문 해리힐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과대학을 진학할 무렵, 빌링스 박사를 만나 의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필립제이손상회를 운영하면서 사업가로 명성을 알렸지만, 1919년 3.1운동 이후 본업을 접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재필 87년 인생을 보면, 정치가, 혁명가, 계몽운동가, 언론인,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시기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일생을 의사의 길을 걸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의 일생이 서재필을 시대의 선구자로 평가하고 있다.
도산의 손아래 동서 김창세. 그는 1927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사직하고 그해 상해 위생교육협회 현장책임자로 취임하면서 중국 25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위생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인물이다. 윤봉길 의거 직후 체포된 안창호 구명을 위해 뛰어다니기도 했다.
을사오적으로 이름을 올린 오복원은 독학으로 경성의전에 들어갔지만, 동교생 김용문과 이원용 척살에 가담했다가 투옥당해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다.
3.1운동에 참가한 뒤 체포를 피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유럽행. 이의경은 독일에서 엄습하는 고독에 맞서 '압록강은 흐른다'를 출판했고, 막쉬밀러의 '독일인의 사랑'과 더불어 독일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소설에 손꼽힌다. 의열단에 가입한 장지락은 전선으로 가는 도중 처형을 당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여의사가 장식한다. 독립운동가, 의사, 제주 최초의 여성 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최정숙. 그는 평생 독신으로 민족과 이웃을 위해 헌신했고, 신성여학교 낡은 관사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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