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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신약개발이 만나면…일주일만에 후보물질 '뚝딱'14년에서 4년으로, 20조원에서 1조원으로.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이만큼 절약될 수 있을까.줄어들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신약개발의 가치와 어려움을 이미 알고 있다면,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처럼 '절대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어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수십만 개 기보로 바둑을 학습하는 사이, 어떤 인공지능은 수천, 수만 건의 논문과 수십, 수백만 건의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질병을 치료할 신물질을 빠르게 찾고 있다. 또 다른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실험 결과를 모두 스크리닝해, 실험하지 않고도 정확도 높은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일주일만에 후보물질 5개를 뚝딱 골라낸 '베네볼렌트 AI'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다시 봐도 놀라운 건 신약개발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온 지금까지 성과들이다.얀센과 후보물질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한 인공지능 개발사 베네볼렌트의 인공지능은 한나절 만에 루게릭병을 치료할 잠재적인 방법 리스트를 작성했다. 과학자 검토를 거친 후 인공지능은 그로부터 또 일주일만에 리스트 중 루게릭병 치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치료제 5가지를 추려 연구소로 보내왔다.또 다른 인공지능 개발사 엑스사이엔티아가 찾아낸 정신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은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엑스사이엔티아는 후보 물질을 단 1년 만에 찾아냈다. 기존 방식으로 4.5년이 걸리는 일이었다.이외에도 아톰와이즈의 아톰넷, IBM 등 수많은 IT 기업과 벤처회사가 제약사와 손잡고 신약이 될 물질을 찾고 임상시험 결과를 예측하면서 '신약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베네볼런트 홈페이지(출처:https://benevolent.ai/)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받아들여야 할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더 이상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막연하고 모호하며 지금 일상과는 관계 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이르면 당장 내년 즈음 약국에서 인공지능이 골라낸 후보물질에서 기인한 파킨슨 병 치료제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고 있을 지 모른다.이 기사를 쓰는 기자 역시 이르면 1년 안에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첫 신약, 식약처 허가 완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쓸 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믿기지 않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교육받은 전문인력 수십, 수백 명이 투입돼 해온 일을, 인공지능 혼자 1, 2년만에 해낸 건, 바로 인공지능이 방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연계해 결과를 추론하고 예측하도록 '학습'하기 때문이다.인공지능의 무수히 많은 주요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배영우 전문위원과 기자의 대화 일부를 소개한다.한국IBM에서 26년간 인공지능을 연구해온, 그러다 신약개발을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분야가 '내 일이다'라는 확신에 퇴사 후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정책위원회 4차산업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배영우 박사는 '인공지능을 알아보니, 마치 계산기를 쓰던 사람이 엑셀을 만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좋은 비유"라고 동의했다.아톰와이즈 홈페이지(출처:https://www.atomwise.com/) 매커니즘은 이렇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학문과 연구, 전문가, 지식, 기술이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필요한데, 여기에서 후보물질 도출에서부터 인공지능의 데이터 취합과 분석, 연계, 도출 기능이 힘을 발휘한다.배 위원은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엑셀과 같다. 기능을 숙지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낯섦에 대한 막연한 거부반응 정도'라고 답했다. 효과와 효율이라는 빛에 비하면 '부작용'이라 할 만한 어둠은 미미한 수준이다.그는 "신약개발은 화학, 생물학, 물리학, 의학, 약학 등 수많은 단계에 수많은 학문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그만큼 각기 다 다른 단계마다, 각각의 기능마다 서로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 모든 인공지능을 제공하는 회사는 없다. 각각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그 프로그램의 수만큼 각기 다른 많은 업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현장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원하는 툴은 '원하는 주제 별 필요한 정보를 요약하는 기능', 즉 서머라이제이션(summarization)이다. '폐암'에 관련된 모든 자료와 논문을 모아 그 중 내가 원하는 주제에 따른 데이터를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길 원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기능이 가장 잘 구현된 인공지능은 IBM이 개발한 암 진단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다.배 위원은 "의사들은 내가 간과한 걸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중요하다 여기는 쪽으로만 지식과 연구가 함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정보를 보완해주는 기능이 꼭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놓친 후보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한, 인공지능의 예측 기능을 통해 임상 효율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다.그는 "전임상 단계에서만 평균 15만 마리의 쥐가 죽는다. 인곤지능이 기존 자료를 통해 도출한 결론으로 실험 결과를 정확도 높게 예측한다면 동물실험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생체, 인체 내 반응, 안전성이 어떨지를 예측하면 좋지 않겠나"라며 "여기에 인공지능이 또 많이 발전하고 있다. 학습을 통해 예측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업계는 인공지능의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면 개량신약 정도의 약물에서 아예 시험 패스가 가능하지 않을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개발 추진단을 꾸린다는 입장을 발표한 기자간담회 모습. 인공지능으로 '9회말 역전 만루 홈런' 노리는 국내 제약사들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다. 다행인 것은 정부도 그 중요성을 감지하고 있다.미국 FDA만 해도, FDA 자체가 AI전문 인사를 영입하는 등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어 대안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개발 지원에 거대 예산은 물론 제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과기정통부는 "별도의 법령 제·개정 없이 가이드라인 마련 만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데이터를 통해 단기에 성과 창출이 기대되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며 당장 법적 규제 없이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배 위원은 "현재 인공지능의 신약개발에 대해 정부 태도는 상당히 전향적이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 만으로도 지금까지 정부의 태도에 비해 상당한 오픈마인드를 보이는 것이다. 당장 병원에 왓슨이 도입되는 것을 보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나라 법률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해 좀 더 자유로운 연구와 상용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로드맵 이러한 분위기에서 제약바이오협회가 설립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추진단은 지난해 TF에 참가하는 국내 제약사 R&D 담당 관계자들과 IBM 본사 연구진들이 웹콘퍼런스를 여는 등 의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협회 관계자는 "수요 조사 끝에 국내제약사 17곳이 참여하기로 결정해 TF가 꾸려졌다. 올해 초 추진단을 통해 현재 왓슨디스커버리 프로그램 무료 테스트(체험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배 위원은 "인공지능 사용 경험을 쌓자는 취지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시범 사용(pre-trier)하되, 인공지능 회사가 제공하는 기능을 유료로 사용하는 수준으로 제한 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인공지능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으로 가능한 모든 인공지능 업체에 접촉하고 세션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제약사가 인공지능을 통해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로 임상에 들어갈 날이 곧 올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것이다.인공지능과 제약사 협업은 이미 진행 중..."인공지능도 진화하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정책위원회 4차산업 전문위원 배영우 박사그는 이러한 트렌드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이 인공지능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너무 뻔한 정답을 외면할 제약사가 있겠냐는 것이다.그는 "계산기에 익숙한 사람은 엑셀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계산기로 안 되는 것들을 엑셀로는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그저 툴이다. 다만 전문가가 사용하는 툴로, 그 효과가 아주 혁신적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이어 "이미 신약후보 물질 리스트를 확보한 인공지능 업체들이 제약사에 이 후보군을 두고 협업하고 계약을 맺고 있다. 신약개발 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결국, 사람들이 실험과 시험에 따라 만들어 놓은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우리가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 분야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예측했다."지금 현재 모든 질병과 모든 성분,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통합적으로 다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은 없다. 만들려 해도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적응증 별로, 질병 별로 각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를 연관 분석하는 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폐암 전문 인공지능', '백혈병 전문 인공지능'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인공지능도 각자 영역을 구축해 전문화되지 않겠느냐." 정부가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쏟아붓는 돈 '1조5960억원' 정부가 2022년까지 맞춤형 헬스케어와 혁신신약 개발에 4조3500억원을 투자한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지난달 28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이같이 논의했다. 특히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예산은 1조5960억원 규모이며,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가 합동으로 참여한다.구체적인 복안은 2022년까지 글로벌 신약개발 성과를 15개 창출하고, 신약 후보물질 129개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인공지능이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과기정통부는 2월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 개발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단축한다고 밝혔다.2월 사업공고를 거쳐 올해 상반기 화학(연)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문 기업, 연구소, 연구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검증을 거쳐 연구자와 기업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2019년 개방한다는 방침이다.2018-06-04 12:30:34정혜진 -
"외부인사 영입 필연"…제약산업 인맥지도 '지형 변화'외부 인사 영입은 기업의 부족한 점을 가장 쉽게 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국내 제약기업들이 다국적 제약사 출신 임원을 전문경영인이나 특정 사업부 대표 등으로 발탁하는 사례는 이미 수년 전부터 포착돼 왔다.다국적사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아온 임원이 국내사에 합류할 경우, 코프로모션 계약을 통한 내수시장 확대는 물론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2013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지 2년여 만에 김영주 사장을 영입한 종근당이 대표적인 예다. 김영주 사장(64년생)은 고려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뒤 미국 롱아일랜드 대학원에서 면역학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1993년 한독을 시작으로 스미스클라인비참, 릴리, 노바티스 영업·마케팅 총괄을 거쳤으며, 2007년부터 머크세로노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머크 재직 당시 전문의약품 사업 부문을 크게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 사장은 지난 5년간 코프로모션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종근당 매출 규모를 8000억원대로 키웠다. MSD의 자누비아와 바이토린, 아토젯 등 대형품목의 판권도입과 공격적인 신약개발 투자는 김 사장 합류 이후 두드러지는 변화다.지난해 말에는 화이자의 폐렴구균 예방백신 프리베나13의 국내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백신시장 진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글로벌 백신 강자 GSK에서 근무했던 김 사장의 이력은 종근당의 백신시장 진출설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재선임안이 통과되면서 임기가 3년 더 늘어났다.종근당 등기임원 명단에는 가톨릭대학원 의학박사 출신으로 머크 세로노 MD를 거친 김기원 의학실장(전무)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산신약 20호 '듀비에' 개발로 역량을 인정받아온 김성곤 효종연구소장은 미국 퍼듀대학에서 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머크(MSD) 선임연구원을 거쳐 종근당에 합류한 사례다.5년째 보령제약을 이끌고 있는 최태홍 사장도 비슷한 행보를 밟았다. #보령제약은 사노피코리아 출신으로 7년 10개월간 재직한 김광호 사장의 후임자로 얀센 출신 최태홍 사장을 발탁했다. 서울약대 출신의 최태홍 사장(57년생)은 1987년 한국얀센에 입사한 뒤 한국얀센 부사장과 한국 홍콩 얀센 총괄 사장, 북아시아지역 총괄사장 등을 역임한 소위 '얀센맨'이다.2013년 보령제약에 합류한 최 사장은 이듬해 카나브를 멕시코 시장에 론칭하며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결과 멕시코에서 내과 점유율 약 11.4%로 전체 3위(2017년 9월 기준)를 차지하는 블록버스터로 키웠다. 올해는 러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지역까지 처방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신약으로의 도약을 본격화 한다는 목표다.최태홍 사장 외에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한독 ETC 사업본부를 이끌었던 김상진(65년생) 부사장과 박제화 동화약품(51년생)이 서울약대를 졸업한 뒤 얀센 사장을 지냈다는 공통점은 흥미롭다. 그 외에도 제약업계에서 다국적사 출신 대표들의 활약은 쉽게 찾을 수 있다. 2010년 한독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의사 출신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던 김철준 사장(52년생) 역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장에 이어 한국MSD 대외정책 및 과학업무담당 부사장직을 지낸 이력을 갖췄다. 2006년 한독 전략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2009년 대표이사 부사장,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김 사장은 올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장수 CEO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동화약품은 2012년 얀센 출신 박제화 사장을 사장을 시작으로 줄곧 다국적사 출신 최고경영자를 고집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OTC 사업본부 상무이사 출신으로 2015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던 오희수 전임사장(68년생)을 제외할 때 박제화, 이숭래 전임사장과 지금은 휴젤로 자리를 옮긴 손지훈 사장이 각각 얀센과 화이자, 박스터 출신이었다. 올해 초 새롭게 선임된 유광열 대표는 화이자 컨슈머 헬스케어 대표와 DKSH코리아 헬스케어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동화약품 전에는 지오영 그룹총괄 사장을 맡았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LG화학과 #동아에스티의 변화된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해 한미약품 출신 손지웅 부사장(64년생)을 생명과학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창립 첫 외부 인사를 단행한 LG화학은 같은 해 8월 사업개발 부문에 한미약품 출신 김창숙 상무(74년생)를 추가 영입했다. 최근에는 SK케미칼 출신 문준식 상무를 임상개발센터장에 스카우트한 것으로 확인된다.회사 설립 이래 첫 외부 인사를 영입한 동아에스티는 올해 초 한국오츠카제약 엄대식 회장(61년생)을 대표이사직에 선임했다. 엄 회장이 동아에스티 비상근이사를 역임해 회사 사정에 정통한 데다, 한국오츠카제약 대표로 15년 간 재직하며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역량과 리더십 때문이란 설명이다.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한 뒤 1987년 한국오츠카제약에 입사해 영업본부장과 대표이사 사장, 회장직을 맡았던 엄 회장은 일신상 사유로 사임한 강수형 대표의 뒤를 이어 지난 3월 동아에스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주주총회 당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등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에 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최근에는 중견제약사들 사이에서 국내 제약사 임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웅제약 출신 임원이 7명 포진하고 있는 서울제약이 대표격이다. #서울제약은 2015년 대웅제약 출신 김정호 사장(58년생) 영입 이후 이례적으로 대웅제약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른바 '대웅사단'이란 별칭까지 회자됐다.2017년 사업보고서에 등재된 등기임원 명단에는 박종전 부회장(49년생)과 박재홍 부사장(62년생), 이진호 부사장(52년생)이 대웅제약 출신이다. 미등기임원인 정종근(56년생) 부사장, 윤대수 상무(64년생), 이도영 이사(70년생)까지 합칠 경우 총 7명이 대웅제약 출신으로 확인된다. 경영총괄부터 개발, 경영관리, 생산, 연구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보직을 대웅 출신이 꿰차고 있는 셈이다.2018-06-04 06:30:50안경진 -
조제실 문턱까지 다가온 AI…19만개 약물 상호작용 예측로봇이 약을 조제하고, 인공지능(AI)이 약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시대가 됐다. 의사, 약사 고유 권한이던 약물의 처방, 조제, 투약도 이제 AI가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사람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일부 대형 병원에서 로봇이 조제를 하고, 사람이 하기 어려운 특정 분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그 수를 더 늘릴 방침도 내놓고 있다. 일찌감치 조제 로봇을 들여온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항암조제에 있어 로봇 한대가 약사 두명의 몫을 한다고 평가했다.로봇을 넘어 인공지능도 약사의 직능 깊숙이 영향을 미칠 태세다. 최근 KAIST 이상엽 특훈교수와 김현욱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딥DDI'는 인공지능 핵심기술인 딥러닝을 이용해 약물 대 약물, 약물 대 음식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낸다. 이 시스템을 통해 19만여가지 약물의 상호작용, 대체 약물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정확도는 100%에 가깝다.삼성서울병원 항암조제로봇. 긍정적 효과에 병원 측은 로봇 수를 늘릴 방침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시스템은 효과적인 약물 처방은 물론 환자의 복약순응도 향상을 위한 투약과 복약지도, 나아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릴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약사들이 묵묵히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며 약물을 다루는 전문 영역으로 편입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한다.약물 상호작용 AI로 예측하는 시대…상용화는최근 개발된 딥디디아이 (DeepDDI)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이용, 약물-약물, 약물-음식 간 상호작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여기서 딥러닝은 여러 비선형 변환기법의 조화를 통해 복잡한 데이터로부터 주요 특징을 찾아내는 기계학습 방법론이다.이번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처방권과 투약, 복약지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간 대형병원에만 해당될법 했던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기술이 동네 약국, 약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이번 시스템을 위해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 중인 2159개 약물 정보를 담고 있는 ‘드러그뱅크’ DB를 활용했다. 이 DB에서 실험적으로 밝혀진 19만2284쌍의 약물 간 상호작용을 학습시켰다고 밝혔다.인공지능 약물 상호작용 예측 약물 상호작용의 예측 원리는 이렇다. 먼저 관심있는 약물 A와 B를 딥DDI에 입력하면 시스템이 판매가 허가된 약물들과 두 약물 간 구조적 유사성, 상호작용을 각각 비교 분석한다. 이때 약물의 상호작용은 약물 간에 나타나는 86가지 작용으로 분류되고, 이렇게 추출한 약물 A와 B의 특징 데이터는 8개 층으로 이뤄진 심층인공신경망(DNN)을 통과하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호작용 예측 결과가 추출된다.예측 결과는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영문 문장으로 출력되는데 예를 들어 “The metabolism of Drug B can be decreased when combined with Drug A(약물 A를 약물 B와 함께 복용시 약물 B의 약물 대사가 감소될 수 있다)”라는 식이다. 기존 약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와 그 결과가 “약물 A와 B를 함께 사용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식의 제한적 정보를 제공했던 점에 비해 이번 시스템의 그 원인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게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카이스트 이상엽 교수. 같은 원리로 약물과 식품 간 상호작용의 예측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푸드팁 DB를 활용 300만가지 음식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해 약물과 음식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호작용도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적용하면 약물 대 약물, 약물 대 음식의 상호작용을 92.4%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상엽 교수는 "기존 약물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는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 정도를 예측했다면 이번 시스템은 약물 구체적 약리작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게 차이점"이라며 "더불어 상호작용 중 유해반응,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체약물은 물론 특정 약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음식을 구별해 내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개발자는 이번 기술 상용화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적지 않은 어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등에서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제안을 해왔다는 것. 약물, 음식이 그 중심이란 점에서 이번 기술의 상용화는 물론이고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이란게 연구팀의 생각이다.이 교수는 "처방하는 병원과 조제, 복약지도를 하는 약국에서도 관련 정보를 통해 약효를 높일 수 있는 처방과 복약지도가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약의 전문가인 의, 약사가 새롭게 발견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위기라고?…약사 하기 따라 AI는 조력자 될 것"딥DDI를 개발한 이상엽 교수는 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시스템, 그 속에서 의, 약사의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확장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번 딥DDI의 경우도 현재의 연구 결과는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연구 성과가 더 확장될 수 있고, 이미 시행 중이라고도 귀띔했다.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그리고 헬스케어 시장으로의 연관은 그간 고유의 영역에서 각자의 전문 역할을 담당해 왔던 헬스케어 전문가들에는 위기가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약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조사'에서 2025년에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직업을 분석한 결과, 보건·의료 분야에선 약사·한약사가 68.3%로 대체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일본에서 상용화 예정인 복약상담 로봇.논리, 창의력에서부터 사람 파악, 설득 능력 등 5가지 항목 44가지 역량을 따져 분석·비교한 결과로, 현재로선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비교적 약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성이 큰 직능이란 것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예측 결과에 대해 전제를 달았다. 약사가 현재의 역할만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시대에 맞춰 역할 변화를 고민하고 대비할 것이냐에 따라 10년 후 약사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인공지능이 발전할 수록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의 필요성은 더 강화될 수 밖에 없고, 환자를 만나는 약사가 고유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고 키우느냐에 따라 약사의 가치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강민구 우석대 약대 교수는 "헬스케어 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며 "AI가 직능을 대체, 또는 침해할 것이냐 아니면 조력자가 될 것이냐는 그 직능이 갖고 있는 비전과 준비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강 교수는 또 "인공지능이 발달할 수록 사람은 감성적 부분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약사도 이 부분을 발전시킬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단순 약을 다루는 업무를 넘어 커뮤니케이터, 케어기버, 티쳐, 리서쳐, 리더로서 역할을 향상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선 약대 차원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약사사회 내부적으로 약사 직능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미션에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2018-06-02 06:30:53김지은 -
제약, 끈끈한 인맥지도...학교·지역 네트워크 형성제약산업계는 특별한 인맥지도가 존재한다. 학연, 지연을 포함해 순혈주의, 대물림 경영까지 각양각색이다. 특정 제약사 출신을 대거 영입해 노하우를 흡수하기도 한다.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경영 사안 의견을 내고 법적 책임도 지는 등기임원은 회사가 추구하는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데일리팜은 등기임원을 중심으로 제약사별 인맥 지도 특징을 살펴봤다. 자료는 1분기 보고서를 참고했다. SK케미칼은 서울대 출신 등기임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오너 최창원 부회장을 중심으로 화학(Green Chemicals Biz)과 제약(Life Science Biz.) 부문을 각각 김철 대표이사 사장, 박만훈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3인의 공통 키워드는 '서울대'다. 최창원 심리학, 김철 경제학, 박만훈 분자생물학 등 전공은 다르지만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비상근 등기임원으로 시선을 넓혀봐도 서울대 출신이 포진해 있다. 최정환·안덕근 사외이사는 각각 법학과 국제경제학을 서울대에서 공부했다.SK케미칼 등기임원(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5명 중 4명이 서울대 출신인 셈이다. 다만 서로 전공이 달라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비씨월드제약도 서울대 출신이 수두룩하다. 특히 서울대 약학 전공자가 많다. 홍성한 사장이 서울대 약대 출신이다.홍 대표를 비롯해 등기이사 중 서혜란 수석부사장, 이승철 부사장, 김국현 사외이사 등이 서울대 약학을 전공했다. 전만복 사외이사도 약학은 아니지만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유한양행은 순혈주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이정희 대표이사 사장, 조욱제·박종현 부사장, 김상철·이영래·이병만 전무이사 모두 유한양행 출신이다. 말단 직원이 대표까지 오를 수 있는 몇 곳 안되는 제약사다.유한양행은 2명의 부사장을 두고 향후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놓고 경합시키는 전통을 갖고 있다. 향후 두 부사장이 변수가 없는 한 대표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유한양행이 순혈주의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수인 R&D 분야는 외부 수혈을 택하기도 한다. 현 연구소장인 최순규 전무는 녹십자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출신이다.제약업계 순혈주의 기업은 유한양행 외 동아ST, LG화학 등이 꼽힌다. 이들 업체도 내부 경쟁을 통해 대표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최근들어 동아ST와 LG화학도 R&D 파트 부문은 외부 수혈을 단행 중이다. 동아ST는 올 3월 한국오츠카제약 회장 출신 엄대식씨를 단독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동아ST의 첫 외부 영입 최고경영진이다.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구 LG생명과학)도 지난해 생명과학본부장에 한미약품 출신 손지웅 부사장을 앉히며 창립 첫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최근에는 임상개발센터장에 SK케미칼 출신 문준식 상무를 스카우트했다. 사업개발(BD) 부문은 한미약품 출신 김창숙 상무가 맡고 있다.종근당은 영업 핵심 임원에 충청도 라인이 포진하고 있다. 김창규 부사장, 정광희 전무, 송일섭·이승희 상무, 나성범 이사는 충북대 또는 충남대를 나왔다. 김학형 이사는 경북대학원 출신이다.종근당 창업주 고(故) 고촌(高村) 이종근(李鍾根) 회장은 당진 출신이다.셀트리온은 건국대 라인이 존재한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김만훈 대표이사가 각각 건국대 산업공학과, 미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삼진제약과 경동제약은 중앙대, 성균관대 출신 등기임원이 많다.조의환 대표이사 회장, 이성우 대표이사 사장, 최영욱·황완균 사외이사가 모두 중앙대 약학을 전공하거나 동 대학원 약학박사 출신이다.최승주 대표이사 회장(약학)이 나온 충북대 출신도 많다. 미등기임원인 오갑진(약학)·이순환(화학)·신범규(약학) 이사는 충북대 대학원을 나왔다.경동제약은 류덕희 대표이사 회장(화학과), 류기성 대표이사 부회장(경영대학원 석사), 박원교 전무(성균관대 대학원 약학석사) 등 핵심 등기임원 3인이 성균관대를 나왔다. 일성신약은 대물림 대표 제약사로 평가받는다. 제약업계에서 2,3,4세 가업 승계는 빈번하지만 가족을 등기임원으로 채우는 곳은 드물다.일성신약 등기임원은 총 7명인데 5명이 가족으로 구성됐다. 윤석근 대표이사, 윤병강 회장, 윤덕근 상무이사, 윤종호·윤종욱 이사가 그렇다. 비등기임원 중에 윤형진 상무이사도 윤씨 일가다.출처: 분기보고서2018-06-01 06:30:50이석준 -
중국 헬스케어 박람회장에서 만난 한국 업체들[2018 중국 상하이 헬스케어 박람회]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헬스케어 박람회장에 한국 업체들이 등장했다.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간 중국 '상하이 국제전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tHIS(The Health Industry Summit) 2018 박람회에서 CMEF(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와 NHNE (Natural Health & Nutrition Expo)에 한국 업체들이 참가했다.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업체는 약 30여 곳. 이들 대부분은 의료기기 업체로, 의료기기 전시장인 CMEF 국제관 중 'KOREA' 파트에 부스를 마련했다.이 중 10여년 전부터 중국 박람회에 참여하며 꾸준하게 시장을 넓혀온 인바디와 BR팜, 이번 박람회 참여를 시작으로 중국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경남제약을 12일 데일리팜이 만났다. 중국 유통업체들 한국업체에 관심..."전망 밝다"박람회 부스 유치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업체 수는 예년보다 약간 줄어들었다. 지난해 국제문제로 큰 이슈가 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 우리나라의 교역 위축 영향 때문이다.이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가 많이 개선되고 한-중 교역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 하지만, 이번 전시회 부스를 유치한 시기에는 사드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전시회에 부스를 마련한 한국 업체들은 대부분 상담과 판매로 분주한 상태였다.의료기기 전시장인 CMEF 한국관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이 붐빈 부스는 '인바디'였다. 인바디는 국내에도 잘 알려졌듯, 체지방과 근육량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CMEF에는 4년 전부터 봄과 가을, 1년에 두차례 모두 참여하고 있다.인바디 전시부스 인바디 중국지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 시장 매출은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셈"이라며 "이번 박람회장에서도 일반인과 바이어들 반응이 좋다. 관람객을 유치하고자 근육량을 측정해주고 있는데, 측정된 근육량을 축적해 1000kg 단위에 당첨되는 분에게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현재 인바디는 국공립 병원과 민영 병원, 검진센터, 피트니스 센터, 학교, 기업, 미용센터 등 중국에서도 매우 다양한 곳에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더 많은 곳에서 인바디를 미용과 다이어트, 혹은 직원 복리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중국에도 비슷한 제품이 나와있으나, 우리 브랜드와 가격 차이가 꽤 난다. 인바디는 고가 전략을 취해왔지만 최근 저렴한 상품을 출시해 저가시장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며 "올해는 가정용 모델을 처음으로 출시했는데, 전시장에서 일반인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체질량 측정 기구 시장의 확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역시 건강이 큰 관심사가 되면서 인바디 실적도 비례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전망이 밝다고 본다"며 "이번 전시에서도 새로운 제품을 찾는 유통업체, 병원 관계자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BR팜 전시부스 한국 업체 중 보톡스와 필러를 전시한 한국 기업 BR팜도 도매업체와 일반 소비자들이 부스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BR팜은 한국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에 초점을 맞춘 필러, 보톡스 공급 업체로, 병원관계자와 의사, 유통업체들과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BR팜 관계자는 "우리 기술로 최근 화장품을 출시했다. 부스를 찾은 일반인들은 화장품에 대해 많이 문의한다. 시술 과정을 담은 영상에는 젊은 여성들이 머물러 주의깊게 지켜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경남제약 전시부스 경남제약 "과립 형태 비타민, 중국선 생소해"부스를 세운 주요 업체들과 국내 제약사 중 거의 유일하게 이번 전시회에 참여해 NHNE파트에 부스를 마련한 경남제약은 2017년 중국식약청인 CFDA의 레모나 보건식품 승인을 계기로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이날 부스에는 역시 많은 중국업체들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한국 제품', '레모나'라는 브랜드 파워와 함께 현재 중국 건강기능식품 최대 인기 품목이 비타민이라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경남제약 관계자는 "어제오늘 중국 온라인업체들과 수차례 미팅을 가졌다. 일반 유통체인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서 과립형태의 비타민은 아직 생소하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가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그는 "바이어들에게 '레모나'와 '레몬비타C'가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산균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어린이제품을 문의하는 바이어가 많다. 젤리 형태로 만들어 어린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인데, 최근 중국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경남제약은 3년만에 취득한 '보건식품' 지위를 활용해 올해를 중국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고자 중국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법인 설립이 완료됐고, 중국 전문가를 영입했다. 상하이 사무실 계약과 직원 채용을 완료해 조만간 경남제약 중국 지사가 문을 열 예정이다.2018-04-19 12:27:02정혜진 -
일본 소비자, 편의점 아닌 드럭스토어 가는 이유지난 14일부터 도쿄에서 열린 '제18회 일본 드럭스토어쇼'에는 이색적인 제품들이 대거 전시됐다.'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로 볼 수도 있겠다. 드럭스토어에 적용할 수 있는 무인계산기와 RFID 인식으로 인한 자동 품목재고 측정기가 약국체인이 모이는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전시된 무인계산기는 이제 더이상 '계산원'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계산기는 소비자가 구매할 제품을 테이블 중간에 패인 공간에 넣으면, 제품마다 부착된 RFID 태그를 자동으로 인식해 자동 계산을 진행한다. 이 기계는 제품을 비닐봉투에 담아 포장하는 단계까지 자동으로 진행한다.드럭스토어쇼에 전시된 무인계산기. RFID 바코드가 있어 가능한 시스템이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이 RFID는 비단 계산할 때만 필요한 건 아니었다. 넓은 매장, 수백수천 가지 품목의 재고조사를 단시간에 처리하기 위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 리더기로 훑으면 제품마다 부착된 바코드를 자동으로 읽어 재고 파악이 가능한 시스템이다.IT기술이 앞서간다는 우리나라의 약국들이 시도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사이, 일본 드럭스토어 체인은 자동화, 전산화된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일본 소비자가 병원·편의점보다 드럭스토어 찾는 이유온누리약국체인이 나흘 간 방문한 드럭스토어는 약 아홉 곳. 마츠모토키요시와 스기약국, 도모즈, 선드럭, 웰시아 등 유명 드럭스토어체인의 여러 지점을 방문해 이들의 매장 관리법을 살폈다.이들 매장의 제품 진열을 살피기 전, 먼저 일본 드럭스토어가 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는 이유, 일본 소비자들이 드럭스토어를 찾는 이유를 먼저 물었다.우리나라 대형마트만 한 규모의 일본 드럭스토어 매장. 일본은 이러한 대형 드럭스토어 매장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온누리 관계자는 "드럭스토어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에게 물었다. 일본에서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통증이나 질환이 아닌 대다수의 소비자는 드럭스토어에 가서 일반의약품을 사 먹고 얼른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라고 한다"며 "또 생수를 사더라도 편의점보다 드럭스토어에 가는 이유는, 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즉 일본 소비자들은 '셀프메디케이션'이 생활화된 것인데,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일본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으려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환경적 요인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또 관계자는 "또, 일본 소비자들이 드럭스토어를 찾았을 때 구매 패턴을 물어보니, 소비자들은 'ㅇㅇㅇ를 달라'고 지명구매 하기 보다 불편하거나 아픈 곳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의약품 판매사나 약사에게 증상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이어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이나 건기식이나 의료기기, 무엇이 가장 적합할 지를 약사가 소비자에게 추천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발생한 '카테고리 매니지먼트'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대형 드럭스토어 매장 한쪽에 위치한 약사 조제 공간. (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매장 구성, 매뉴얼 기반으로 동선·카테고리 조절로 시작드럭스토어 브랜드마다 매장이 다르고, 같은 브랜드라 해도 지역과 위치에 따라 매장은 또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그러나 이들 매장 구성의 목표는 모두 같다.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갔을 때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상품을 사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온누리약국체인이 파악한 일본 드럭스토어 매장은 크게 ▲동선 관리 ▲카테고리 관리 ▲쇼핑을 돕는 제품 정보 관리 ▲전문가 상담 등으로 구성됐다.온누리 관계자는 "매장마다 위치와 구성은 다르다. 그러나 거의 모든 매장이 건강 카테고리를 중심에 두고 짜여져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며 "모든 매장이 입구와 오픈매대 위치에 따라 가장 눈에 띄는 곳,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에 의약품 등 건강 상품들이 진열돼있다"고 설명했다.어떤 드럭스토어나 매장 중심 공간은 의약품이 진열돼있는데, 드럭스토어 전체 매출 중 의약품 등 헬스케어 비중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았던 점을 상기할 수 있다.매장의 판매 주력 제품은 넓은 공간을 할애해 다른 제품보다 많은 재고를 한꺼번에 진열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사진: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일본은 알려진 대로 약사 외에 의약품 판매 관리사가 존재한다. 소비자가 의약품 매대에서 제품을 살피고 있으면, 관리사들이 다가가 찾는 제품, 불편한 곳을 물어보고 제품 구매를 돕는다.온누리 관계자는 "우리나라 약국은 이 판매사 역할을 약사가 하고 있다. 또는 소비자들이 궁금한 제품을 가져와 약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런 패턴을 활성화할 수 있는 매장 구성이 무엇일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일본 드럭스토어 매장은 동선 디자인과 제품 진열은 물론, POP·POG 게시 등이 모두 본사에서 정한 매뉴얼대로 이뤄진다. 매장 별 특징에 맞춰 변경, 조정할 수 있는 매니저 권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본사에서 정한 매뉴얼대로 모든 제품이 제자리에 존재한다.관계자는 "어느 매장이든, 누가 언제 진열하든 통일된 방침대로 소비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상세한 제품 설명과 시장 점유율 정보를 담은 제품 POG(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지팡이·보청기·만보기까지 '건강 카테고리'로 끌어안다드럭스토어 매장 중심은 의약품이고 건강이지만, 매장 규모가 커지면서 의약품 외에도 식품과 화장품, 의약외품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최근에는 일본 드럭스토어들도 더 많은 카테고리를 창출하고 있다.우리가 언뜻 '약국 판매 용품'으로 생각할 수 없는 안경, 지팡이, 보청기, 만보기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건강', '케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을 취급하면서, 드럭스토어가 판매하는 제품 카테고리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온누리 관계자는 "동선과 진열, 수많은 카테고리 확보, 제품 정보 제작과 게재까지 모든 요소를 약사 개인이 혼자 다 할 수 없다. 동선을 분석하고 배치할 수 있는 전문가의 견해, 상품 데이터베이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POP·POG도 그렇다"며 "일본은 마트나 편의점처럼 약국 또한 대기업에 의한 매장 디자인이 가능했기에 오늘날 드럭스토어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테고리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상품들. 모두 공통 카테고리 하에 의약품과 건기식, 의약외품, 공산품 등이 모여 진열됐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온누리 박종화 대표는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는 우리 약국들에게 생소할 수 있어도, 일본에서는 30년 전부터 실험을 거쳐온 방식이다. 벌써 10년 전 '드럭스토어 카테고리 매니지먼트를 이렇게 관리하라'는 간행물이 나오고 두루 읽힐 정도로 일반적이고 익숙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결국 이 모든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정립된 개념"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본 드럭스토어 업계가 몇십 년을 고민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며 "구조가 다른 한국 약국 시장이라 해도, 이러한 마인드와 효율적인 매장 운영 방식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2018-03-27 12:29:56정혜진 -
고성장 日 드럭스토어, M&A로 규모 늘리기 가속1970년에 등장해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 2018년 최신 경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드럭스토어 대형화'와 '양극화'라 할 수 있다.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도쿄 치바현 마쿠하리멧세 소재 '일본컨벤션센터'에서 제18회 일본 드럭스토어쇼가 열렸다.온누리약국체인은 박종화 대표를 비롯해 주요 팀장과 직원 등이 일본 드럭스토어와 약국의 최신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연수에 참여했다.일본드럭스토어협회(JACDS, Japan Association of Chain Drug Stores)가 주최한 드럭스토어쇼는 전시장에 현재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의 주요 지표를 게시했는데, 이 지표들은 모두 시장이 '성장과 확대' 중임을 보여줬다.일본 드럭스토어는 매출과 매장 수, 취급 품목 등 모든 수치에서 증가하고 있는데, 유독 단 하나 줄어들고 있는 것은 드럭스토어 기업 수다.제18회 일본 드럭스토어쇼 박람회(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매출 약 7조엔 육박...2년 전 비해 식품 군 크게 늘어지난해 드럭스토어 업계는 매출 6조8504억 엔을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약 70조 원에 육박하는 수치다.지난해 JACDS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드럭스토어 점포 1만6000여곳(JACDS 정회원사) 매출은 6조1325억 엔(약 61조원)이며, 2016년 매출은 6조4916억 엔에 이어 계속해서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주최 측은 "정회원 회사 84개사, 3066 점포의 유효 회답 값이 매출 5 조537억 엔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점포 약국 416개와 드럭스토어 1만9534 곳의 추정 매출액은 6조8504억 엔, 2016년도 대비 105.5% 성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이어 "상권 분배, 식품 취급 강화(확대), 외국인 관광객 수요 증가와 방문 증가에 의한 '원스톱 쇼핑의 효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출점이 전년 같은 대폭적인 성장을 주도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드럭스토어가 판매하는 제품군 별 매출을 보자.2015년 제품군 별 매출 비중 32.1%가 의약품(헬스케어), 일용잡화가 21.5%, 화장품이 21.2%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7년 통계를 보면, 헬스케어가 31.6%, 뷰티 케어가 20.9%, 홈 케어가 21.5%, 식품·기타가 26%로 나타났다. 헬스케어와 뷰티케어가 소폭 감소했으나 식품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일본 드럭스토어 시장 매출 성장(왼쪽)과 점포 수 증가세(오른쪽)(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M&A로 기업 수 줄었으나 매장·매출 계속 증가전체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이 성장을 주도한 건 대형 매장으로 보인다. 전체 드럭스토어 매장 중 대형 매장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협회 통계에 따르면 150평(약 500㎡) 이상 대평매장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약국 점포의 면적 변화'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190개 기업의 1만7184 곳 점포 집계에서 150~300평(500~1000㎡) 크기 매장이 7683 곳으로, 전체의 44.7%를 차지하고 있다.설명에 따르면, 약국(드럭스토어형이 아닌 약국 매장) 중심으로는 규모 변화가 없으나, 종전 150평 이상을 대형점이라 했을 때 전체 약국 중 최근 대형 매장 비율이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화' 경향이 한층 더 뚜렸해진 것이다. 일본 드럭스토어 150평 이상 대형점포 비중(왼쪽)과 판매 품목별 비중(오른쪽)(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협회는 "조제와 식품을 중심으로 취급 카테고리가 증가해 대형 매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대형 매장은 역전이나 번화가 등에 출점하는 소형 업체와의 양극화 추세를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온누리약국체인 관계자는 "매장과 매출은 늘고 있지만, 기업 수는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2000년만 해도 580개 정도의 기업이 경쟁했으나, 2016년 기준 드럭스토어 기업 수가 430여 개로 감소했다. 기업이 M&A를 통해 점차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일본 드럭스토어는 M&A로 끊임없이 경쟁력을 갖추고,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형 매장을 늘려 매출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이번 일본 드럭스토어쇼의 협회가 내놓은 시장 현황을 보면 그 경향이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도쿄의 한 드럭스토어 매장. 대형 할인마트 만한 매장 규모를 볼 수 있다.(사진: 온누리약국체인 제공) JACDS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의 약국 총 점포수는 지난 2016 년 조사보다 660 점포 증가한 1만9534 점포이다.협회는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드럭스토어들이 작은 상권에 위치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게 업체들도 조제와 식품판매 기능을 늘리고 관광객 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출점했다"고 밝혔다.이어 "한편 편의점, 할인 마트, 인터넷 판매 등 업종을 넘어선 경쟁은 격화되고 있어 각자 M&A 등을 통한 기업 수 감소세도 지속되고있다. 그러나 점포 수는 2000년 조사 개시 이래 15년 이상 계속 증가하고있다"며 "드럭스토어는 소비의 다양화, 협소 상권 진출, 고령화 대응 등 변화하는 상권을 정확하게 파악해 변모하고, 국민 생활에 침투해 지역 밀착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2018-03-26 12:29:33정혜진 -
"FDA, 한국제약산업 인식 달라졌다…전략적 접근을"의약품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지는 FDA(미국식품의약국)는 우리나라 허가에 비해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FDA 허들은 미국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그 외의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첩경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제품력만 앞세워 접근했다간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채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제품 이미지까지 손상을 입힐 우려가 있는 반대급부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국제협력 네트워킹을 통해 FDA 현지 전문가로 활약한 바 있는 박상애(숙대약대) 과장과 안미령(이대약대) 보건연구관은 우리나라 제약 기업들이 FDA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핵심 포인트와 특성에 맞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특히 줄기세포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을 무기로 FDA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 제약사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FDA가 바라보는 한국제약의 시각이 변화하는 상황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또한 '오바마케어'를 계기로 한 접근성 향상 문제와 환자중심의 심사 트렌드 등 실리를 추구하는 미국 현지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제약이 FDA를 접근하는 방식을 제대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박상애 과장은 현재 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약효동등성과 소속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FDA에서 2년 간 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주력 실무 분야는 제네릭 부문이었다. 안미령 보건연구관은 현재 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소화계약품과 소속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FDA에서 신약 임상 분야 연수를 받은 바 있다.(왼쪽부터)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박상애 과장, 안미령 보건연구관. FDA 4500여명 평가인력에 다양한 인력풀…'기본원칙+과학' 틀 맞춘 유연성이 특징 -FDA 심사업무 중 우리나라와 비교해 두드러지는 점은? =박상애(이하 박)| 외형적으로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조직 규모에 다양한 인력풀을 가졌다는 것이다. 2015년 당시 의약품평가센터를 기준으로 심사인력이 약 4500명(국내 심사인력의 10배 가량) 수준이었고 분야별로도 전문가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자기분야 전공에 기반해 다양한 논의가 이어진다.제네릭 파트를 예로 들면 약동학, 임상, 통계와 품질 분야 등 전문가 풀이 다양하고 세부전공도 많다. 심사를 하다보면 다양한 사례들이 확인되는데, 토의하면서 허가를 진행하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허가심사와 과학적 판단의 유연성이다. FDA는 가이던스에 의해 움직인다. 개별 가이던스는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를 제시한 것일 뿐, 제출 자료에도 유연성이 주어진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기본 원칙과 과학적 틀을 기반으로 한다.=안미령(이하 안)| 유연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이던스 상 업체가 내야할 자료를 내지 않는다면 그걸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하면 된다. 다만 심사자들이 정책에 대한 고려보다는 과학적 데이터에 집중하는 편이다. 제출서류 필요여부와 같은 규정을 고민하진 않는다.이를 달리 생각하면 의사결정이 매우 신중하고 절차가 많다는 점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빠른 결정을 택한다면, 미국은 하나를 결정할 때 회의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심사 기간이 긴 이유 중 하나다.신약의 경우 FDA에서 조직규모가 제네릭에 비해 훨씬 크다. 메디컬 디렉터가 임상데이터만 보는 부서가 따로 있고 약리독성이나 CMC만 보는 부서도 별도로 있다. 임상약리분야만 보자면, 심사가 끝나고 마지막에 토론하는 절차가 있는데, 리뷰어들이 보는 포인트나 고민의 내용은 우리와 같았다. 여기서 다른 점은 같은 고민거리를 갖고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에 걸쳐 논의를 한다는 것이다.-제네릭 부문에서도 유연성이 적용되는 것인가. =박| FDA에서 많이 하는 말이 'Guidance is guidance'이다. 가이던스는 정답으로 정해놓은 게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미다. 과학이 발달하면 약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생겨나고, 보다 진보적인 방법을 업체가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미국은 2010년 '오바마케어'가 나온 이후 의료보험 확대의 대안으로, 제네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허가속도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당시 평균(median) 심사기간이 약 30개월 소요됐었다. 2012년 이후 FDA 제네릭 파트가 대폭 개편됐다. 작은 부 수준의 조직을 국 단위로 키워 속도를 높였다.토론과정이 심사 절차에 포함된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것 같다. 토론의 포인트는? =안| 과학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실험 데이터에 대한 해석이 토론에 많이 올랐다. 임상 데이터 결과를 놓고 해결점을 찾는 부분, 과학적 고민이다. FDA, 제네릭 접근성 90% 도달…임상평가, 환자 목소리에 주목최근 FDA 허가심사 중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가 있는지. =박| 제네릭의 경우 접근성이 좋아졌다. 제네릭 처방비율을 대략 90%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처리기간도 10개월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복합제네릭 의약품 개발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가이던스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은 오렌지북이 있어서 환자나 의료진 모두 제네릭 허가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선택을 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안|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약이 없는 분야의 약'이고, 그 약을 어떻게 빨리 개발하느냐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트렌드다. 희귀의약품 지정과 신속심사 등 이를 수정한 유사 제도들이 그것이다. 임상시험 자료를 평가할 때 트렌드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인데, 그동안 주체가 의사였다면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 등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면서 방법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들, 레이블링을 보다 상세하게 기술하는 일들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임상에서 어떤 인종의 사람들이 포함됐는지 포함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다인종 국가이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춰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가 강하다.FDA에 도전하고도 마켓 진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FDA 진출의 의미는? =박| FDA는 우리나라와 마켓 시스템이 달라서 현지 기반 없이 단독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시장진출 목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FDA 진출 자체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미국 외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FDA 허가 획득이 유리하기 때문에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이 의약품에 있어서 가장 선진시장이기 때문에 그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FDA 진출은 중요하다. 마켓을 떠나서 한 번 도전해볼만 한 허들이다.=안| 신약의 경우 국내 제약이 외국으로 진출하는 게 쉽지 않은 분야이긴 하다. FDA에서 심사업무를 수행하면서 놀랐던 점은 한국 제약사들이 계속해서 FDA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IND(임상시험계획)나 NDA(신약승인신청) 부문에서 한국 제약이 거론되다보니 FDA 내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심사자들 사이에서도 내게 한국 시스템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사례가 많진 않지만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은 인식의 변화를 의미한다.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하나의 사례가 선례가 돼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마다 실험이나 자료를 만드는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흡한 경우가 있다."그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익숙하고 우리는 답을 내는데 익숙"국내제약은 식약처 규제관성에 익숙해져서 FDA와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다. 주의할 점은? =박| 제네릭의 경우 문서화가 중요하다. FDA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익숙한 반면, 우리는 답을 내는 데 익숙하다. 큰 차이라 할 수 있는데, 진출하는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심사자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문서화, 자료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한다. 입증에 대한 접근 방법은 업체들이 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무슨 자료를 어떻게 메워서 그 타당성을 설명하느냐는 논술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CTD가 도입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제약사들이 많이 늘었다. 자료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더 노력해야 할 포인트다.=안|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하자면 그들은 허가와 관계없이 많은 것을 실험하고 그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양보다는 허가에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선 요구되지 않은 자료를 FDA가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험이 적다보니 이 부분이 미흡한 경우도 있다. 현지 파트너사들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방문상담 핵심은 질문…현지 파트너 선정도 전략 필요FDA도 사전상담제와 같은 절차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안| FDA에도 방문상담이 있지만 상당히 까다롭다. 신약의 경우 최소 두 달 전에 신청을 해야 하고 질문도 함께 넣어야 한다.FDA는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답해주지 않는다. 즉 '어떤 질문을 하는 가'가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담 하나하나가 핵심이다. 이것은 현지 파트너를 선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무엇을 어떻게 정확히 질문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현지 파트너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현지 파트너를 선택할 때 중요한 팁을 조언한다면. =안| 사실 파트너 업체의 개념이 다양할 수 있다. 단순 허가 대행업무만 수행하는 파트너도 있고, 마케팅까지 고려하는 파트너도 있을 것이다. 허가 단계의 파트너사를 구할 때는 FDA 허가서류 대행 경험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업체 선정도 앞선 단계에서 빠르게 컨택해야 한다. 요즘은 허가 국가 우선순위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에서 먼저 허가를 받으려면 미국 현지 임상시험 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경험 많은 파트너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개발부터 즉, 비임상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 해야 한다. 기술수출이나 제품 출시, 개발 단계의 이익을 판단할 때 파트너사와 전략을 잘 구상해야 한다. 한국 임상 데이터만 갖고 있다면 개발기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파트너 업체를 선정한 이후에도 맡겨만 놓으면 안 된다. 제약사가 향후 직접 FDA에 컨택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요즘은 과정을 참관해서 습득하기 위해 해외 CRO와 함께 FDA 미팅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박| 제약사가 그 과정을 알아야 좋은 파트너사를 골라 컨트롤할 수 있다. 너무 CRO에 의존만 하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자체적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2018-03-22 06:30:50김정주 -
대통령은 소아환자 손 잡았지만...건보적용 '함흥차사'[이슈진단] 약제사례로 본 2018 보험정책 이슈(1)-블린사이토주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 소아병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소아 급성백혈병환자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아픈데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환자와 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문재인케어'는 이렇게 시작됐다.이 보다 앞서 암젠코리아는 '블린사이토주(블리나투모맙)' 급여기준 확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인 재발 또는 불응성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인데, 현재는 성인환자에게 2~3차로 투여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이 설정돼 있다.이 약제는 2015년 12월31일 신규 등재 신청해 다음해인 2016년 10월1일 10개월만에 약제급여목록에 올랐다.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나 치료법이 없고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항암제라는 점이 인정돼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을 밟아 비교적 신속하게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다.시급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정부와 보험자 모두 인정했던 결과였는데, 당시만해도 허가사항에 45kg 이상에서만 쓸 수 있도록 체중제한이 있어서 성인에게만 급여 투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허가사항에서 연령제한(체중제한)이 삭제(2017년 2월) 됐고, 암젠 측은 같은 해 5월 소아에게도 급여 투약이 가능하도록 급여범위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현재 소아환자는 어떻게 치료받고 있을까. 우선 2차에서는 이다루비신, 시클로포스파미드, 빈크리스틴, 덱사메타손 등의 항암제가 병용해서 쓰이는데, 이런 항암화학요법은 임상적 근거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차에서는 '에볼트라'라는 약제가 위험분담제 적용을 받아 급여 투약되고 있다. 하지만 근거생산조건부여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블린사이토주는 소아에게 효과를 입증한 임상데이터가 속속 축적되고 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블린사이토주 등재 이후 의료현장에서 일부 변화가 생겼다. 당초부터 성인환자에게만 투약하도록 급여기준이 설정돼 있었지만 임상의들이 허가범위 초과로 소아에게 쓰기 위해 심사평가원에 비급여 사용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임상의들의 이런 노력은 매번 승인 거부로 인해 좌초된 것으로 알려졌다.암젠 측은 불가피하게 허가사항이 소아에게 확대된 이후 '환자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부분적이지만 치료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일이어서 급여확대에 나선 것인데, 진행이 너무 더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번 사례가 시사하는 건 뭘까? 데일리팜이 오는 29일 오후에 열리는 '제30차 제약바이오산업 미래포럼'에서 짚어보고 싶은 것도 이 쟁점이다. [등재만큼 힘들다는 기준비급여 급여확대, 그 해법은 제약산업 미래포럼] 신청 바로가기 우선은 모순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블린사이토주는 성인에게는 질병의 위중도 등 시급성을 인정해 10개월만에 등재절차가 마무리됐는데 소아 확대는 아직 심사평가원 단계도 넘지 못하고 10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이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소아급성림프구성백혈병은 재발하면 장기생존률이 20%에 불과하다. 재발하면 치료 예후도 급속도로 나빠진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절실한 영역"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약제를 투여받을 수 있는 국내 소아환자는 3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신규 등재 신약의 경우 이 처럼 각 단계마다 처리시한이 법령에 정해져 있다.다음은 예측 가능성이다. 블린사이토주는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을 밟아 비교적 신속 등재된 경우이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어도 현행 약가제도는 신약 급여평가 150일, 재평가 요청 30일, 재평가 120일, 약가협상 60일 등 기한을 정해놓고 있다. 가령 심사평가원에 급여 등재 신청하면 적어도 150일 이내에는 가부를 판단할 수 있는 1차 평가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급여기준 확대에는 이런 게 설정돼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업무량과 부족한 인력, 급여확대의 경우 심사평가원 직원이 직접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는 업무 프로세스상의 특성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단계별로 기한을 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귀띔했다.이 관계자의 말처럼 심사평가원 측의 고충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보여지는 급여확대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가령 블린사이토주와 마찬가지로 경제성평가 면제로 등재됐던 혈액암치료제 임브루비카 급여기준 확대는 1년 3개월이 지난 최근이 돼서야 확정됐다. 경평면제 약제 첫 급여기준 확대 사례다. 반면 지난해 8월 폐암치료제로 급여목록에 등재됐던 키트루다와 옵디보, 두 개 면역항암제는 6개월만인 올해 2월 흑색종으로 급여범위가 확대됐다.임상적 근거나 비용 등 데이터상의 차이, 또 사회적 요구도 등 약제별로 여러 특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편차가 너무 심해 보인다. 더구나 업체 관계자들은 "심사평가원으로부터 명확한 이유보다는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들을 때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함흥차사'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는 것이다.다음달 중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블린사이토주 '급여확대안'이 상정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만큼 심의결과와 이후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지 주목된다.2018-03-19 06:30:50최은택 -
기술수출 밑거름…'AACR 2018' 발표 연구에 관심 UPASCO(미국임상종양학회)와 함께 종양학 분야 최대 행사로 꼽히는 #AACR(미국암연구협회) 연례학술대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최될 예정이다.AACR은 1907년 미국에서 설립된 학술단체로, 암 연구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매년 학술대회를 열어 암의 조기진단과 치료, 생존자 관리와 같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초 및 중개연구, 임상연구, 예방 중심 연구 등의 성과를 공유해 온지 110주년을 맞았다.글로벌 진출을 표방하는 제약사들에겐 최신 연구개발(R&D) 동향을 파악할 뿐 아니라, 자사의 파이프라인이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어, 더욱 중요한 행사기도 하다. 국내에선 2010년 Wnt 표적항암 후보물질(CWP231A)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JW중외제약이나 2014년 항암유전자치료백신(VM206RY)의 1상임상 결과를 발표했던 이연제약과 바이로메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올해는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제넥신, #신라젠 등 다수 국내 기업들이 AACR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고조되는 분위기다.◆유한양행 기대주 'YH25448' 전임상 첫 선= AACR 2018 대회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데이터는 17일로 예정된 유한양행의 포스터 발표 결과다.YH25448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해 공동개발 중인 폐암 치료후보물질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나 한미약품의 올리타와 동일한 3세대 EGFR TKI(티로신키나아제)에 속한다. 동 계열에서 2가지 약제나 시판 중이지만 YH25448의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일부 의료진들로부터 "기존 약물보다 약효와 부작용이 개선되고, 뇌전이에 효과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기대감을 키웠다.일차 타깃은 1세대 약물인 이레사나 타쎄바, 2세대 지오트립 투여에 실패해 EGFR T790M 변이가 발생한 환자군이지만, 표적항암제 투여경험이 없는 환자에 대한 1차치료제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시장성도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AACR 홈페이지에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YH25448는 실험용 쥐 대상의 전임상에서 경쟁약물인 타그리소보다 강력하게 암세포 성장을 억제했고 종양세포 사멸을 유의하게 증가시켰다. 피부각화증(skin keratosis) 등 타그리소 투여군에서 나타난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뇌척수액(CSF) 농도가 IC50값(암세포의 성장을 50% 억제 하는 데 필요한 저해제의 농도)을 초과해 BBB(혈액-뇌 장벽) 통과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보고다.AACR 2018 대회에서 발표되는 주요 데이터(출처: 신한금융투자) 뇌전이 등 중추신경계 전이를 동반한 환자가 전체 폐암의 40%로 알려진 터라, 향후 1상임상 결과가 YH25448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유한양행 측은 "3월 중 YH25448의 1상임상을 마무리하고, 4월부터 2상임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술이전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미 지난 1월 JP 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몇몇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으며, 4월 AACR에서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한 뒤 6월 ASCO에서 1상임상 결과를 공개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대회가 중요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만약 기술수출이 성사될 경우 유한양행은 오스코텍과 계약금 및 마일스톤을 공유한다고 알려졌는데, 정확한 배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신라젠, 펙사벡-면역항암제 병용 데이터 출격= 항암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신라젠은 대회 마지막 날인 18일 신장암(RCC)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백(Pexa-Vec)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2015년 FDA 허가됐던 암젠의 임리직이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병용임상을 통해 뛰어난 반응률을 선보인 바 있어, 항암바이러스의 병용 데이터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상당히 뜨거운 상황이다.신라젠은 지난 2월 미국임상종양학회가 주최한 '2018년 비뇨생식기 암 심포지엄(GU ASCO)' 포스터 세션에서 펙사벡 단독요법(REN022)의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유럽 파트너사인 트랜스진(Transgene)이 ESMO(유럽종양학회)에서 '펙사벡'과 시클로포스파미드 병용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두 번째 병용 데이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비슷한 시기 영국 옥스포드에서 열리는 IOVC(국제항암바이러스컨퍼런스) 대회에선 REN022 연구의 2상임상 결과가 발표된다.홈페이지에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펙사벡은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한 3상임상에서 신세포암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시켰다. 펙사벡은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를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REGN2810)을 개발 중인 사노피·리제네론 등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로부터 병용임상 형태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이번 대회에 함께 참여하는 에이치엘비와 제넥신도 자사물질과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 데이터를 포스터 발표한다.◆한미, 포지오티닙 등 4개 파이프라인 발표= 국내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이번 대회기간 중 무려 4개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데이터를 선보인다. 비소세포폐암부터 소세포폐암, 간암,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암종도 다양하다.우선 2015년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이전했던 다중표적 치료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의 전임상 및 초기연구를 통해서는 비소세포폐암을 포함한 고형암에서 HER2 엑손(exon) 20 돌연변이의 원발내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평가하게 된다. HER2 돌연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3%에서 발견되는데, 대부분 엑손 2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홈페이지에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포지오티닙은 HER2 엑손 20 돌연변이를 나타내는 암종의 임상적 활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HER2 및 EGFR 돌연변이가 있는 여러 암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올해 초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선보였던 FLT3 저해제 HM43239도 대회 첫날인 15일 항종양활성도에 관한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기전인 FGFR4 저해제 HM81422, LSD1 저해제 HM97211로 각각 간암과 소세포폐암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참고로 최초의 FLT3 저해제는 지난해 FDA 허가를 받았던 노바티스의 라이답트(Rydapt)다. 한미 측은 "올 상반기 중 HM43239의 1상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세대인 라이답트가 잡지 못하는 돌연변이까지 억제하고, 재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백혈병 줄기세포(LSC)도 억제한다. 뇌 전이 동물모델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는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신한금융투자 이은샘, 배기달 연구원은 "15일 새벽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AACR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모두 전임상 단계의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의 파이프라인 가치 재고나 기술수출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향후 주목할 만한 파이프라인들이어서 꾸준한 임상 데이터 추적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의 R&D 역량이 높아지는 만큼 연구 진행 상황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2018-03-16 06:23:20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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