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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정부, 약가개편 투명한 소통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 안건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유예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하면서 올해 2월 건정심 의결, 7월 시행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어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하고 제도 개편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소 한달은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복지부의 건정심 의결 유예 움직임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제도 개편 강행에 부담을 가졌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약가제도 개편의 의결과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대규모 약가 인하 방안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및 시행 유예 ▲약가인하가 초래할 국민건강과 고용 등 영향평가 실시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시행안 폐기 ▲중소 제약기업의 사업 구조 고도화 지원책 마련 ▲약가 정책과 산업 육성을 정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정부–산업계 간 거버넌스 구축 등을 촉구했다. 노동단체들도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노총은 29일 정부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약가 제도 개편의 근거와 재정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 구조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정책을 빌미로 노동조건 후퇴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노조가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개편 약가제도를 발표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어 제약사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약가제도 개편 시행 유예와 백지화 등의 요구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작년 11월 약가제도 개편을 보고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제네릭 약가인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기준이 53.55%에서 45%로 설정되면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격이 16.0% 인하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기준이 40%로 결정되면 53.55원이 40원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종전 보다 제네릭 최고가는 인하율은 25.3%로 커진다. 제네릭 1개 제품의 수익률이 20% 이상 내려간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손실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하율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손실 시나리오를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 여부도 세부적인 로드맵이 공개된 적이 없다.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의약품에 적용되면 제약사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제품이 53.55%의 약가가 40%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25억원의 매출이 증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13년 이상 50% 이상 산정기준을 유지한 기등재 제네릭부터 순차적으로 개편 약가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3년에 걸쳐 약 3000개 품목을 조정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는 45% 이상 유지된 1500개 품목을 순차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동일 성분 제네릭 제품에서도 시장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가 인하 대상이 엇갈리는 기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 성분 단일제는 총 156개 품목이 허가됐는데 허가연도는 2005년부터 2021년부터 다양하게 분포됐다. 지난 2025년 19개 품목이 허가됐고 2006년 29개 품목이 허가받으면서 클로피도그렐 제네릭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지난 202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9개의 제네릭이 진입했고 2019년에는 신규 허가가 17개 품목으로 늘었다. 당시 정부가 계단형 약가제도와 기준요건 등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 움직임에 착수하자 신규 허가가 봇물을 이뤘다. 만약 정부가 2012년 이전에 등재된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허가받은 64개 품목에 대해 약가인하가 추진되고 2012년부터 허가받은 92개 품목은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 경우 동일 제품인데도 서로 다른 약가제도가 적용되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연출된다. 특정 제품과 기업에만 불리한 제도를 적용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시장이 열린 시기별로 성분별로 약가인하 대상을 분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2012년 이전에 제네릭이 1개라도 등재됐다면 해당 성분 의약품 전체가 약가인하 대상으로 분류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는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로 감수하는 손실은 더욱 커진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기준요건도 적용하면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를 문제삼았다.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명분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도 제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생존 위협 불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소통이 필요하다. 업계의 분위기를 살피려고 한 두달 약가제도 개편 의결 절차를 미룬다고 소통 노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업계와의 실질적인 소통을 해야한다. 정부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이 있다면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소통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중계하는 현 정부에서 투명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복지부가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2026-02-23 06:00:38천승현 기자 -
[기자의 눈] 난치암 신약의 무진행생존기간에 대한 접근[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난치암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질환과 다른 예후가 공존한다. 백금저항성 난소암, 소세포폐암, 담도암 등 공통점은 명확하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평균 생존기간이 짧으며 다음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영역에서 신약 개발은 본질적으로 어렵다. 환자 수는 제한적이고 질환의 생물학적 이질성(Heterogeneous)은 크며 진단 시 전신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많아 임상시험 설계 자체가 까다롭다. 대조군 설정도 쉽지 않고 교차투여(crossover)나 후속치료로 인해 전체생존기간(OS) 차이를 명확히 입증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임상 성과는 주로 무진행생존기간(PFS)이나 위험비(HR) 개선으로 제시된다. 대조군 대비 PFS 차이가 1개월 남짓에 불과한 연구도 있다. HR 0.73,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27% 감소. 위험비가 1 미만이면 치료 효과가 있다는 뜻이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다. 그러나 환자가 체감하는 것은 상대위험 감소율이 아니라 실제로 확보된 시간이다. 중앙값 PFS가 3.8개월에서 5.2개월로 늘어난 연구라면 HR 0.73라는 수치와 함께 1.4개월 연장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통계적으로는 분명 진전이지만 임상적 의미는 그보다 복잡하다. 그렇다고 짧은 PFS 개선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치료 옵션이 거의 남지 않은 환자에게 6주, 8주의 질병 통제는 다음 치료로 이어질 기회이자 삶의 질을 지키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객관적반응률(ORR)이나 PFS2가 의미 있게 나타나고, 반응 지속기간(DoR)이 긴 환자군이 존재한다면 중앙값 뒤의 ‘롱테일’은 결코 작지 않다. HR 0.72라는 숫자 속에는 서로 다른 환자의 시간이 섞여 있다. 문제는 이 수치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기대를 전제할 때 발생한다. PFS 1~2개월 개선이라는 결과는 독성 부담, 치료 중단율, 환자보고결과(PRO)와 함께 해석돼야 한다. 특히 OS 데이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PFS 중심 평가가 반복될수록 ‘의미 있는 시간’의 기준은 더 복잡해진다. 이 고민은 임상 현장을 넘어 제도 판단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어떤 약을, 어떤 환자군에, 어느 시점에 허용할 것인가. 사망 위험을 20% 낮췄다는 사실이 곧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얼마나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는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효과를 어떻게 확인하고 보완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난치암 영역일수록 접근은 더 정교해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 아니라 근거가 확인된 환자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실제 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를 축적하고, 일정 기간 후 OS, PFS2, 치료 지속성, 삶의 질 개선 여부를 재점검하는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문제는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난치암이라는 절박함과 통계적 유의성 사이에서 판단은 더 섬세하고 더 투명해야 한다. 다만 난치암의 질환적 특성과 개발의 어려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오로지 OS 개선만을 절대 기준으로 삼는다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은 여전히 낮을 수밖에 없다. 특정 암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기회가 더 좁아지는 구조는 정당화되기 어렵다.2026-02-20 12:03:52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장기·다상병 처방 관행화, 이대로 둘건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확대된 장기처방은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하고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도 분명했다. 문제는 그 ‘한시적 확대’가 별다른 점검 없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약사들은 의료대란 국면을 거치며 장기처방이 더욱 확산됐고, 이후 조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한 처방전에 여러 질환 약이 함께 기재되거나, 종합병원에서 여러 진료과 처방이 동시에 발행되는 이른바 다상병 처방도 늘어나는 추세다. 겉으로 보면 환자 편의가 높아진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은 단순하지 않다. 환자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혈압과 혈당, 신장 기능은 시간에 따라 변하고, 그에 맞춰 약물도 조정돼야 한다. 6개월, 9개월, 1년 단위로 처방이 고정될 경우 그 사이의 상태 변화가 적절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의약품 역시 유효기간과 보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만큼, 장기간 보유 과정에서의 안전성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도 마냥 긍정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중간에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병증이 달라질 경우 이미 조제된 약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환자 안전 문제이자, 보험 재정 문제로도 이어진다. 장기처방과 다상병 처방이 오히려 약제비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처방 변경, 잔여 의약품 폐기, 특정 품목 수급 불안정 등 파생 문제는 단순히 ‘방문 횟수 감소’라는 명분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방 행태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점검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차원의 문제 제기에도 정부는 명확한 기준이나 관리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약국 현장에서는 또 다른 불균형도 제기된다. 현행 조제 수가는 91일을 기준으로 묶여 있어 처방일수가 늘어나도 보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장기처방이 늘어난 약국일수록 업무 부담과 비용은 증가하지만 조제료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다. 다상병 처방의 경우에도 조제 난이도와 약물 상호작용 검토 범위는 확대되지만 수가 산정 방식은 이를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균형이다. 환자 편의, 의료 접근성, 재정 효율성, 약물 안전성이라는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하지만 현재의 처방 구조가 그 균형 위에 서 있는 지에 대한 점검은 부족하다. 장기처방은 필요할 때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예외적 상황에서 확대된 조치가 관행으로 굳어질 경우 그에 상응하는 관리 기준과 보상 체계, 안전장치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 처방의 길이가 늘어난 만큼, 책임의 범위도 함께 넓어져야 한다. 이제는 편의의 논리를 넘어 환자 안전과 제도 지속 가능성이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2026-02-19 06:00:42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MZ 약사들의 신상신고 기피, 단순 세태일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사회 신상신고를 꺼리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분회 총회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낮아지는 신상신고율'이었다. 대한약사회 정관에 따라 면허를 취득한 약사가 분회에 입회하면 지부를 경유해 대한약사회로 관련 정보와 편성 예산 등이 상달되는 방식인데, 첫 번째 관문인 분회 신상신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회무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고 분회비를 납부하지 않는 회원이 늘어나면서 지역 약사회 운영에도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신상신고를 하지 않는 회원이 5명 이내였다면, 지금은 20명이 넘는다. 미신고가 더 많은 지역의 경우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한 분회 핵심 관계자의 말처럼, 일부 분회에서는 신규 회원 및 미신고 회원이 증가할 것을 고려해 예산을 감액해 책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신상신고비가 전체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지부, 대한약사회에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약사회의 결속과 존폐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익단체이자 직능단체로서의 약사회 입지가 줄어드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신상신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젊은 약사들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6년을 공부해 이제 갓 사회로 나온 약사들이 마주하는 창고형 약국이라는 이슈와 대형자본 유입, 한약사 문제는 기성 세대 약사들이 느끼는 문제를 넘어 더욱 심각한 아젠다다. 이 때문에 일부 젊은 층에서는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권리금과 월세를 감내할 바에야 창고형 약국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왔다. 단순 세태로 넘어갈 문제라기에는 수 년 내 약업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지금의 위원회·반회·총회 문화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세대와 입장은 각각 다르지만 약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각자도생보다는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방안 중 하나가 약사회를 거쳐 면허를 사용하도록 하는 변호사회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13조에는 '변호사가 사무소를 설치하거나 이전할 때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제8장(등록과 신고)에도 '개업, 휴업, 소속 변경, 사무소 이전 등 변호사의 주요 활동은 협회를 통해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중앙회를 통한 개업 신고는 법률상 의무이며 변호사 자격 유지 및 직무 수행을 위한 필수 절차인 셈이다. 변호사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변리사, 노무사 등 역시 중앙회 등록 없이는 개업 자체가 불가하도록 돼 있다. 자율규제 중심의 직역과 국가 직접 감독 직역인 '의사, 약사' 등이 각기 다른 절차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에 와서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회비가 아깝지 않은 속 시원한 회무, 어떠한 외압에도 하나되는 끈끈함, 전문직으로 갖춰야 할 윤리의식 이러한 조건이 여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2026-02-13 06:00:36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약가제도 개편 누구를 위한 속도전인가[데일리팜=정흥준 기자]산업계와 시민단체는 약가제도 개편 유예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는 침묵으로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건정심 의결이 임박해오는 가운데에도 제도 개편에 대한 효과와 현실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편 방안이 아직 설익은 상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도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숨을 고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온다. 제약 산업계와 한국노총에 이어 경실련 등 시민단체까지 나서 소통 없는 정책 강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네릭 약가인하와 관련해서는 산업 기반 약화와 고용 불안 등의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제약사들은 연구 개발 투자 확대보다는 긴축 운영에 들어갈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다. 또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강화 정책은 보험 재정과 사후 관리 방안에 대한 질문과 대책 요구가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 경실련, 건약, 중증질환연합회 등이 우려 목소리를 낸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고가 신약 등재 문턱이 낮아지면서 늘어나게 될 건보 재정에 대한 관리 방안이 마련돼 있냐는 지적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로 절감된 재원이 고스란히 들어갈 경우, 제도 개편에 따른 약제비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 개편, 글로벌 진출 동력 등을 제도 개편에 따른 기대 목표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산업 불균형을 야기하고 불안한 성장 기반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현장의 우려들을 돌다리처럼 두드려보고 건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제네릭 산업에 대한 체질 개선,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강화에 대한 명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렵다. 다만, 정책은 선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복지부는 제네릭 품목수를 거듭 강조하면서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왜 이렇게 서둘러야만 하는가”라는 현장의 질문에 단순한 수치 나열이 아닌 체질 개선 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10일 제약바이오협회는 개편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정부에 제도 개편에 따른 영향평가 등을 제시했다. 또 시민단체는 제네릭 약가개편 영향에 대한 후속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산업계와 시민단체, 노동계가 모두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함께 소통해야 한다.2026-02-12 06:00:39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복지부 직무유기 오명 업무조정위로 씻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올해 상반기 중 '보건의료인 업무조정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안건 선정 절차를 거쳐 연내 직능 갈등 문제를 실질적으로 심의·해결하는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업무조정위원회는 의사, 한의사, 약사, 한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직능 간 업무범위·조정·협업·업무분담을 심의하는 복지부 장관 소속 기구다. 본격적인 위원회 가동 시점과 첫 번째 심의 안건으로 채택될 의제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위원회가 약사와 한약사 간 직능 갈등이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공론화하고 논의할 창구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과거 약사, 한약사 직능 다툼은 한약사의 한약재, 한약제제를 제외한 사전피임약 등 일반의약품에 대한 취급 권한을 놓고 면허권 분쟁을 벌이는 게 보편적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약사 직능은 약사법령 상 모호성을 해소하는 차원의 법령 개정 필요성 등을 어필하며 국민 의약품 안전 강화를 외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한약사가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을 개설한 뒤 약사를 고용해 항암제 등 전문약을 조제하는 방식으로 상당 규모 전문약 조제료 수익을 창출하거나, 규모의 창고형 약국 문을 열고 면허범위 논란이 여전한 일반의약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해 한약사 업무범위를 초과한 일반약 판매, 전문약 조제 행위를 할 수 없게 막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연내 운영을 예고한 업무조정위원회 역할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복지부는 한약(한방)분업을 전제로 한약사 제도를 만든 뒤 한약분업이 어려워지자 사실상 한약사 직능을 책임없이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약사 제도 도입은 탁상행정이자 직무유기라는 약사와 한약사 비난으로부터 한 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복지부는 이런 불명예를 업무조정위원회 구성·운영을 기점으로 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관 정부부처로서 국가 면허를 제대로 관리해야 할 책임감과 국민 의약품 안전 수호란 의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업무조정위에서 약사와 한약사 직능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 나아가 약사, 한약사 직능이 각자 면허범위에서 전문성을 펼칠 수 있도록 미비한 입법을 수정하는 결과까지 이끌어 내는게 업무조정위 신설 이유이자 존재 가치라는 생각이다. 업무조정위원회가 지금까지 아무도 제대로 손 대지 못했던 약사, 한약사 면허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역량을 펼치길 기대한다.2026-02-11 06:00:33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CEO 교체 없는 봄…제약업계의 보수적 전략[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잇따라 ‘경영진 유지’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신임보다는 연임,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규제 환경 변화, 신약 개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제약사들의 선택지는 점점 보수적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주주총회를 앞둔 제약사들의 이사회 안건을 들여다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실적 개선과 재무 구조 안정화에 기여한 기존 CEO를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R&D와 사업 전략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검증된 리더십’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JW중외제약, 일양약품, 명문제약, 경동제약, 하나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JW중외제약은 다음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영섭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가결 시 신 대표는 4연임으로 총 12년간 회사를 이끄는 장수 CEO가 된다.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주식 거래정지를 겪은 일양약품 역시 내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명문제약도 배철한 대표의 재선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경동제약과 하나제약은 각각 김경훈 대표와 최태홍 대표의 연임을 예고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의 박성수 대표이사는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 이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대규모 조직 개편이나 과감한 투자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둔 보수적 리더십을 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과거 제네릭 의약품 중심의 단기 성과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신약이나 개량 신약 등 중장기 R&D 전략이 중요해지면서 리더십의 연속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전략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안정 속 정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수 경영진 유지라는 보수적인 선택 속에서도 적극적인 행보가 동반되지 않으면 성장 정체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즉, 제약사들이 선택한 ‘경영진 유지’ 전략은 당장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으로도 평가된다. 다만 이 전략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 구조와 R&D 방향성에 대한 유연한 재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연임’이 아니라, 연임 이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2026-02-10 06:00:40최다은 기자 -
[데스크 시선] 대체조제 활성화 키는 약사들이 쥐고 있다[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체조제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전산 사후통보가 이달부터 시행됐다. 기존 전화나 팩스로 해오던 대체조제 사후통보를 심사평가원 대체조제 정보시스템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약국가는 고질적인 ‘의약품 품절 사태’로 몸살을 앓아왔다. 수급 불균형이 일상이 된 시대에 특정 제약사의 상품명만을 고집하는 처방 관행은 환자의 약물 복용권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다. 품절이라는 아우성에도 의료기관의 처방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이러니 품절약에 대해 급여중지라도 해달라는 민원도 다반사였다. 이제 대체약제가 있다면 품절약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단골환자의 원거리 의료기관 처방전도 대체조제 유력 후보군이다. 단골환자가 가져온 처방약이 약국에 없을 가능성은 꽤 높다. 사후통보 부담이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약사들도 쉽게 대체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적으로 처방 분산과 동네약국 활성화는 물론 주치약사 제도화의 기틀이 될 수 있다. 대체조제는 단순히 약을 바꾸는 행위가 아니다. 동일 성분·동일 함량·동일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을 약사의 전문적 판단하에 대체하는 것이다. 정부도 의사 사전동의가 아닌 사후통보만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해놓은 이유다. 이제 약사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단순히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하는 게 아닌 환자에게 대체조제의 안전성과 경제적 이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 정부가 입증한 약효 동등성이 확보된 품목으로 조제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에도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대체조제는 법에서 허용한 약사들의 역할이자, 권한이기 때문이다. 최근 창고형 약국의 부실 복약지도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약국의 본질은 결국 ‘신뢰’에 기반한 전문 상담에 있다. 대체조제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 약은 처방된 약과 성분이 완전히 동일하며,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안전한 약'이라는 한 마디는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약사에 대한 신뢰를 한 층 높이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약사는 처방전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환자의 평생 건강을 가이드하는 ‘지역 건강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2026-02-09 06:00:40강신국 기자 -
[기자의 눈] 커지는 '삼천닥' 기대감, 열쇠는 바이오 성과[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코스닥지수가 1000포인트를 회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장세였던 2022년 1월 이후 4년 만이다. 글로벌 통화 완화 흐름 속 코스피 강세에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삼천닥'(코스닥 3000)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삼천닥은 시장이 도달할 수 있는 숫자일까. 코스닥은 1996년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출범한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안정적인 실적 기반 기업이 중심인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정보기술·콘텐츠 등 미래 산업 기업이 주축을 이룬다.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온 셈이다. 코스닥 산업 구조에서 제약·바이오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가운데 6개사가 바이오 기업이다. 핵심 종목 150개로 구성된 코스닥150 지수에서 바이오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삼천닥 시대를 논의할 때 바이오 산업의 성장 여부가 핵심 변수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사실 삼천닥을 향한 장밋빛 전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스닥은 2000년 3월 닷컴 버블 당시 2925포인트까지 치솟으면서 3000선을 목전에 둔 적이 있다. 하지만 거품 붕괴 이후 코스닥은 무려 26년간 뚜렷한 구조적 성장 흐름을 만들지 못한 채 장기간 침체 국면에 머물렀다. 나스닥이 2000년 전고점을 돌파한 뒤 2만4000선까지 오르며 5배 가까이 질주하는 동안 코스닥은 과거 고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나스닥과 코스닥의 희비를 가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펀더멘탈 격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코스닥을 달궜던 닷컴 버블과 이후 산발적으로 반복된 바이오 붐은 막연한 기대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바이오 섹터는 임상 성공 가능성이나 기술수출 발표만으로 기업가치가 수조원 단위로 널뛰었다. 그러나 실제 신약 상업화 성공이나 안정적인 실적을 입증한 사례는 드물었다. 2000년 닷컴버블 시기 코스닥 평균 PER은 100배를 웃돌았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가 100배 이상 반영될 정도로 성장 기대가 기업 가치에 과도하게 반영된 시장이었다는 의미다. 실적이라는 기반 없이 형성된 밸류에이션은 대외 환경이 악화될 때마다 조정을 반복했고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키며 장기 정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의 바이오는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코텍이 발굴한 폐암신약은 글로벌 빅파마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도약을 앞뒀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은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적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창출하는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에임드바이오, 올릭스, 알지노믹스 등 빅파마와 협력을 확대하는 신흥 루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단순 기술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상업화 성과와 글로벌 협력 사례가 축적되면서 산업 전반의 펀더멘탈이 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관건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바이오 기업은 연구 성과를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사업화 역량을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 여기에 기관 중심 장기 자금 유입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코스닥은 삼천닥이라는 상징적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적으로 무장한 K-바이오가 코스닥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해 본다.2026-02-06 06:00:37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환자 접근성을 막는 급여 기준의 역설[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새 약제의 급여기준이 공개될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규제가 질환 치료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이다. GLP-1 계열 당뇨약 오젬픽의 급여 기준은 비만 목적 처방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는 접근성을 좁히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다. 오남용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견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명분이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정작 정상적인 당뇨병 치료까지 위축된다는 것이 현장의 지속적 문제 제기다. 정부는 체질량지수(BMI)·혈당·선행 약제 사용 여부 등 다양한 요건을 조합해 오젬픽 급여 대상을 한정했다. 오젬픽의 주요 급여 사항을 살펴보면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SU) 계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에도 당화혈색소(HbA1C) 7% 이상인 환자 중 체질량지수(BMI)≥25kg/㎡ 또는 기저 인슐린 요법을 할 수 없는 경우 메트포르민·SU·오젬픽의 3종 병용요법만 인정되며, 이후 현저한 혈당 개선이 있을 경우에만 2종 병용요법(메트포르민+오젬픽)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또 기저 인슐린 단독 또는 메트포르민 병용을 2-4개월 이상 투여에도 당화혈색소 7% 이상이거나 오젬픽과 메트포르민(±SU) 병용 투여에도 당화혈색소 7% 이상인 경우 오젬픽+기저 인슐린(±메트포르민) 병용요법에 급여가 적용된다. 현재 진료에서는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를 중심으로 한 병용요법이 널리 쓰이고 설포닐우레아는 저혈당 위험과 환자 특성 때문에 점점 배제되는 추세다. 그런데도 급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다시 설포닐우레아를 사용해 조절 실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진료 경로가 아니라 실패를 강제하는 규제에 가깝다.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 처방조차 허용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비만 목적의 사용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환자별 특성을 반영한 치료 전략을 조정할 최소한의 여지마저 차단한다. 이는 정부가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선제적으로 단정한 것 아니냐는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기준이 향후 출시될 다른 GLP-1 계열 당뇨 치료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혁신적 신약조차 BMI·혈당·선행 치료 조건이라는 단일 프레임으로 급여 여부가 재단되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국내 급여 정책은 더 규제 중심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의 임상 현실이 국제적 치료지침과 멀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처럼 급여 기준이 현실과 괴리된 사례는 다른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편두통 치료제의 경우 국제·국내 가이드라인은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계열 약제를 1차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내 보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환자가 급여 요건을 충족하려면 통증이 더 악화될 때까지 지켜보거나 여러 약제 실패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가 적용된 신약이 오히려 환자에게 더 멀어진 셈이다.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 없이 규제가 먼저 만들어지는 구조는 결국 환자에게 불확실성과 불이익을 가져온다. 규제의 목적이 환자 치료를 보완하는 데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에 둔 정교한 설계이다.2026-02-05 06:00:40손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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