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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퇴본부 공공기관 전환이 필요한 이유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식약처 등 14개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한 ‘마약류대책협의회’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2023년 11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을 통해 마약류 유입감시, 유통단속, 사법처리 뿐만 아니라 특히 마약류중독자 치료& 8231;재활, 예방교육 및 홍보사업 등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관리할 계획임을 천명한 바 있다. 마약류중독자는 국가가 책임지고 치료& 8231;재활해 국민건강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마약류 수요 감축 정책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는 지난 30년간 전국 회원 약사들의 마약퇴치 후원금에 크게 의존하며 국내 마약류 수요 감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고, 약사들은 이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퇴본부 현 조직 규모와 예산으로는 매년 급증하고 심각해지는 국내 마약류 문제에 적극적& 8231;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따라서 국가 마약류 수요감축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마퇴본부를 공공기관으로 전환해 조직, 사업, 예산 등이 대폭 확대& 8231;증액돼야 한다. 2022년도 마퇴본부 ‘약물예방교육’ 및 ‘마약류중독자 치료재활’ 사업실적을 보면 2022년도 ‘학교 청소년대상 약물예방교육’ 사업실적은 전국 총 학생수 582만7866명 중 교육시행 학생수 31만6238명으로 대상자의 5.43%만 교육이 시행됐다. 2022년도 ‘마약류중독자 치료재활’ 사업실적의 경우 단속된 마약사범 1만8395명중 마퇴본부 치료재활교육 이수자 수는 총 2597명으로 14.1% 시행에 그쳤다. 사회 내 마약류중독자 대상 치료재활 사업실적을 보면 전국 사회 내 마약류중독자 중 2022년도 마퇴본부에 치료재활프로그램 등록 이수자수는 815명인데, 이 인원은 전국 지역사회내 마약류 중독자 수를 50만~100만으로 추정했을 때 0.05~0.1%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사회 내 마약류중독자들이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단속되는 2만명 전후의 마약사범 대상 재범방지의무교육과 사회 내의 마약류중독자 치료재활사업을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마퇴본부의 기존 12개 지부 외 별도 기구인 중독재활센터(마약류중독자재활시설)가 전국적으로 대폭 증설돼야 하는데 현재의 마퇴본부의 조직과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반드시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야 하므로 마퇴본부의 공공기관 전환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 하겠다. 한편 마퇴본부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10억원 이상 수준으로 증액된 이후부터 본부는 이미 법령(공직자윤리법)에 따라「공직유관단체」로 전환됨으로써 마퇴본부는 사실상 NGO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따라서 마퇴본부는 현재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각종 규정을 적용받고 있고, 대표(이사장) 선임과 상임이사의 임명권이 주무관청의 장인 식약처장에 있지만 이사장의 경우 본부 이사회에서 선출하되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게 돼 있으며, 이는 모든 공직유관단체 대표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마퇴본부가 공공기관으로 전환될 경우 지난 30여년동안 우리나라 마약퇴치 업의 근간이 됐던 약사회 역할이 위축되거나 소외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마퇴본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해도 본부와 지부는 마약류관리법 제51조의6 제1항 및 같은 조 제3항에 의거 설립의 법적근거를 확보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마퇴본부는 법인으로 할 것을 명시해 두고 있으므로 이사회와 이사장이 있어야 하는 마퇴본부 현 조직체계는 변화됨이 없는 것이다. 또 예방교육과 치료재활사업 등 마퇴본부 목적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지부조직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법인 형태는 현재대로 유지돼야 한다. 특히 지부는 마퇴본부 ‘정관’과 ‘지부운영 및 관리규정’에 따라 마퇴본부의 설립목적사업을 수행하는 필수 조직이고, 같은 정관 및 규정에 이사회와 지부장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법인으로서의 본부와 지부 조직체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국내 마약류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부터 마퇴본부 예산 지원금을 160억원대로 증액했고 전국 17개 지역에 마약류중독자재활센터를 설립해 직원 충원과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법령(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항)에 따라 공공기관으로의 지정대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즉, 공공기관 전환여부는 이제 마퇴본부 구성원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퇴본부가 공공기관으로 전환된다면 마퇴본부 사업과 예산 편성계획, 집행 및 사업추진 결과 등에 대해 현행과 같이 자체감사 수준의 평가가 아닌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감사받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변화는 조직 확대에 수반되는 조치일 것이다.2024-01-30 11:48:42이철희 마퇴본부 감사 -
[기고] 식약처 특사경, 마약류 수사권 필요한 이유지난해 약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일명 ‘롤스로이스 사건’, 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투약해 준 성형외과 의사가 여성 환자들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투약해 재운 뒤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국회는 일부 의료기관이 마약류 투약과 유통 창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마약류 오남용 의료기관을 일벌백계 해야 한다며 식약처에 강력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이러한 사건·사고와 그 필요성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의료용 마약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10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사경 제도란, 검·경의 수사권이 미치기 어려운 철도·환경·위생 등에 대한 수사나 전문성이 필요한 조세·관세 등에 대한 수사를 위하여 관련 법률에 따라 수사권을 위임받아 수사토록 하는 제도다. 대표적으로 식약처·철도청·관세청 등이 특사경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식약처는 식품·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에 대한 수사권한은 있지만, 마약류는 제외되어 있어, 의료용 마약류 관련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의료용 마약류’란, 마약류(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중 질병 치료 목적 등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말하며, 마약성 진통제·수면제·식욕억제제·우울증치료제 등이 있다. 식약처에서 발표한 2022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2.6명 중 1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으며, 2022년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가 1946만명이라고 하니 이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의약품이 됐다. 이런 의료용 마약류는 자칫 중독되거나 오·남용될 우려가 높아, 의사·치과의사 등 특정인만 취급할 수 있고, 의무적으로 그 취급 내역을 보고하게 해 식약처가 품목허가부터 제조·수입·유통·판매·투약 등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용 마약류의 특수한 제조·유통 구조와 보고 시스템 때문에, 밀수·밀매하여 음성적으로 유통·판매되는 일반 마약과는 범죄 양상이 전혀 다르다. 예컨데, 의료용 마약류 사건은 의사를 속여 처방을 받거나 치료 외 다른 용도로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 ‘식약처가 처방·투약내역 분석 → 문제 소지가 있는 병원 등 특정 → 행정조사 → 검·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있다. 반면 비의료용 마약류 사건은 ‘검·경이 제보·첩보를 통해 정보 입수 → 밀수·밀거래 현장에서 잠복수사 → 관련 범법자 검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용 마약류 수사는 일반 마약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게 맞고,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수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타 기관보다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전문 수사기관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식약처 수사권 부여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식약처가 가진 행정권만으로도 마약류 관리·감독이 충분하고 수사권까지 주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과거 지자체 특사경이 약국 단속 시 약사·직원을 과잉 조사했다는 논란이 있어 의료계·약계 등에서 식약처가 마약류 수사까지 하게되면 업무방해·강압수사를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적절한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해 언론보도에 따르면, 식약처가 수사의뢰한 병의원 143개 중 44%가 무혐의라고 한다. 기소율이 높지 않아 보인다. 처방·투약량이 치료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전문성 있는 기관의 심도 있는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또한 식약처 행정권으로는 병원·약국 등 마약류취급자 외 일반 개인을 조사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마약 쇼핑자 등 중독이 의심되는 경우, 개인을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관련 병의원·약국을 조사해 마약 쇼핑 증거를 확보해야 하니 행정력이 낭비된다. 더불어 식약처 내 특사경과 행정조사 권한이 있는 감시원은 엄연히 구별되고 있으며, 식약처 특사경은 행정조사권한이 아닌 수사권한으로 식·의약품 등 관련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한이 확대된다고 행정조사 권한과 수사 권한이 혼재돼 과잉 조사가 난무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식약처가 경찰로부터 수사결과를 회신받지 못하거나 늦게 받아, 수사결과를 의료용 마약류 관리·감독에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사결과는 다음 번 마약류 감시 계획 수립 시 활용되며, 기소 여부를 분석하면 유죄 입증을 위해 감시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식약처가 직접 수사 해 신속히 그 결과를 알려준다면 수사결과 활용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도 두 해가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마약류 사범도 역대 최다, 의료용 마약류 사용도 역대 최다라고 한다. 갈수록 사용량이 증가하는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줄이고, 실효성 있는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 확보가 시급해 보인다.2024-01-24 06:08:38조민주 전문위원 -
[기고] 약대 혁신신약학과 설치 수수방관 안된다교육부의 혁신신약학과 신설로 약대 내 4년제 학과 우후죽순 늘어날 전망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부에서 혁신신약학과 신청을 2월 초까지 받고 있어 4년제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들이 추가될 전망이다. 작년에는 다수의 대학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가천대, 서울대, 경북대에 262명만 승인받았다. 이외에 계명대는 자체적으로 학내 정원조정을 하여 신설했다. 4년제 비약사를 양성하는 학과가 생기면서 약대는 약사를 배출하는 대학이라는 불문율은 이미 깨졌다. 그런데도 약계가 평온하기만 하여 무관심인지 아니면 방관인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이들 학과가 늘어나면 약사의 제약산업 진출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도 볼 수 없다. 혁신신약학과 졸업생은 산업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6년제 약사 인력의 산업 분야 진출과 겹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서는 제조관리자, 품질관리자, 안전관리책임자 등 약사 면허자의 역할과 필요성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또한, 4년제 학과를 졸업한 후에 약사가 되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17개 6년제 약대 무더기 신설, 이제는 4년제 산업인력 양성으로 약대는 2+4년제와 통합6년제의 두 차례 학제개편이 있었다. 이 시기에 입학정원 30명 미만의 소규모 약대 17개가 무더기로 신설되었다. 이때 교육부는 산업약사 부족분을 지역별로 균형 있게 양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정 심사에서 약과학자 양성에 비중을 두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설 약대 졸업생은 대다수가 임상약사로 진출하여 원활한 산업 인력수급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약대 신설은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교육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4년제 학과 신설은 6년제 학제개편보다 약계의 직업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다. 6년제 약사양성과 4년제 비약사 배출 사이의 역할 분담 내지는 교육 차별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조정이 필요하다. 약대 내에 6년제와 4년제 학과를 병행하는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 등 앞서간 국가들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상당 기간 학계의 논의와 합의 과정이 있었고, 임상약사와 약과학자 양성이 구분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다수가 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고, 약사회와 약학교육협의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6년제 약대의 산업약학 교육과, 4년제 제약산업 인력 교육이 서로 겹치기만 한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 혼선과 갈등으로 앞날을 소모하게 될 것 약계와 약학교육계는 2000년대 전후의 격변기를 겪으며 굵직한 사안들을 함께 헤쳐왔다. 한약분쟁. 의약분업, 약대6년제와 같은 큰 산들을 넘을 때 보였던 무게감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높은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고산병의 무력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보인다. 약학교육을 교육계가 주도하지 못하고 정부의 판단이나 외부의 입김에 여전히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 당사자들의 몫이다. 교육부의 자율혁신 정책으로 학과 신설을 허용한데 대해 교육계의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역작용이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하여 뚝딱뚝딱 날림으로 약학교육의 집을 짓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4년제 혁신신약학과 신설이 확대되어 가는 데 대해 약계와 무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정체성을 가지고 양립하게 하던, 차별성을 가지고 별도 운영하던 약계와 교육계가 공감하는 방안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면 혼선과 갈등으로 앞날을 소모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2024-01-22 09:22:03김대업 약평원 이사장 -
[기고] 가습기살균제 2심 승소는 과학의 승전고지난 1월 11일의 가습기살균제 CMIT/MIT 제조·판매사의 업무상 과실치사 관련 판결에서,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제품사용과 폐질환 발생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 재판부는 ‘어떠한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해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국내 유수의 다수 로펌으로 구성된 기업 측 변론과 피해자 측을 대리한 정부와 학계의 과학적 증명이 맞붙은 법정 공방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를 연상케 했는데 다윗의 과학이 승전고를 울렸다. CMIT/MIT의 질환 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로 1심 무죄 판결 1심 판결에서는 동물독성시험에서 확인되지 않으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연구자들이 조건(농도, 노출방식 등)을 바꿔가며 동물독성시험을 반복했던 것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는 식의 편향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연구 중 무영향 결과가 하나라도 있으면 이것이 증명하고자 하는 가설 자체를 반증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인과관계가 확인된 결과조차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재판의 대상이 피고의 잘못이었어야 했는데 CMIT/MIT의 질환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로 바뀌어 버렸다’고 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2021년 12월의 1심 판결 이후 학계에서는 유해화학물질 사용과 피해 사이에 인과적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과학적 증거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종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임상의학, 역학, 독성학, 노출과학, 법학 등 분야별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하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 검토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질환별로 과학적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각자의 전공 배경에 따라 과학적 증거가 법적 인과관계로 수용되지 못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법률가들이 놓친 쟁점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역학만이 아니라 독성학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역학은 통계적 연구에 기반하여 질환발생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독성학은 실제 노출상황에서 피해를 일으켰는지 실험적 연구를 통해 증명한다. 과거의 독성학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확인한 초기에 풍부한 역학적 증거가 수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경우 등으로 인해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역학의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분으로서 동물독성시험을 통해 생물학적 개연성을 평가했다. 그러나 현대의 독성학은 개별 실험연구가 보여주는 퍼즐조각들을 한데 모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과학적 간접증거들의 종합적 증명력이 향상되었다. 이는 법률학이나 역학에서 사용하는 증거가중법(Weight of Evidence)을 독성학에 적용한 결과이다. 증거가중법(Weight of Evidence)을 독성학에 적용하여 종합적 증명 2000년 중반부터 근거기반 의학(EBM)에서 유래한 용어로 등장한 근거기반 독성학(EBT)은 근거가중법을 사용하여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하고 규제하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개념은 동물독성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동물독성시험 및 기전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실험동물에서 화학물질의 독성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해도 기전연구를 통해 질병의 발생이 추정된다면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로 판정한다는 원칙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진보된 독성학의 개념은 OECD의 화학물질 위해평가와 WHO의 발암등급분류 등에서 반영되는 등 국제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문제해결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규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PHMG와 달리 비특이적인 독성반응이 우세한 CMIT/MIT와 같은 화학물질은 질병발생과의 인과성을 확인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이번 2심을 앞두고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역학적 상관관계를 확인하여 법적 인과관계로서 증명했다. 역학은 전국민의료보험체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발생 요인을 신뢰성 높게 분석했고, 독성학은 추가적인 독성시험을 통해 인과성을 확인하고 근거가중법으로 다양한 유형의 연구를 종합하여 노출에서 질병발생까지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약학분야의 독성학자들도 상당부분 기여하였다. 기업은 안전성 확보되지 않은 물질로 제품 만들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지구상에는 수백만가지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정부의 규제기관이 모든 물질을 사전에 안전하게 관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이에 기업이 신규 성분을 사용하거나 기존 성분의 용도를 변경하여 제품을 만들 경우, 스스로 안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기업윤리만 믿어서는 안 되므로 선진국은 제조·판매사가 책임을 위반하면 사후에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취하는 법 제도를 두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번 2심 판결은 우리나라의 법과학과 법률적 이해가 선진화 되었다는 의미와 함께, 화학사고에 대한 법적 인과관계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이 안전성이 불확실한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들지 않게 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는 이러한 측면에서 2심 재판부가 판결을 바로잡은 점을 환영하고 있다.2024-01-16 10:49:17정규혁 성대약대 교수 -
[칼럼] 선택과 감동, 약사와 다시 사람들& 65279;“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1964년 23살의 김승옥이 발표한 단편소설 무진기행 속 주인공인 제약회사 임원 윤희중의 상상 속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햇볕과 공기, 그리고 해풍을 혼합한 수면유도제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 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발매한다면 소비자의 니즈가 확실하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약회사에서 제품의 발매와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니즈가 충족되어 자신이 발매한 제품이 성공하는 것을 상상합니다. 열거되는 기사의 제목들은 최근 제약회사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품절약 사태 근본 대책 마련해야.” “품절약 문제 심각하게 인식.” “OTC 주요제품 가격 인상설”.” XX % 인상예상.”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이번엔 약국을 찾는 소비자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약국방문 소비자는 다른 판매 플랫폼 소비자에 비해 좀 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방문을 합니다. 방문 목적이 치료, 회복, 예방 등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약국을 찾는 소비자에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살 수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실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실망은 분노로 바뀔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건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약국과 관련된 최근 기사 제목들입니다. “약국간 판매가격 1.4배 차이.” “약국간 가격차 컸다.” “일반약 난매.” 사회적 불경기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에 많은 영향을 주곤 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가격 중 최대 20배까지 차이가 나는 제품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함량, 원산지 등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과연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에 대한 ‘신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칼럼들을 통해 지역약국의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 콘텐츠라는 주제로 여러분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지역약국과 다른 유통과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 지역약국이 다른 유통과 대비되는 비교우위는 바로 정보의 전달자이자 건강 전문가인 ‘약사’의 존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역약국의 비교우위인 ‘약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그 힘을 발휘합니다. Opinion Leader, 전문가, 국가가 인증하는 자격이 있는 ‘약사’이기에 소비자는 신뢰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일즈의 최종 결과인 ‘구매’를 위해 소비자 지갑이 열리는 그 순간에 만약 판매가격에 대한 ‘의심’이 든다면 어떨까요?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지역약국의 공간 디자인을 통한 다양한 세일즈콘텐츠는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요? 일반의약품 정가제, 다빈도 일반약 정가제 도입 등 정가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정가제에 대한 예상되는 부작용이 있음에도 ‘약사에 대한 신뢰’를 그 논의의 중심에 두고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앞서 무진기행 속 제약회사의 전무는 생각합니다.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 전무가 되고 싶다고! 신약개발, 전문의약품의 처방활동, 기타 다양한 유통의 확장 등 제약회사의 업무영역은 매우 방대합니다. 그 중 제약회사를 소비자의 마음속에 인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역약국을 통한 제약회사 제품의 세일즈라고 생각합니다. 매출액의 크고 작음의 문제를 떠나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제품, 제약사)의 인지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제약회사는 결국 지역약국의 활성화에 중요한 파트너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제약산업에서 20여년 넘게 근무하며 제가 오랜기간 고민한 내용을 바탕으로 2022년에 박사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논문에서 저는 지역약국의 유형을 12가지로 분류하였고 각 유형에 맞는 세일즈콘텐츠를 제안했습니다. 그 내용을 근간으로 지난 칼럼들을 통해 지역약국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는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고, 구성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지역약국의 세일즈콘텐츠 제작에는 어쩔 수 없이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약국 활성화를 위한 ‘비용’의 분담에 대한 제약사, 약사회 등 관련된 단체와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글로써 제 칼럼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새로운 제품이 소비자에게 감동(move)을 주지 못한다면 이미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NO.1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에게 선택(move)받을 확률은 매우 낮다.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NO.1 유통 플랫폼은 무엇일까요? 그러한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지역약국은 어떤 감동(move)을 줄 수 있을까요?2023-12-18 09:39:19정석원 이사 -
[기고] 한약제제 병용표기 필요성에 대한 고찰지난 11월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약사법 제56조를 일부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현재 ‘보건복지부 고시’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한의원 등에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의료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는 56종의 한약제제에 관해 국민과 소비자에게 정확한 알림과 설명을 통해 구입과 복용에 있어 약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한약 및 한약제제의 과학화와 홍보, 발전을 위해 [전문(한약제제)의약품], [일반(한약제제)의약품]으로 포장, 용기, 사용설명서 등에 병용표기 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의 팬더믹을 겪으면서 우리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고, 의약품의 복용과 사용에 관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졌다. 특히 우리 전통의학인 한약과 한약제제의 효능을 경험하고 인정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지난 11월 9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주관한 한약 정책 포럼에서 한약제제의 발전과 현황 및 관계 법령 제도를 고찰하고, 식약처에서는 한약(생약)제제의 허가 심사 제도 현황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며, 미래 한약제제 산업의 발전 방안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서 한약과 한약제제는 관계 법령의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우수성을 홍보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이 있다. 30여년전 한약분쟁이 있으면서 정부는 한방의약분업을 전제로 한약의 발전과 과학화를 추진하겠다 했었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한방의약분업과 한방의과학화는 묘연한 상태이고, 비약적인 발전은 꿈에서나 볼 심상이며,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부터 ‘한약제제의 의료보험 급여 적용 시범사업 시행’은 그래도 작은 희망의 불씨다. 여기서 금번 약사법 56조 일부개정법률안은 명확하게 한약제제 구분이나 분류가 아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고시’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의해 56종의 한약제제 의료급여 품목 목록이 작성돼 있고, 한약제제 의료보험이 시행돼 의료보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약제제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연간 350여억원, 최근 5년 간 2천여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고 앞으로 이 보험급여 혜택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한방병원, 한의원과 약국 등에서 보험적용과 판매되고 있는 한약제제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표기가 필요해 보이는 중요한 이유다. 일부에서는 한약제제의 병용표기는 '직능 간 갈등이 유발될 것이다.' '한약제제의 구분이나 의약품의 재분류가 필요하다' 등등 여러 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의 발언을 보면 “아직 한약제제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법안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고,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이 발언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서 한약제제의 관리 현황 실태에 대한 파악 부족, 이 법안의 이해도 부족, 국민과 소비자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없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런 발언들의 근간을 살펴보면 지난 30여년 간 한의사, 약사, 한약사 등은 자신들의 직능이기주의에 빠져 자신들의 업권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인 결과물들이 바탕에 자리잡고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 어디에도 국민과 소비자는 없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한방과 한약제제를 발전, 활성화시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보건인의 책무는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법안을 발의한 최영희 의원실의 발의 취지를 정리해 보면 명확하다. ‘소비자들이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구입할 시 그 의약품이 한약성분을 포함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증상에 맞게 올바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용기나 포장에 한약제제라는 문구를 병기"하고자 함이며, 예로 일반의약품 중 약국,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도 소비자의 올바른 구입과 복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현행법 규정에 따라서 [일반(안전상비)의약품]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이렇듯 이 법안은 국민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 구입, 복용을 위한 설명의 도구를 만들고자 함이며, 직능 간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른 부분에서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의 정기간행물 ’효능군별 한약서 처방 허가[신고] 품목 정보‘를 통해 밝혔듯이 식약처에서는 한약제제 개발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한약서 처방에 근거해 허가·신고되고 ’08~09년도 재평가된 1,024품목을 효능에 따라 30개 분야로 분류하고, 각 효능군에 해당하는 총 161개 처방을 소개하고, 처방명 별로 품목 관련 정보(출저. 원료약품 및 분량, 제형) 와 안전성·유효성 정보(효과·효능,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 허가 사항 전반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의약품 2분류 체계와 약사법 제2조의 한약제제 정의에 따라 한약제제는 식약처에서 상세하게 구분해 허가·신고·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보험약제과에서는 민원 답변에서 ‘보건복지부 고시’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에서 한약제제의 정의는 약사법 제2조에 따른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다만 이 한약제제의 표기에 대한 정확한 법 조항이 없어 우수성이 있는 한약제제가 일반의약품 또는 전문의약품으로만 표기되고 있어 ‘국민 알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아쉬운 현실이다.금번 법안의 발의가 국민들로부터 소비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직능이기주의가 발현할 이유도 없다. 세간에 떠도는 한약제제를 구분하거나 분류가 필요한 부분도 아니다. 수년 전 한약제제의 병용표기에 관해서 보건복지부가 법제화 하려 했던 부분도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이 법안을 반대한 명분을 가진 단체는 그 어느 곳에도 없을 것이다. 만약 한의사회가 반대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한약제제 의료보험을 통해 자신들의 행위와 혜택을 본 부분에 대해 부정하는 꼴이 된다. 법에도 없는 한약제제를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한다면 그동안 적용받은 의료보험금을 다시 환수해야 한다. 한의사회는 절대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따라서 ‘한약제제’는 보건복지부, 식약처, 한의사회, 약사회, 한약사회 등등 모든곳에 존재하고 사용되는 공식 용어이고, 의약품이다. 끝으로 ‘한약제제 병용표기’ 법안은 현재 ‘보건복지부 고시(2016년)’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의해 한의원에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의료보험이 지급되고 있는 한약제제의 정확한 표기를 통해 국민과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다. 더 나아가 우리 전통의학인 한약과 한약제제의 활성화, 과학화, 발전을 위해 ‘한약제제 병용표기’는 꼭 필요하다.2023-11-27 09:34:00장동석 약사 -
[칼럼]큐어와 케어, 약사와 노인& 65279; “그는 …. 조제실에서 작은 절구에 시선을 꽂고 누워 있었다. 푸른 얼굴은 더 이상 공포에 휩싸여 있지 않았다. 룸 약사는 그의 눈을 감겨 주었다. 모든 것이 끝났던 것이다.” 터키 작가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단편소설 중 ‘솜 트는 노인’의 일부분 입니다. 평생 솜을 트는 일을 하던 노인이 한 동네 약국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푸른 눈의 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피곤하네…,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군. 난 지금 정확히 일흔여덟 살 일세. 지친 적이 한 번도 없었지. 난 지친 적이 없었어.” 마치 우리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몸은 어떠시냐는 자식들의 물음에 항상 우리 부모님들은 “괜찮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솜 트는 노인처럼 말입니다. 노인과 관련된 2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노인 인구의 증가입니다.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약 50년 뒤 한국 인구의 30%는 7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되고 한국은 OECD 주요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의 노인 교육의 필요성입니다. 오늘날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와 편향된 정보만을 개별 맞춤으로 제공하는 ‘필터버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됩니다. 특히 ‘가짜뉴스’와 ‘필터버블’이 노인들의 건강과 연관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됩니다. 나스미디어에서 발표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자들 중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답변은 무려 94.6%였습니다. 전 연령 평균 수치인 93.7%보다도 높습니다. 노인층은 ‘가짜뉴스’와 ‘필터버블’의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제 노인의 건강을 위한 큐어(cure)와 케어(care)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큐어와 케어 중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습니다만, cure의 어원이 care 즉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했을때 저는 그 순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큐어(cure)와 케어(care)를 받는 대상, 즉 ‘소비자(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약국을 찾는 소비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소비자의 기본적 특징과 노인층이라는 특정 연령대의 소비자 특성을 고려했을때 약사는 전문적 지식의 전달보다는 휴리스틱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휴리스틱이란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할때 명확한 실마리가 없을 경우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취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소비자가 신뢰하는 전문가인 약사가 어떠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칼럼에 이어서 오프라인 매장의 공간디자인이 적용된 동네책방에 관한 사례를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본 다이칸야마 쓰타야 티사이트(복합상업공간)는 2011년 말 개장했습니다. 이곳의 주요 타겟 소비자는 60대 이상의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를 바라는 세대입니다. 티사이트는 다음과 같은 공간 디자인을 실행하였습니다. 첫째, 타겟 소비자가 젊은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디자인의 디스플레이를 제작하여 매장에 배치하였습니다. 두번째,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설계하여 소비자가 매장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타이완의 텐위안청스(‘전원도시’라는 뜻)는 출판사이자 생활미학 서점이며 전시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강의, 좌담회,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통해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과 그 분야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의 만남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위의 서점들은 소비자에게 체험/경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시간 점유율을 늘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가 매장에 상주하며 소비자의 질문에 답하고 나아가 파생되는 상품 및 활동을 추천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오늘날 약국이 노인 소비자들을 위한 큐어와 케어를 어떻게 제공해야할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가짜뉴스와 필터버블로부터 노인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휴리스틱을 활용해 이들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은 약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솜 트는 노인’ 중 한 장면입니다. “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잠은 애인 같은 것이다. 오지 않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하지만 새로 솜을 튼 요를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새털같은 기쁨이 생긴다.” 우리들의 부모님이신 노인들에게 약국이 애인같은 편안함을 제공하길 바라봅니다.2023-11-06 11:10:50정석원 이사 -
[칼럼] 공간과 장소 그리고 토포필리아& 65279;& 65279; “저는 의사들이 결코 진단하지 못하는 감정들, 고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들을 치유하고 싶었어요. 너무 사소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사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런 모든 감정들이요.” 니나 게오르게 장편소설 ‘종이약국’ 속 주인공 페르뒤 씨의 말입니다. 소설은 상심한 마음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치유해 주는 서점 주인의 이야기 입니다. 저에게는 소설 속 서점이 ‘종이약국’으로 불린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소설 속의 ‘약국’은 소비자가 원하는 책을 판매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현재 마음 상태를 파악해 치료가 되고 위로가 될 만한 책을 권유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즉, 이 ‘약국’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종이약국’은 소비자의 재방문이 높습니다. 고객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없음에도 충성고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지역약국과 세일즈 콘텐츠라는 주제 아래 지금까지 여러분들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먼저 약국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와 지역약국의 실질적인 매출을 발생시키는 세일즈 콘텐츠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정의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실무를 담당하시는 약사님들과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약국에서 필요로 하고 개선되어야 할 세일즈 콘텐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3가지 지역약국에 필요한 세일즈 콘텐츠를 제안했습니다. 첫째, Time-Share를 통한 고객의 약국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 둘째, 약국이라는 Place에서 소비자의 경험/체험을 확대하는 것. 셋째, 소비자의 개별화 된 Occasion에 대한 커뮤니케이션과 상담. 이렇듯 지역약국에서 실질적인 세일즈를 일으키는 구체적인 콘텐츠들을 약국이라는 ‘공간’의 디자인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세일즈 콘텐츠의 핵심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저는 위의 세 가지 세일즈 콘텐츠가 실현된다면 ‘토포필리아’가 생성된다고 생각합니다. 토포필리아(Topophilia)는 인문지리학자인 Yi-Fu Tuan이 제안한 개념입니다. 그 뜻은 사람과 장소 또는 배경의 정서적 유대를 말합니다. Yi-Fu Tuan은 ‘공간’과 ‘장소’를 구분하여 말합니다. ‘공간’은 소비자의 움직임이 허용되는 곳이고, ‘장소’는 소비자의 정지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는 ‘공간’인 카페가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첫 소설이 탄생하게 된 ‘장소’일 수 있습니다. 즉, ‘장소’는 사건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간(Time-share)이 필요합니다. 그곳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고려대학교 김정우 교수는 ‘광고의 토포필리아 활용 양상’이라는 논문에서 맥도날드의 광고사례를 통해 토포필리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주문하는 운전석의 아빠는 늦은 밤 마이크에 속삭이며 주문합니다. “빅맥세트 2개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은 종업원은 다시 한번 얘기해달라고 하지만, 소비자는 다시 속삭이며 얘기합니다. 빅맥세트 2개를 전달하는 종업원은 이제 속삭이며 “주문하신 빅맥세트 2개 나왔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뒷좌석의 카 시트에 잠들어 있는 아기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마음(Occasion)을 얻은 맥도날드는 그 젊은 부부에게는 버거킹과는 다른 특별한 그들만의 ‘장소’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특별한 경험(Place)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맥도날드를 찾게 되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저는 ‘동네서점’의 토포필리아 실현 사례를 통해 지역 약국의 활성화를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3년 마스다 무네아키는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컨셉으로 ‘쓰타야서점’을 개점하였습니다. ‘쓰타야서점’의 콘텐츠를 지역약국에 필요한 3가지 세일즈 콘텐츠의 항목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65279; 특히 쓰타야서점의 주요한 세일즈 콘텐츠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배치한다는 점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책을,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착안된 상담 콘텐츠가 인상 깊었습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약국이라는 공간으로 바꾸어 생각한다 해도 큰 무리가 없는 세일즈 콘텐츠라고 생각됩니다. ‘종이약국’의 부록에는 주인공 페르뒤 씨의 책 처방전을 기재해두었습니다. 그 처방전의 제목 밑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감정 혼란의 증상이 경미하거나 또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경우에 정신과 마음을 빠르게 진정시켜주는 약! 다른 처방이 없으면, 소화하기 좋은 분량(약 5~50쪽)으로 여러 날에 걸쳐 나눠 복용한다.”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하며 소비자의 마음을 ‘공감’하는 전문가(약사)가 있는 공간인 ‘약국’은 이제 소비자에게 나만의 ‘종이약국’이라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2023-10-10 19:01:02정석원 이사 -
[칼럼] 동정과 공감, 약사와 커뮤니케이터& 65279; “아아, 이 사람도 불행하구나, 불행한 사람은 타인의 불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다자이 오사무가 1948년 발표한 ‘인간실격’ 중 주인공 ‘요조’가 등장인물인 약사에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문장입니다. 요조는 처음 약사를 보자마자 자신과 똑같이 불행한 인물임을 알아채고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약국을 찾아온 요조를 본 그 약사는 어떤 감정으로 주인공을 대했을까요? 약사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공감하는 인간)였을까요?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인간의 감정 중 공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감 이전에는 동정(sympathy)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동정은 다른 사람의 곤경을 보고 측은함을 느끼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공감은 동정과 정서적 공통점은 갖고 있지만 실제 둘의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공감(empathy)의 감(pathy)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공감은 동정이 갖는 수동적인 감정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합니다. 공감이라는 용어가 독일어 ‘Einf& 252;hlung(감정이입)’에서 유래된 것은 이러한 타인의 경험(즉, 고통, 곤경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의 느낌’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사는 전문가이기에 약국을 찾는 소비자에게 ‘공감’하기에 앞서 몇가지 사전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수용자인 소비자는 정보원인 약사에게 느끼는 역학관계(환경요소)에 따라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즉 약사가 자신의 안녕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약사의 의견에 동조하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태도’와 상반되는 ‘행동’을 약사가 계속 취하게 될 때에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느끼게 되어 결국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기도 합니다. 앞선 칼럼에서 잠시 언급했던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약사의 기본 역량강화를 위한 콘텐츠를 아래와 같이 제안할 수 있습니다. & 65279; 이와 같은 콘텐츠를 약사 스스로가 준비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약사의 전문성을 인식시켜주고 신뢰감을 형성시켜 약사의 의견에 동조하게 도와줍니다. 더 나아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약사의 역할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목적을 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행동으로 반응하는가에 대해 Donald Caline(1999)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성은 결론을 낳고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 이는 약사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부족 및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약사는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소비자에게 좀 더 공감을 표할 수 있는 개별화 된 상담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세일즈 콘텐츠를 제안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상담내용 및 건강정보 제공을 통한 개별화된 고객 관리입니다. 확보된 소비자의 정보를 통해 고객 상황별 대응전략(context scenario)을 수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화된 고객관리에 있어서 최근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보된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여 마케팅 메시지를 발송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건강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충성고객을 만드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차별화된 지역약국의 고객관리 시스템입니다. 성공사례로 광진구의 한 약국 사례를 소개합니다. 소비자의 재방문 및 입소문 유도 및 약국 방문 시 혜택과 이벤트 등에 대한 내용을 자체 온라인 채널에 공지하고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약국과 소비자 공감대를 형성한 사례입니다. 제품에 대한 온라인 복약지도도 가능하여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상담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하였습니다. “약사와 얼굴을 마주 보고있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약사의 커다란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넘쳐 흘렀습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약(모르핀)의 사용량 또한 더불어 늘어나니, 치르지 않은 약값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약사는 내 얼굴을 보면 눈물을 글썽였고, 나 또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픈 환자, 어려운 상황의 소비자에게 감정적인 측은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 입니다. 하지만 환자, 소비자의 ‘진정한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수동적인 동정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약사와 소비자라는 현실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환자와 소비자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헬스커뮤니케이터 약사를 응원합니다.2023-09-07 09:15:21정석원 이사 -
[칼럼] 이성과 감각, 약사와 체험 디자이너& 65279; 헨리는 오랫동안 마을에서 약사로 일했다. 약국 문을 열고 손을 씻은 후 흰 가운을 걸쳤다. 기분 좋은 아침 의식이었다. 오래된 약국은 그 자체로 꾸준하고 믿음직한 사람 같았다. 불편한 마음마저도 약국이라는 안전문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는 순간 썰물처럼 밀려났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2009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단편집 ‘올리브 키터리지’의 ‘약국’편에 나오는 동네 약사 헨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항상 약국을 찾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헨리는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습니다. 1980년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당시 우리나라 3대 자영업종은 다방, 중국집 그리고 약국이었습니다. 그 당시 약국은 동네사람들의 건강상담을 담당하는 친근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터란 ‘장이 서는 장소’란 뜻입니다. 영어 표현은 Market place입니다. 즉, 물물교환의 ‘세일즈’가 발생하는 곳이며 약국 같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곳입니다. 요즘은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곤 합니다. 플랫폼이란 본래 기차를 타고 내리는 기차 정거장을 의미하는 용어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 웹사이트 등을 통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곳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반드시 오프라인(장터)에서 사야 하는 것과 온라인(플랫폼)에서 사야 하는 것을 구분짓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시 약국을 찾는 소비자를 ‘공중(Target Audience)’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서로에게 관심이 적은 느슨한 형태의 집합체인 ‘대중(mass)’이나 감정적으로 쉽게 휩쓸리는 집합체인 ‘군중(crowd)’에 비해 ‘공중’ 혹은 공중화 한 집단은 조직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슈와 관련된 차별화된 특성에 따라 ‘대중(mass)’을 보다 작은 범위의 동질성을 가진 ‘공중(target audience)’으로 나누는 과정이 ‘세분화’입니다. 그루닉(Grunig, 1997)은 공중상황이론을 제시하면서 ‘관여도(level of involvement)’에 따라 공중은 분류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흔히 마케팅에서 전략을 수립할 때 소비자를 두 가지 차원인 수준(level)과 유형(type)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해당 전략의 대상 제품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한 전략을 수립합니다. 그것은 고관여 이면서 이성 중심의 제품, 고관여 이면서 감성 중심의 제품, 저관여 이면서 이성 중심의 제품, 저관여 이면서 감성 중심의 제품입니다. 소비자(target audience) 개인의 생각과 느낌에 대한 차이가 좀 더 세분화되는 최근의 추세를 생각할 때 위의 4가지 관여도는 고정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이러한 관여도 관점과 구매장소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저관여 제품인 경우 소비자는 ‘do(구매)’ 부터 하게됩니다. 주로 치약, 식품, 문구류, 음료 등이 속합니다. 고관여 제품인 패션/의류, 가전제품, 고가의 제품 및 신제품의 경우 소비자는 ‘learn(배움, 요즘은 search(검색)에 해당)’ 혹은 ‘feel(체험)’의 단계를 거친 후 ‘do(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을 포함한 약국에서 세일즈 되는 제품)의 경우는 어떤 단계를 거칠까요? 플랫폼에서 고객이 바로 ‘do’하는 제품의 범주일까요? 아니면 장터에서 ‘learn, feel’하고 구매하는 제품일까요? 만약 소비자가 두통(Problem)이 생겼을 경우 단순히 통증에 벗어나기 위한 진통제(Solution)만을 구매하는 것이라면 의약품은 저관여 제품군입니다. 하지만 약국에서 취급하는 제품은 우리들의 ‘건강’과 직결된 것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단순한 통증의 해결이 아닌 소비자의 전반적인 ‘healthcare’관점에서 제품이 선택되어야만 합니다. 즉, 약국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설령 구매하는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learn’과 ‘feel(체험)’이 우선인 고관여 제품인 것입니다. 파인(Pine)과 길모어(Gilmore, 1999)는 사람들이 경제를 체험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으며 체험 경제는 서비스 경제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체험은 개인을 ‘몰입’시키는 활동이고, 체험의 목적은 고객을 단순히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슈미트(Schmitt, 1999)는 체험 요소가 감각적 체험, 감성적 체험, 인지적 체험, 행동적 체험, 관계적 체험으로 구분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약국에서 소비자들의 복합적 다감각의 체험을 확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산업군의 종류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청결한 공간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경우 재방문할 확률이 높습니다. 즉, 소비자가 대기하는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헬스케어와 연관된 오감(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을 경험하게 만드는 세일즈 콘텐츠 항목은 소비자의 만족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체험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고객의 체험(경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다양한 산업군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약국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첫 번째, 자동조제기와 디스플레이를 통한 ‘시각적’ 신뢰도와 접근 용이성을 체험하게 합니다. 두 번째, 향기 분사기기 및 매장 특유의 시그니처 향기를 통한 ‘후각적’ 안정감을 체험하게 합니다. 세 번째, 활기찬 아침 혹은 느긋한 오후 등 시간대별로 적절한 음향효과를 통한 ‘청각적’인 편안함을 체험하게 합니다. 네 번째, 샘플링(healthy sampling)을 통한 ‘미각적’ 만족감을 체험하게 합니다. 다섯번째, VR, Wii 등의 기기(최근의 디지털 치료제 등)를 통한 ‘촉각적’인 치료와 예방효과를 체험하게 합니다. “노년의 헨리는 약국이 있던 자리를 지나친다. 그 자리에는 이제 거대한 자동 유리문이 달린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점이 들어서 있다. 옆 쪽에 있던 나무들은 모두 잘려나가고 그 자리는 주차장이 되었다. ‘사람은 익숙해지지 않으면서도 익숙해지기 마련이지.’ 헨리는 생각한다.”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오프라인 약국에서 ‘체험’하게 된다면 이내 곧 소비자는 약국에서의 ‘체험’이 익숙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것들(헨리 약사의 친절함)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것들(약사의 체험 디자인)을 약국에서 만나보기를 기대해 봅니다.2023-08-03 10:57:20정석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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