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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방의학시대, 약국 한방 자양강장제의 재발견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이미 걸린 질병에 대한 치료보다 면역력 증진과 만성피로 관리 등으로 평소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약국은 단순히 의약품 조제공간을 넘어, 예방과 보강을 위한 생활밀착형 건강관리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그 중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방 자양강장제는 몸의 기(氣), 혈(血), 정(精)을 보충하여 신체 기능을 정상화하고, 면역력을 높여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며 약국 건강관리의 핵심적인 역할로 자리 잡아왔다. 실제로 약국에서는 홍삼, 자하거 제품은 물론, 쌍화탕, 공진단, 경옥고 등의 다양한 한방 자양강장제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기력보충’ 에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자양강장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옥고 역시 동의보감에 기록된 대표적인 자양강장제로, 인삼, 생지황, 백복령, 꿀로 구성되어, 기와 진액을 보충하고 체력을 증진하며 마른 기침을 완화하는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경북대 약학대학 배종섭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경옥고가 미세먼지로 높아진 혈관 투과성을 낮추고 활성산소를 감소시켜서 미세먼지로 인한 폐 손상 예방하고 폐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경옥고는 기력 회복과 전신 보강의 효과로 오랜 기간 자양강장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제품의 효과에 더해, 현대인의 니즈를 보강한 새로운 한방제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 나온 제품 중 눈에 띄는 제품은 경옥고에 호흡기 강화 효능을 더욱 보강한 자양강장제로, 천문동, 맥문동, 지골피와 같은 호흡기에 작용하는 약재가 추가된 천금고이다. 천문동(天門冬)은 자음윤폐(滋陰潤肺), 청열강화(淸熱降火)의 역할을 하며 천문동의 주요 성분인 아스파라거스 사포닌, 올리고사카라이드 등이 면역력을 증진하고 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한 진액(음)을 보충하여 폐를 촉촉하게 해서 기침을 가라앉히고 간세포,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인해 몸의 진액이 소모되면서 발생하는 ‘음허화동(陰虛火動)'(진액 부족으로 인한 열이 위로 뜨는 증상)을 다스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마른기침, 인후 건조, 입 마름 등의 증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마황승마탕, 청폐탕이라는 처방으로 폐결핵, 천식, 만성 호흡기 질환에 활용된다. 맥문동(麥門冬)은 윤폐청심(潤肺淸心), 익위생진(益胃生津)의 역할을 하는 약재이다.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성 사포닌과 IgM 항체 생성 억제 작용이 있는 오피오포고닌이 주요 약리 성분으로, 폐 점막 분비물을 늘려 건조해진 기관지를 촉촉하게 하고, 면역 기능을 조절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며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손상을 방지한다. 죽엽석고탕 , 맥문동탕, 생맥산 등의 처방의 주요 약재로 활용되고 있다. 주로 폐와 위장의 진액을 보충하는 역할로 마른 기침과 끈적끈적한 가래를 치료하고 소화불량, 입 마름, 변비 등 진액 부족으로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을 동시에 개선하며, 심장을 맑게 하여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한 증상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지골피(地骨皮)는 청열양혈(淸熱凉血), 청퇴허열(淸退虛熱)의 역할을 한다. 지골피는 구기자 나무 껍질로 베타인, 베타시토스테롤, 쿠코아민 등을 함유하고 있는 약재다. 베타인은 호모시스테인을 혈중 농도를 조절해 심혈관 질환, 뇌졸증을 예방하고 염증, 항산화 작용이 있고 쿠코아민은 혈압강하 작용, 혈당 강화 작용이 있다. 지골피는 탁월한 해열작용, 항진균 작용이 있어서 사백산, 지골피탕이라는 처방으로 결핵에 의한 열, 기침, 토혈 등을 가라앉히고 고혈압에도 활용되고 있다. 몸에 허열(虛熱)이 있고 뼈나 혈액에 열이 쌓여 발생하는 증상에 주로 활용되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처방, 갱년기 증상(상열감, 식은땀 등) 완화를 위한 처방, 만성 염증성 질환에 동반되는 미열을 다스리는 처방 등에 배합된다. 이 세 가지 약재가 더해졌을 때, 단순한 기력 보충을 넘어 호흡기 특화 효능과 허열 완화라는 입체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우선 천문동, 맥문동이 추가되면 미세먼지, 건조한 환경, 만성 염증 등으로 손상된 폐와 기관지를 회복하는 효과가 유의하게 커지기 때문에 진액이 말라붙어 발생하는 마른 기침과 잔기침에 효과가 두드러진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의 진액이 고갈되어 나타나는 피로, 상열감, 식은땀 등의 ‘음허화동’ 증상은 지골피와 천문동이 함께 작용하면 효과적으로 해소되어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갱년기 증상이나 만성적인 허열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마른기침과 만성적인 인후 건조로 불편한 환자, 평소 피로와 스트레스가 심하고, 특히 오후에 열이 오르거나 식은 땀을 흘리는 열감이 있는 환자, 안면홍조, 식은땀 등 갱년기 증상을 겪는 여성, 큰 병 이후 기력이 쇠하고 몸에 열이 뜨고 갈증이 심해진 회복기의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上工治未病, 中工治已病' (최고의 명의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고 보통의 의사는 이미 생긴 질병을 치료한다) 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질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예방의학적 접근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병이 생기기 전에 적절한 영양제와 자양강장제를 복용하면서 기혈 불균형을 보충하고 건강한 식습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쓰는 양생(養生)을 잘하는 것이 바로 치미병(治未病) 하는 것이다. 약국에서 전통 한방 자양강장제를 기반으로 하여 천문동, 맥문동, 지골피와 같은 약재를 더한 제품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예방의학적 관점을 한방제제로 더 다양하게 실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환자에게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약국에는 보다 풍부한 상담 근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1. Lee W, Bae J S. Inhibitory effects of Kyung Ok Ko, traditional herbal prescription, on particulate matter induced vascular barrier disruptive responses. Int J Environ Health Res. 2019;29(3):301-311 2. 『황제내경·영추·역순편(黃帝內經·靈樞·逆順篇)』, 제55편.2025-09-08 09:07:57데일리팜 -
[기자의 눈] 금리 인하와 바이오 투자 회복 기대감[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 드디어 끝날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간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는 특히 자금 사정이 열악한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엔데믹을 전후로 외부 투자가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수많은 기업이 연구 인력을 잃고 설비와 특허권까지 매각하며 버티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럼에도 결국 회생하지 못한 기업이 부지기수였다. 2025년 9월 현재도 많은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실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2021년을 정점으로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6770억원에 달하던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 투자는 2022년 1조1058억원, 2023년 884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엔 1조695억원으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2019년 수준(1조1033억원)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투자 위축의 배경엔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는 전 세계·전 산업 투자환경을 위축시켰고, 자금 조달 능력이 취약한 바이오벤처들의 숨통을 죄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금리인하 시그널이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가 흔들리자, 금융시장에선 연준이 이달 중 25~50bp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주요 투자기관들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유력하게 전망한다. 물론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낮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신규 투자 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파도가 한국에 도달하기까지는 분명한 시간차가 예상된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설령 투자심리가 회복한다 하더라도, 성과를 증명하지 못한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다만 그동안 바이오벤처의 연구개발을 옥죄어온 자금 조달 부담이 한결 완화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의미가 크다. 존폐의 갈림길에 놓여 있던 많은 바이오벤처와 중소·중견 제약사들에겐 연구개발과 경영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소식이 될 수 있다. 동이 크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고금리로 움츠러들었던 투자 환경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지금, 재도약의 기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혹독한 시기를 견디며 다져진 역량은 앞으로의 도약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그간의 인내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가 이번 변화를 기회로 삼아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한다.2025-09-08 06:15:32김진구 -
[기자의 눈] 제한적 성분명, 국민 불안 없앨 응급장치[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이 국회 발의되면서 앞으로 보건의약계는 불가피 또 한 차례, 어쩌면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입법에 찬성하는 약사와 극렬 반대 입장을 고수할 의사가 직능 패권을 놓고 대립할 미래가 벌써부터 눈에 선연하다. 하지만 직능 간 유불리를 떠나 입법안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탄탄하고 촘촘하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품절약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깃들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과해보이는 조항은 수급 불안정약 성분명 처방 의무를 위반한 의사에 대한 처벌 조항 정도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도 해당 벌칙 조항을 문제삼아 "형법상 과실치상죄가 3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는 것 보다도 높은 형벌"이라고 지적했다. 처벌 규정은 추후 실질 입법심사 때 합리적인 선으로 수정하면 될 일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약사법·의료법 개정안 세부 조항은 반드시 성분명 처방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이를 허용하도록 여러가지 조건과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생각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환자와 의약계가 자칫 무차별적인 성분명 처방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입법이 설계됐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수급 불안정 의약품 정의를 상세하게 법제화했고, 의약품 공급관리위원회 역할과 권한, 구성 성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직능 유불리가 반영되지 않도록 신경쓴 티가 역력하다.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의사에게 제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법률로 강제할 만큼 문제가 심각한 품절약만 수급 불안정약으로 지정하도록 법률을 구성하는 문장들을 섬세하게 썼다. 보건복지부 차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을 포함한 30명의 공급관리위원들이 치밀한 논의 끝에 다면적이고 다층적으로 수급 불안정 문제 원인과 배경, 해결책을 샅샅히 살피고 나서야 비로소 수급 불안정약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의사 역시 공급관리위에서 전문성을 토대로 수급 불안정약 지정·지정해제 관련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품명 처방에 익숙한 의사들이 무작정 제네릭 약효·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한적 성분명 처방 의무 법안에 반대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서는 이유다. 의협은 해당 법안에 대해 "의약품 수급 문제는 제약사의 생산중단 또는 수입중단으로 발생한다. 이런 의약품 공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으로, 애꿎은 의사를 범죄화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취지 입장을 냈다. 일부 타당한 주장이나, 품절약 생산·수입 제약사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 강화만으로 수급 불안정 사태를 전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점도 고민해 볼 부분이다. 특히 법안은 정부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해 품절약 사태 예방력·대응력을 강화하고, 긴급한 경우 정부가 제약사에 생산·수입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담았다. 즉 법안은 품절약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A부터 Z까지 모든 경우의 수에 민관 합의로 정부가 최대한 합리적이고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을 곳곳 설치한 셈이다. 적어도 제한적 성분명 처방 법제화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소염진통제 재고가 충분했는데도, 특정 상품인 '타이레놀'에 대해서만 품귀 현상이 반복됐던 사례의 재발을 막는 미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품절약 사태 해결은 비단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의 공약이 아니라 국민의힘 공약이기도 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의약품 수급 불안에 고통받아 왔다는 의미다. 제한적 성분명 처방을 막연히 의료계 금기어이자 직능 반대 정책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응급처치 수단으로 바라보는 의료인의 품격이 필요한 시기다.2025-09-04 18:35:28이정환 -
[기자의 눈] 허가부터 급여까지 6개월...GIFT 확대 필요성[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2년부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를 운영하고 있다. GIFT는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또는 희귀질환 치료제로서 혁신성이 뛰어난 의약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하고 환자에게 빨리 공급하기 위한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에 대한 신속심사 활성화 지원체계'를 말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55개 품목이 GIFT에 지정됐고, 이 중 39개 품목이 허가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GIFT 품목의 경우 심각한 중증질환·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난 2023년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에 부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식약처 품목허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평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병렬로 동시해 진행해 빠른 보험등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에는 식약처 허가 120일, 심평원 평가 150일, 건보공단 협상 60일 등 허가부터 급여까지 최장 300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이 기간을 절반 가량 단축시킨 결과가 나왔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기대여명이 6개월 등 1년 미만인 암·희귀질환 치료제로, 소수의 환자 및 대체약제 부재, 2년 이상 생존, 치료 효과 우월성 입증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선정되는데, 현재로서는 GIFT 대상 품목이 최적의 대상이다. 이에 그동안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5개 모두 GIFT 품목으로, 레코르다티코리아의 '콰지바(디누툭시맙베타)'와 입센코리아의 '빌베이(오데비시바트)', 큐로셀의 '림카토(안발캅타젠오토류셀)', UCB의 '핀테플라(펜플루라민)', MSD의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등이 주인공이다. 현재 콰지바, 빌베이, 윈레브에어 등 3개 품목이 신속심사로 허가됐으며, 이 중 콰지바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되면서 허가부터 약가까지 6개월만에 완료됐다. 성과만 놓고 보면 GIFT와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모두 업계 뿐 아니라 환자의 접근성 향상면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제도가 운영된지 2,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범위는 제한적이라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IFT의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개발 신약에 대한 약가 평가 우대 규정이 마련됐지만, 실제 GIFT 대상으로 신속심사를 받아 허가가 이뤄진 품목은 5개로 2.6%에 그치고 있다.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또한 GIFT 대상에서도 약제 선정기준이 까다로워 더 많이 선정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또한 제도의 성과만 놓고 보면 확대 운영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인력이나 부처 간 소통 부분에 있어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도의 필요성이 성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신속심사와 허가-평가-협상 병행 확대 운영을 위한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2025-09-03 18:08:09이혜경 -
[기자의 눈] 트럼프 약가정책, 인지와 대비는 필수[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설레발이라 하더라도,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혜국 대우 약가정책(MFN, Most-Favored-Nation)' 행정명령 이후 주요 다국적제약사 CEO들에게 제시한 약가인하안 제출 기한인 9월29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MFN 약가정책은 선진국의 가장 낮은 가격으로 미국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은 미국의 메디케이드, 즉, 저소득층 의료보험에 속한 환자들에게 공급되는 의약품부터 MFN 가격을 적용한다는 것이고, 순차적으로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기준이 되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국가의 약가에 맞춰 미국의 약가를 조정하겠다는 얘긴데, 우리나라가 그 기준점이 될 확률이 적잖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가뜩이나 '코리아 패싱' 우려가 높은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급여 목록에 의약품을 아예 등재하지 않으려는 기조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의약품 시장은 전 세계 1위 시장으로 절반에 가까운 글로벌 점유율을 갖고 있는 독보적인 국가이며, 우리와 비교 시 20배 이상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다국적사에게 우리나라는 얼마든지 포기해야 하는 시장이 된다. 조짐은 이미 보인다. 트럼프 약가 정책 발표 후 등재를 위해 제출된 다국적사의 신약이 평가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고, 신약 등재 신청을 위한 본사 승인이 잠정 중단된 회사도 존재한다. 또한 기등재된 품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제약사에서 허가를 철회하면서 급여 품목을 삭제하기도 했다. 표시가 보전, 지출구조 개선 등 그동안 '건의'로 남아 있었던 해결책을 이젠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할 때가 왔다. 기등재 의약품의 경우 사후 약가 인하 기전으로 인한 지속적인 약가 인하를 대체할 수 있는 정책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이중약가는 이기적인 정책이며, 투명성을 저해한다. 나라와 나라 간 실제 가격을 숨김으로써 불투명한 약가 영역을 넓히는 행위다. 하지만 한 국가의 자국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지 이기도 하다. 딜레마 안에서 우리도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트럼프가 던진 폭탄의 범위가 처음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물론 있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인 것도 분명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받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한 인지와 대비, 필요하다.2025-09-03 06:19:19어윤호 -
[기자의 눈] 반기보고서 친절함이 필요하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사들은 최근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같은 반기보고서인데 정보를 알리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양식은 동일하지만 일부는 친절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임원의 현황을 보자. A사는 주석에 들어오고 나간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놨다. 한 눈에 봐도 누가 빠지고 그 자리를 대체했는지 아니면 공석으로 남아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임원 대거 교체된 B사는 주석이 없다. 이에 하나하나 기존의 분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비교해 임원의 변동을 찾아냈다. C사의 경우 6월말 기준 1분기에 퇴사한 이가 임원의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C사는 단순 실수라며 3분기 보고서에는 슬며시 빼놓겠다고 말했다. 비상장사 D사는 지난해 3월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올 4월 나온 감사보고서에는 여전히 기존과 동일한 주주 현황만 기재돼 있었다. 주석을 통해 지배구조 상단이 변경된 사실을 기재했다면 더욱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쉬웠을 것이다. E사는 올 반기말 기준 핵심 물질 국내 3상 임상시험 개시 준비중이라고 기재했다. 2024년 3월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 변경 승인 완료를 받았지만 본격화되지 않은 셈이다. 투자자는 3상이 언제 시작할 지 궁금하다. 반면 F사는 개량신약 3상을 3분기에 개시하겠다고 명확한 시점을 언급했다. 제약사별 반기보고서 양식은 동일하다. ▲회사의 개요 ▲사업의 내용 ▲재무에 관한 사항 ▲주주에 관한 사항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 등이다. 제약사들은 이에 맞춰 내용을 기입한다. 다만 기입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친절하고 누구는 아니다. 여기서 전자공시의 의미를 살펴보자. 국어사전에 따르면 전자공시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기업과 관련한 서류를 이용자들이 조회할 수 있도록 공시하는 체계다. 기업은 금융 감독 위원회 등의 관계 기관에 제출하는 신고서나 보고서 따위를 인터넷을 이용해 전자 문서로 제출하고 관계 기관은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일반인에게 알려 공시의 신속성과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종합적인 알림 체계다. 투자자 입장에서 공시는 친절해서 나쁠 것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친절함이 필요하다. 이는 ESG 경영과도 연결된다. 이제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시대가 아니다. 얼렁뚱땅 넘어가서도 안된다. 변화가 있으면 변화를 있는 그대로 알려야한다. 여기에 친절함이 가미되면 금상첨화다.2025-09-02 06:01:12이석준 -
[기자의 눈] K-바이오, 중국 급부상은 새로운 기회[데일리팜=손형민 기자]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서 중국 제약사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기술 추격자’로 불리던 중국은 거대한 자본과 신속한 임상 진행으로 단숨에 글로벌 시장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 중국 제약사들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 진입, 후기 임상 진행, 허가, 대규모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인 신약개발 체계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판도를 흔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허가 사례를 늘려가는 동시에 주요 글로벌 제약사에 굵직한 기술이전을 이뤄내고 있다. 중국 제약사들이 자국 내수시장만으로도 임상·판매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규모를 확보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이다. 수천 명의 환자 집단을 기반으로 한 임상 속도 그리고 규제당국의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식 ‘물량 공세’는 거대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국내 ADC 기업들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20개가 넘는 다수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기술이전 사례를 만들었고, 오름테라퓨틱은 독창적인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앞세워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ADC 분야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인투셀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무기로 신규 타깃 ADC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중국이 ‘규모와 속도’라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플랫폼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차별화된 신약개발 전략은 단순한 경쟁 구도뿐만 아니라 협력의 여지도 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생산 인프라와 임상 네트워크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협력의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국내 기업들은 중국 임상기관(CRO)과 손잡고 임상을 가속화하거나 중국 내 투자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기술이전 역시 중국 제약사로의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일례로 리가켐바이오는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을 이전했고, 해당 HER2 타깃 ADC는 현재 중국에서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이 기회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식 물량 공세는 특정 모달리티의 가격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 더 많은 항체, 더 새로운 페이로드, 더 다양한 플랫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시장의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놓고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때 한국 기업들의 플랫폼 차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기술적 소모품으로 소비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임상 단계별 차별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글로벌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쟁’과 ‘협력’ 관계를 모두 이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어떻게 굳히느냐가 한국 ADC 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중국 제약의 급성장은 한국 입장에서 위협이자 동시에 기회다. 경쟁자로만 치부하기에는 협력 여지가 많고 무조건 협력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잠식 위험이 크다. 결국 K-ADC의 글로벌 도전은 이 미묘한 줄타기 속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중국 대비 물량과 속도전에서는 밀리더라도, 플랫폼 차별화와 전략적 파트너십에서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지금이야말로 분명히 새겨야 할 시점이다.2025-09-01 06:17:57손형민 -
[기자의 눈] 헬스케어 AI, 혁신의 속도와 신뢰의 속도[데일리팜=황병우 기자]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적용을 넘어 안착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필립스코리아는 '미래건강지수 2025' 한국 보고서'를 통해 '신뢰'라는 화두를 던졌다. 보고서를 보면 의료진의 86%가 헬스케어 AI가 의료를 개선할 것이라 답했지만, 환자는 60%만 긍정적이라고 했다. 현장의 'AI는 업무 효율화에 도움된다'는 목소리와 함께 '환자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다'라는 반응이 교차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날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장이 발표한 병원의 사례는 눈여겨 볼만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AI 기반 디지털 병원을 표방했다. 흉부 X-ray 판독 보조, 감염자 동선 추적, 디지털 병리, 음성인식 의무기록 등 여러 사례를 도입하며 성과를 보여왔다. 특히 감염 관리에서 반나절 걸리던 접촉자 파악이 10분 만에 끝난다는 이야기는 AI의 가치를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을 위한 디지털이어야 하는데, 디지털을 위해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아이러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AI를 EMR 등에 연동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든다. 환자 동의서를 매번 받는 행정부담도 존재한다. 혁신 의료기술 지정 제도가 있긴 하지만, 절차와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제도다. 의료진은 AI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지만, 막상 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AI가 오진을 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보고서에서도 한국 의료진의 74%가 이 부분을 우려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AI를 둘러싼 화두는 결국 '신뢰'다. 기술적 성능 못지않게, 제도와 규제가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지가 관건으로 이러한 신뢰에는 정부가 보장하는 재정적 지원이라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 환자로서는 투명성 있는 설명과 안전장치, 의료진으로서는 책임 규정과 비용 보전,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제도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의 속도는 이미 충분히 빠르다. 이제는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혁신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결국 규제가 속도를 맞춰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AI가 효율과 이를 통한 인력 재투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2025-08-29 06:00:21황병우 -
[기자의 눈] 잘 나가는 바이오기업 '탈 코스닥'의 명암[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에 코스피 이전상장 열기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이 최근 이전상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에 앞서 HLB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전상장 안건을 통과시키며 관련 절차를 추진한 바 있다. HLB는 한때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했던 바이오 섹터 대표 업체다. 이들 기업의 행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고 외국인 접근성도 우위에 있다. 일부 기관은 운용 규정상 코스피 종목에만 투자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이 곧 '기업가치 재평가'로 직결되는 셈이다. 브랜드 신뢰도도 무시할 수 없다. '코스피 상장사'라는 타이틀은 해외 투자자나 글로벌 파트너사에게도 강력한 신호가 된다. 바이오 기업에 있어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은 사업의 핵심 기반인데, 글로벌 제약사는 계약 체결 시 상장 시장을 기업 신뢰도의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기도 한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존재한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은 2018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했다. 27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 시가총액 39조4444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상장사 중 12위에 올라 있다. 다만 코스피 이전상장이 무조건 정답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코스닥은 일정 시점이 되면 무조건 떠나야 하는 시장 혹은 임시 정거장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이전상장이 자율적 선택이 아닌 구조적 강제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은 원래 벤처와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 플랫폼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코스피 대비 진입 요건이 낮고 신산업 중심의 평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아직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혁신 기업에 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초기 기술기업이 이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시장 신뢰를 얻으며 성장해왔다. 기업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확보라는 명분이 충분하더라도 규모가 커진 유망 기업이 모두 코스피로 빠져나간다면 자칫 자본시장의 건강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코스닥이 단기 체류지처럼 여겨지게 되면 코스닥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고 자본시장의 다양성과 균형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 자본시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이 반드시 이전을 택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 등 세계적 기술기업 상당수가 여전히 나스닥에 상장해 있다. 각 상장 시장이 고유한 역할과 위상을 갖고 공존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고 기업은 시장의 특성과 자사의 전략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한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 확대를 막을 이유는 없다. 더 나은 시장 환경을 찾아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건 기업의 자율적 판단이자 성장 전략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정해진 수순처럼 코스피로 향하는 흐름이 고착화되면 자본시장 생태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에 상장돼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2025-08-28 06:17:35차지현 -
[기자의 눈] 대체조제 반대하는 의사, 품절약 해법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국회에서 대체조제 통보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의사협회가 기다렸다는 듯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개정안은 약국 대체조제 사후통보 대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정보시스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내년 2월 2일 시행을 앞둔 대체조제 통보 간소화 관련 약사법 시행규칙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국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자 의협은 역시나 이번 법안이 대체조제를 쉽게 하는 악법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임의적인 대체조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관련 제도가 시행되면 의사 처방권이 무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의협을 비롯한 의사 단체들에서는 성분명처방을 넘어 대체조제 간소화 관련 제도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줄곧 주장해 온 대체조제 활성화 반대 이유는 약사의 처방 변경에 따른 환자 안전 위협, 의사 처방권 무력화, 그에 따른 의약분업 붕괴 등이다. 의사 처방권 무력화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대체조제 활성화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의약분업 근간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5년이 넘게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시기보다 정도는 순화됐다 하더라도 예측 불가한 약 품절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지속되면서 제약,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약국가는 업무에 적지 않은 부분을 의약품 재고 확보와 수급 관리에 할애하고 있는 형편이다. 약 수급 불안이 극심했던 코로나 기간 일선 약사들의 의약품 재고 확보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대체조제 시도, 환자의 이해가 없었다면 일시적 이슈로 부각되다 잠잠해진 ‘약국 뺑뺑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을 가능성이 컸다. 의약품 품귀, 품절은 뾰족한 대책 없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관련 법은 국회에서 기한 없이 계류 돼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처방권 유지를 강조하는 의사들은 환자 안전을 위해 어떤 목소리를 냈고, 또 어떤 대안을 제시했는지 묻고 싶다. 권리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의약품 처방 권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처방한 약이 환자에게 탈 없이 전달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일조할 의무와 책임도 따를 것이다. 책임 없는 권리 주장은 권한 남용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제는 특정 직역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인센티브 제도까지 도입해 활성화를 꾀하는 대체조제가 이제는 말 그대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2025-08-26 16:54:12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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