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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아스파탐 논란과 부화뇌동[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제약·식품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발암물질 2B군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의 제한적 결과·전임상에서만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을 말한다. 발암물질 2B군에는 위험성이 명백한 페놀프탈레인 등이 있다. 반면 프로필티오우라실 등의 의약품 성분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더해 피클·김치·염장 채소류·커피 뿐만 아니라 화장품에 널리 쓰이는 코코넛 오일로 만든 화합물인 코카마이드 DEA도 2B군에 속해 있다.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식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실제로 적색육인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2B군보다 더 위험한 등급인 2A군에 이미 등재되어 있지만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발암물질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아울러 65°C 이상의 뜨거운 물도 2B군보다 높은 2A군에 등재돼 있다. 따라서 아스파탐이 2B등급으로 분류 예정이라고 해서 심각한 위해성이 발견된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아스파탐이 2B등급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입에 대어서는 안 될 심각한 위해성이 발견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초 아스파탐은 위궤양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다양한 물질을 합성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 160;아스파르트산과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이 기본구조이며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 가량 강해서 극미량만으로 단맛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가성비도 설탕보다 좋고 열만 가하지 않으면 변질될 우려도 적어서 시럽제 및 일부 경구제에 극미량 첨가된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국내 의약품 중 아스파탐이 포함된 제품은 700개 상당으로 집계된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물론, 다수의 외자사 제품이 아스파탐을 가미하고 있다. 먹을 때 느껴지는 쓴맛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아스파탐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에서 설정한 1일 권고 섭취량은 50mg/kg 이하다. 이를 체중 60kg인 사람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000mg(3g)이다. 청량음료 355mL 캔에는 아스파탐이 87mg 들어있으므로, 음료 34캔(12.7L)을 마셔야 섭취 권고량 만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50mg/kg 기준 권고량을 넘는다고 해서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이하로 섭취할 때에 안전하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밝혀져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의약품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은 음료에 비해 그 양이 1/10 또는 1/100 수준에 불과하다. 2022년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아스파탐을 1일 권장량 이하로 섭취한 집단에서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암 발병률이 높았다는 결과를 통해 아스파탐 섭취와 암 발병률 간의 상관관계를 발견했을 뿐, 아스파탐 섭취가 직접적으로 암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의 근거는 아직 없다. 한 연구에서 아스파탐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화학적 스트레스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 논문은 메타분석 자료로 검토한 연구 표본이 부족하고 아스파탐 소비량 데이터를 자기보고식으로 받았다는 한계점이 존재해 보완이 필요하다. 근자에 벌어지고 있는 NDMA 불순물 파동·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까지 작금의 이슈를 보면 1966년 사카린 사태가 떠오른다. 국제암연구소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사카린의 독성은 입증되지 않았고, 결국 2010년 12월 미국의 환경보호청(EPA)에서 사카린을 '인간 유해 우려 물질' 리스트에서 삭제, 안전성이 입증된 인공감미료 타이틀도 획득했다.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발표도 나왔을 정도다. 이번 아스파탐 논란도 마찬가지다. 향후 철저한 연구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부화뇌동은 산업과 망국의 지름길이다.2023-07-06 06:00:1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사라지는 의약품과 규제 학습효과[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기업이 연구개발(R&D) 노력과 비용 투자로 의약품을 허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익이다. 시장성이 높은 의약품을 개발해 환자들에게 많이 공급되면 실적이 개선된다. 시장에 갓 등장한 신제품일수록 제약사들은 시장 선점과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 최근 허가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판매 실적도 없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사라지는 의약품이 크게 눈에 띈다. 지난 5월 1일 의약품 322개 품목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는데 2019년과 2020년 허가 제품이 총 221개로 68.6%를 차지했다. 급여삭제 의약품 3개 중 2개는 허가받은 지 4년에도 못 미치는 신제품이라는 얘기다. 대부분 미생산·미청구 의약품의 급여 삭제다. 보건당국은 최근 2년 간 보험급여 청구실적이 없거나 3년 간 생산실적 또는 수입실적이 보고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급여목록에서 삭제한다. 제약사가 자체 역량을 투입해 신제품을 허가받고도 판매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상한 현상이다. 급여삭제 의약품은 대형제약사에 비해 중소·중견제약사 제품이 많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의약품 1164개 품목이 미생산·미청구로 인해 급여목록에서 제외됐는데, 중소·중견제약사 제품의 비중이 매우 컸다. 중소·중견제약사들이 2019년과 2020년에 허가받은 제품이 판매도 하지 않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기현상이 반복해서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제네릭을 허가받기 위해 투입한 수수료와 인건비 등이 허공으로 사라지면서 사회적으로 적잖은 비용 낭비가 발생한 모양새다. 정부의 규제 변화에 따라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과 2020년은 유례 없이 많은 제네릭 허가가 쏟아진 시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는 2018년 1562개에서 2019년에는 4195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0년에는 2616개로 2년 전보다 67.5% 늘었다. 월별 허가 전문의약품 건수를 보면 2018년 월 평균 130개를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월 평균 350개로 치솟았다. 2019년 5월에는 한 달 동안 허가 받은 전문약이 584개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가 폭증했다. 2018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정부가 제네릭 규제 강화를 천명했고 2019년과 2020년 중견·중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무제한 위수탁을 활용해 제네릭을 최대한 장착했다. 이후 판매실적 없이 3, 4년이 지나면서 미생산·미청구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급여목록에서 사라지는 낭비가 반복되는 셈이다. 2019년과 2020년 허가받은 제네릭이 기업간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한 현상이다. 2020년 7월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약사들간 최고가 제네릭을 사고 파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약가제도 개편으로 도입된 계단형 약가제도에 따라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을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제네릭은 약가가 15% 낮아진다. 약가제도 개편 이전에는 시장 진입 시기와 무관하게 제네릭은 최고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약가제도 도입 이후 신규 등재 제네릭의 가격은 턱없이 떨어지는 구조가 됐다. 신규 제네릭의 저가 등재로 시장 진입을 주저하던 제약사와 제도 개편 이전에 최고가로 등재했지만 판매 계획이 없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싼 제네릭 제품들이 양도·양수를 통해 활발하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정부의 규제 변화가 초래한 이상한 제네릭 거래 현상이다. 물론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제약사들의 욕망에 펼쳐지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비용 낭비를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난 3~4년 전 정부가 제네릭 허가와 약가제도에서 아무런 정책 변화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소모적인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욕심과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 무능의 합작품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은 영리하다. 정부는 제도 변화를 추진하기 전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측하고 점검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시장을 더욱 교란시킨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학습효과라도 있어야 한다.2023-07-04 06:17:15천승현 -
[데스크시선] 건정심 넘어간 수가, 새 전략 살필 때[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약사회가 내년도 약국 유형의 수가 인상률(1.7%)을 수용하지 않고 건보공단과의 협상에서 끝내 결렬을 선택했다.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여러 번의 고비에도 결렬만은 피해 왔던 약사회의 태도를 볼 때 매우 이례적이다. 적어도 그간의 수가협상 역사를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의약분업 이후 요양급여비용의 주도권이 의사의 퍼포먼스와 양으로 넘어가면서, 약국경영 형태는 지난 20여년 간 처방전에 매우 의존적이고 수동적으로 고착화 했다. 평범한 동네약국을 얼핏 보더라도 인근 병의원과 진료과목에 크게 영향을 받는 데다가, 이웃 의료기관에 무슨 이슈라도 생기면 주변 약국들이 그 장대비와 천둥번개를 정통으로 맞았다. 쉽게 말해 약국은 지극히 처방의존적인 경영 형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급여비를 늘리려는 어떠한 퍼포먼스도 불가능하다. 이 맥락에서 약국 수가협상에서 결렬을 택한다는 건 더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뚜렷하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게 특징이다. 생각해보면 (의사협회와 함께) 약사회가 이번 수가협상에서 최종 결렬을 선택할 때 큰 내부 갈등이나 이견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결렬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꽤 심플했을 것으로 보인다. 약국의 경우 통상 추가소요재정(밴딩)에서 기본 10~11%를 점유해온 작지 않은 유형이었다. 그런데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의와 치과를 합산하니 무려 20%에 육박하는 포션을 차지하면서 약국 점유율은 절반 수준인 5.6%로 반토막 났다. 퇴로가 막히면 결정은 비교적 홀가분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제로섬 게임의 결말인 셈이다. 이번 협상 결과가 어처구니 없기론 의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밴딩에서 절반 이상을 가져간 병원(병원은 내부에 여러 유형이 있지만 '병원'으로서 단일 협상을 하고 있다)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의원의 최종 수가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앞서 말한 한방과 치과를 합한 수준과 거의 같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 약사회의 이번 인상률과 점유율 반토막은 이미 건보공단 수가 연구 중간결과가 나오자마자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단은 수가협상을 앞두고 항상 외부 연구자에게 의뢰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중간결과에 반드시 유형별 인상률 순서를 도출하도록 주문한다. 그리고 이 순서는 절대 번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과거 유형별 수가협상 초기에 순서를 번복했다가 국정감사에서 호되게 뭇매를 맞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즉, 이번에는 한방 1위, 치과 2위, 병원 3위, 약국은 4위, 의원은 5위로 인상률 순위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약국은 결코 병원의 인상률을 초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병원이 밴딩 전체에서 50~55%를 차지하기 때문에 병원의 인상률은 1% 후반에서 2% 초반 부근에서 결정 나는 게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약국은 그 수치 이하로 결정 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의협은 이 매커니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플랜 B' 즉 결렬 전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즉, 수가 전략을 타결이나 인상으로 잡지 않고 공단 최종 제안 수치(결렬 수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그간 여러 차례 결렬을 경험해 온 의협의 지극히 현실적이고 차가운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터무니없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이렇게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결렬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상정 과정과 그 안에서 해온 보이지 않는 전략적 경험이 축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가협상의 후반 과정을 보자면, 건보공단 내 재정운영위원회 의결과 공단-의약단체의 정식 계약으로 실무는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를 건강보험 최고의결기구인 건정심에 상정, 통과해야 모든 행정절차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재정운영위는 협상 결과를 건정심에 상정하면서 결렬 유형의 인상률을 협상 당시 공단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수치(최종 결렬 수치) 이상을 넘지 않도록 소견을 낸다. 건정심은 부대조건을 내걸지 않는 한 재정위 의견을 준용하는 게 관례다. 수가 결과를 통과시킬 건정심은 이번주 안에 열린다. 건정심은 이를 최종 통과시키기 전에 각계의 위원들과 더불어 결렬 당사자 의약단체를 불러 최종 발언권을 주고 의견을 공유한다. 즉, 결렬 단체들이 이 발언 시간에 얼마나 의미를 부여하냐에 따라 무게와 활용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결렬 단체들의 또 다른 전략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렬 단체들은 제한된 발언 시간을 통해 협상과 관련한 불만만 표출하거나 시위성 퍼포먼스를 강하게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차분하게 다른 현안까지 덧붙여 추가 어필할 수도 있다. 이는 건정심 위원들이 정부를 비롯해 기관, 시민, 학계, 환자, 소비자, 노동자 단체 등 다양한 계통의 인사로 구성돼 있기에 가능한 기회다. 어설픈 수가인상 수치를 수용하느니, 차라리 건정심행을 위해 결렬을 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건정심으로 가서 직능의 여러 현안을 최대한 어필하고 각계의 이목을 집중할 기회로 활용한 사례들이다. 같은 가입자라 하더라도 환자와 소비자, 노동자의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듯이, 약사사회를 둘러싼 첨예한 약무 현안에 대해 수용하는 정도도 각각 다르다. 수가협상에서 쓴 맛을 봤지만 이쪽으론 경험이 전혀 없는 약사회가 이번에 건정심이 부여하는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또 그 기회와 시간을 응축적이면서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2023-06-27 06:50:15김정주 -
[데스크시선] 톡신 간접수출과 규제의 이중성[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케미칼·바이오 전문의약품'은 되고 보툴리눔 톡신은 안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이중잣대에 업계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디톡스·제테마·파마리서치바이오·한국비엔씨·한국비엠아이·휴젤 등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의 이른바 '간접 수출 수난'이 이어지면서 국가출하승인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다. 여기에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온스바이오파마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 톡신을 국내에 판매했다며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은 7곳으로 늘었다. 국가출하승인제도는 품목허가를 취득한 의약품에 대해 국내 유통 전 해당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제도다. 약사법 등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 중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및 국가 관리가 필요한 제제의 경우 식약처장의 국가출하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해당 제도를 두고 식약처와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의 입장은 상반되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수출한 경우 수출이 아니라 국내 판매로 보고 있다. 국가출하승인 등 약사법이 규정하는 제반 규제를 준수해야 하며 이에 따라 간접수출 방식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수출해온 국내 기업에 회수폐기명령, 품목허가취소, 판매업무정지, 전공정업무정지 등의 엄중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부당한 처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간접 수출은 대외무역관리규정에도 인정하고 있는 무역 방식으로서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의약품이 수출되더라도 해당 의약품은 수출용 의약품으로 보아 약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식약처의 간접 수출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약사법 위반 사실은 ▲국가출하승인 절차 미준수 ▲영문 표시에 따른 표시기재규정 위반 ▲도매업 허가가 없는 국내 업체를 통해 수출한 경우이다. 국내 기업들은 '판매'에 적용되는 절차 내지 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제조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가출하승인을 거치지 않고 영문으로 포장해 국내 도매업 허가가 없는 업체들을 통해 수출했다. 간접 수출도 '수출'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과 달리 전문의약품에 대해선 상이한 잣대를 대고 있다. 현재도 전문의약품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간접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국내 다수 제약기업들이 수출용으로 제조해 영문 포장한 뒤 국내 도매업 허가 없는 무역회사를 통해 해외에 수출을 하고 있다. 식약처의 주장대로라면 보툴리눔 톡신을 제외한 다른 전문의약품에 대해서도 국가출하승인 규정을 제외한 나머지 약사법 규정, 즉 ▲표시기재 위반 ▲도매업 허가 없는 국내 업체에 유통시킨 것에 대한 약사법 위반을 적용해야 한다. 만일 보툴리눔 톡신을 제외한 전문의약품의 간접수출에 대해서도 보툴리눔 톡신과 동일하게 엄중한 제재를 하게 된다면 이는 제약 기업이 이뤄내고 있는 상당한 수출실적을 차단해 국가경제 발전에 어긋난다. 아울러 정부의 수출장려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며, 식약처가 내걸고 있는 규제혁신 정책에도 반하는 처사이다. 또 전체 수출 실적 측면에서 볼 때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추정컨데 30~40%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소기업의 경우는 상당부분이 이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무역협회는 간접 수출로 발생한 결과를 수출 실적으로 인정해 수출탑을 시상하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 상당기간 동안 의약품의 간접 수출을 수출로 인식해왔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보툴리눔 톡신 간접 수출도 '판매'가 아닌 '수출'로 보아 약사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헬스케어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키울 6대 산업 중 하나로 제시하며 육성 계획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수차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를 내비쳐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살 길은 수출에 달려있다"며 경제를 외교의 중심으로 두고 해외 세일즈를 자처해 온 현 정부의 정책과는 이번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에 연이어 내린 행정 처분과 상반되는 대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을 대하는 시대착오적인 이중잣대로 국가경제 성장을 막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2023-06-26 06:00:00노병철 -
[데스크시선] 비대면 처방전달 혼란 자초한 정부-약사회[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엔데믹이 앞당겨 지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중단될 상황이 오자, 급조된 안을 들고 나오면서 발생한 예견된 일이었다. 처방전 전송부터 보자. 비대면 진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방전 전송과 약 조제다. 비대면 진료 대상자는 입원이 아닌 외래환자다. 이 이야기는 비대면 진료 환자는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안을 보면 의사는 환자와 협의해 팩스 또는 이메일 등으로 처방전을 약국에 전송하게 돼 있다. 시범사업 내용에 따른 처방전송 방식은 ▲환자가 선택한 약국으로 ▲의료기관이 전송해야 하며 ▲팩스, 이메일(원본갈음)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이외 JPG 파일형태의 '카톡전송, 문자메시지 전송'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보면 ▲환자에게 인근 약국의 정보 제공해야 하고 ▲환자가 선택한 약국의 정보를 의료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결국 제3자인 플랫폼들이 약사회 처방전달시스템으로 환자의 처방전을 전송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약사회가 최근 공개한 처방전달시스템 설명자료를 보면 비대면 방식을 통해 전달된 처방전만 인정되며 팩스, 이메일, 앱, 처방전달시스템 등을 예로 들었다. 즉 정부 시범사업안은 의료기관이 직접 약국에 메일, 팩스 등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라는 것이지만 약사회 안은 정부 안보다 더 폭넓게 처방전 전달 방식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와 약사회가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먼저 복지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한다. 처방전 전송방식을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처방의사의 전자 서명이 들어간 전자처방전을 이용하든지, 정부 주도 공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맞다. 아무리 시범사업이라지만 이런 방식은 옳지 않다. 약사회도 복지부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지침으로 약사들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수행했던 약국, 특히 코로나 치료제 조제 전담약국 대다수는 플랫폼 없이 의료기관에서 직접 처방전을 팩스로 받았다. 그러나 약사회 처방전달시스템은 플랫폼을 통한 처방전 조회와 수령방식을 결정하게 돼 있어 되려 플랫폼을 도와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약사회 생각대로라면 환자→플랫폼→의료기관→플랫폼→약국 순으로 가야 하는데 환자와 의료기관이라는 변수가 모두 빠져있다. 이러니 일부 약국에서는 약사회 처방전달시스템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팩스로 처방전을 전송 받으면 불법으로 인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석달은 계도기간이다. 이제라도 복지부가 나서 처방전달방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약사회도 처방전달시스템이 정부가 수용 가능한 안인지부터 확인하고 조율해야 한다. 그나마 복지부는 16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간담회를 개최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범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된 이번 자문단엔 의·약 단체는 물론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플랫폼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는 데 여기서 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해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2023-06-18 21:07:42강신국 -
[데스크시선] 복막투석, 적자건보재정 구원투수[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천문학적 건보재정이 소요되는 혈액투석 환자 진료비 절감의 새로운 대안으로 복막투석이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핵심에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1차 시범사업 성과 달성에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9년 12월 보건복지부 훈령에 의해 채택, 현재 2차 시범사업(2022년 5월~2025년)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의 목적은 재택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입원 및 질환 악화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 향상에 있다. 대상자는 신장대체요법이 필요한 만성 신장병 5기 환자로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참여에 동의한 사람이다. 대한신장학회는 1차 사업 종료를 앞두고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강화와 대책에 대한 토론회 등을 개최, 긍정적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본 사업 전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1차 사업 당시 83개 병원이 참여, 7만 건 이상의 청구로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환자 예후 개선·의료비 절감 성과도 확인됐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보건당국·대한신장학회·참여 병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업성과 공유·개선사항·본사업 전환 필요성 등에 적극 공감하며, 2차 시범사업을 이끌어 낸 마중물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혈액·복막투석 환자별 맞춤 치료관리를 위한 시대적 전환점을 시사한 것이다. 전국 839개 인공신장실을 운영 중인 병원을 대상으로 심평원이 진행한 2018년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연도 혈액 투석 환자 수는 9만90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대비 23% 가량 증가한 수치며, 진료비는 2조6340억원으로 45.5%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계 추산, 이중 복막투석 비중은 5% 수준으로 파악된다. 학계 관계자들은 복막투석에 대해 임상적 효과, 환자 삶의 질 개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효과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당뇨·고혈압에 따른 신장질환자의 폭발적 증가에 대비한 건보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복막투석 활성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범사업 시행 후 복막염·도관감염의 감소가 확인됐고, 시범사업 미등록환자 대비 등록환자의 사망률·입원율도 감소 양상을 보였다. 직접 의료비용 역시 1인당 연간 565만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관리에 대한 의사·간호사의 교육·상담, 환자 상태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 등 재택관리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 해당 병원들의 적극적인 시범사업 참여를 유도했다. 일종의 인센티브 또는 대체수가 형식으로 병원에게 부여되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료는 교육상담료Ⅰ·교육상담료Ⅱ·환자관리료로 구분, 각각 3만9380원·2만4810원·2만6610원이 책정됐다. 투석은 인공 신장기를 이용해 혈액 속 노폐물 제거·전해질 균형 유지·과잉 수분 등을 없애는 시술을 말한다. 방법은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투석기에 통과시켜 혈액을 걸러낸 후 다시 혈관에 넣어 주는 방식이다. 복막투석에 비해 투석 횟수가 적지만 투석 시간이 길고, 병원에 내방해야 하기 때문에 위급상황에 대한 의료진의 대처가 신속한 장점이 있다. 복막투석은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환자 자신이 투석기를 이용해 자택 등에서 직접 시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복막염·탈장 등 합병·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의료인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수지는 건강보험요율 상한(8%) 도달(2027년)에 따른 수입 증가분 축소와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른 지출 증가로 매년 적자가 예상된다. 2025년에는 적립금 소진도 예고돼 있다. 2021~2030년 10년 간 건강보험 수입·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7.2%·8.1%로 수지 역전 구조에 진입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80조9000억원이며, 증가율을 반영한 2030년도 예산은 15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1·2030년 지출액은 81조7000억원·164조1000억원이다. 건보 적자는 이미 2021년 8000억원을 기록, 2029·2030년은 각각 11조9000억·13조5000억원 마이너스 수지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된다. 1·2차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참여율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혈액투석 진료비가 전체 투석진료비의 95%를 상회하고, 복막투석 비중이 저조한 원인은 낮은 의료수가에 있다. 횟수·시간이 제한된 교육상담료·환자관리료에 대한 합리적 수가 반영과 관계자들의 복막투석에 대한 의식고취는 풀어야할 숙제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복막투석에 대한 수가를 혈액투석과 동일하게 높이는 것은 재정절감 타당성과 거리가 멀어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유례 없는 투석환자 증가 속도는 건보재정 적자 가속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제 보건당국·의료계·환자 간 사회적 합의를 통한 묘수를 찾을 때다.2023-06-10 06:00:00노병철 -
[데스크시선] 자율좌석제의 명과 암[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일부 국내 제약기업들이 자율좌석제를 부분·전면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율좌석제란, 기업에서 개인별 좌석을 지정하지 않고, 업무 스케줄이나 동선 등을 고려해 각자 원하는 자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공유좌석제라고도 한다. '보수적인 분위기에서는 혁신이 나올 수 없다'는 실리콘밸리의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것으로 '핫 데스킹(hot desking·유연좌석)'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른바 자율좌석제·공유좌석제·유연좌석제는 동료들 간 협업과 평등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SK·동국제강·한화그룹 일부 계열사·LG전자 일부 조직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확산되고 있는 추세로, 업무 스케줄이나 출근시간에 맞춰 업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업무공간을 창가석, 모니터석, 스탠딩석 등으로 다양하게 구비해 직원들이 일정, 업무와 관련한 동선이나 집중도를 고려해 좌석을 선택하게 된다. 헬스케어산업에 있어서는 글로벌 빅파마 한국법인 MSD·아스트라제네카 등을 필두로 최근 3년 전부터 3~4개 정도의 토종 제약사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스마트오피스' '혁신'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잡리 잡은 자율좌석제의 장점은 열린 공간에서의 직원 간 소통과 협업 창출, 업무 효율성 고취, MZ세대를 고려한 업무 자율성 보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획일적인 전통적 사무환경에서 과감히 탈피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과 기성세대 간 융복합·오픈콜라보레이션 근무환경을 조성, 업무 몰입도와 만족도를 최대한 끌어내는데 그 의미와 목적이 있다. 자율좌석제 성공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레고, 딜로이트, 씨티그룹, 젠슬러 등의 글로벌 기업 등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라도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보기에도 멋져 보이고 최신 트렌드의 의상일지라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마치 원시인에게 우주복을 입혀 놓은 모습이랄까. 기업은 2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별 인력으로 구성,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연 또는 공장의 톱니처럼 상호협력·공생의 관계로 발전을 거듭한다. 그런 측면에서 4050세대 팀장·임원급 직원은 기존 지정좌석제를 선호한다는 설문에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혁신은 무조건적 트렌디 정책 도입이 아닌 단점의 개선에서도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율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제약기업의 직원들은 매일 아침,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 좋은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출근 시간을 서두르거나 부서 구성원의 좌석을 미리 맡아 주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자신만 사용하는 책상 공간이 아니고, 팀별 공용 캐비닛 등도 구비돼 있지 않다 보니 업무 관련 서적이나 사무·개인용품, 프로모션 샘플 등등은 아예 차량 트렁크로 내 팽겨 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다. 전체 직원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TFT와 최고경영자의 일방적 제도시행이 불러온 참극이 아닐 수 없다. 매일 새로 자리를 잡는 일도 극히 번거롭고, 소속감을 저하시켜 팀워크 함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칸막이가 없다 보니 프라이버시 보장도 어려운 점은 자율좌석제가 가진 필연적 단점이다. 특히 신입사원의 스피드한 업무파악 배양 부분에서는 빵점에 가깝다. 새내기사원은 멘토·멘티방식의 일정기간 도제식교육이 필요한데,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대면소통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늘 나의 업무좌석'을 찾기 위해 직원 1명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시간은 2주라는 한 연구결과는 실효성에 의문을 두기에 충분하다. 올바른 벤치마킹이 아닌 기형·과도기적 자율좌석제는 도떼기시장에 가깝다. 자율좌석제가 정착된 MSD·AZ는 모든 임직원이 직급에 관계없이 능동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사·상무·전무는 물론 대표이사도 예외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토종제약사의 경우, 상무급 임원부터는 개인 집무실이 제공돼 제도시행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지정좌석제로의 회귀를 원하지만 C-레벨 인사들은 여론 경청에 관심조차 없다. 직원 업무 만족 향상과 효율성 재고를 위해 추진한 자율좌석제가 창살 없는 감옥으로 전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2023-06-07 06:0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합리적인 정책, 소통이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데일리팜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 약가제도에 대해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CEO 53명을 대상으로 국내 약가제도 만족도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78%(35명)이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국내외 제약사 모두 신약 등재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제약사 CEO 53명 중 절반이 넘는 30명이 '신약 등재'가 가장 개선해야 할 정책으로 지목했다. 다국적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제약사들도 신약 등재를 가장 개선이 시급한 약가제도로 꼽았다. 보건당국은 신약의 가치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약가를 산정하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신약의 적정 가치를 책정해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연구개발(R&D) 역량를 집결해 장기간 개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적정 약가를 받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속적인 약가인하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부의 약가제도 기조가 지속적인 인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지속될 경우 CEO 53명 중 37명(70%)이 'R&D 재투자 여력 감소'가 가장 우려된다고 답했다. 약가인하가 반복되면 제약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칫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물론 정부 규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보건당국이 최근 약가정책을 펼치면서 제약사들과 원활한 소통을 펼쳤는지 의문이 든다. 제약사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약가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상한금액 재평가다. 상한금액 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현재 보건당국은 제출된 재평가 자료를 토대로 약가인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데도 약가인하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제약사들은 이 정책을 왜 진행하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서 사회적인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만개의 의약품 중 약가인하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적잖은 역량을 소비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차라리 일괄적으로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게 낫다”는 푸념마저 토로하는 실정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도 매끄럽지 못했다.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인 약물이 포함되면서 혼선을 겪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스트렙토제제의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하지만 돌연 스트렙토제제는 보건당국의 급여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 스트렙토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효능이 있는지 따지기 위해 5년 넘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엇박자 판단이 나온 셈이다. 제약사들의 항의에 결국 스트렙토제제는 재평가 결과에 따른 환수협상 합의 품목에 한해 1년 간 평가를 유예하는 조건부 급여가 제시됐다. 임상재평가가 종료될 때까지 환수협상을 합의한 제품에 한해 1년 간 급여를 유지해주겠다는 이상한 정책이 끼어들었다.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보공단과 22.5%의 환수율과 환수 기간 1년에 합의했다.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실패하면 1년 간 처방실적의 22.5%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당국은 국내 약제비 관리의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목표를 트레이드-오프로 제시한 상태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를 삭제하거나 약가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재정을 신약의 급여 적용과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제약사들은 정부가 또 어떤 약가 정책으로 업계를 혼란에 빠뜨릴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위해 약가인하 기조의 정책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가 새로운 약가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와 제대로 소통을 했는지 묻고 싶다.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때다.2023-06-02 06:20:23천승현 -
[데스크시선] 비대면 시범, 근본목적 퇴색 말아야[데일리팜=김정주 기자] 말 많고 탈 많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이 오늘(30)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된다. 본격 시범사업 시행을 알리는 첫 단추이기도 한 이 최종 절차에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나마 본격화 해 온 비대면진료는 사실, IT 기술 발전과 통신 기술, 의료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원격의료 타이틀을 갖고 계속해서 시도돼온 분야다. 면 대 면 촉진 없이 순수하게 기술 장비에 의존해 이뤄지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지만 그러면서도 다르다. 보건의료단체, 시민환자단체는 그간 이 분야에 대해 공급자와 가입자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고, 정부 또한 이를 충분히 의식해왔다. 때문에 실제 적용 당시에도 용어 사용부터 제한 장치까지 뭐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팬더믹이 장기화 하면서 정부는 제도화를 구상했다. 비대면진료가 한시적 제도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실적과 경험이 쌓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 고도화에 발 맞춰 새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달은 환자 편의성에 부합해 제도화 명분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보건의료계는 산업 고도화와 편의성보단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보수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향후 심사 영역에서도 골치가 될 공산이 크다. 초진 부문에서 '거동 불편'이라는 지극히 모호한 문구는 이 업계 관점에서 보면 시범사업이란 장막에 가린 꼼수에 불과하다. '기타질환자'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판단한 기타질환자도 대면진료 후 30일 이내에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비대면진료 영역의 문을 활짝 열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본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이니 이것저것 시험삼아 적용해본 뒤 후에 덜어 내고 더하는 식으로 하자는 건 비대면진료 특성상 너무 무책임한 시도다. 비대면진료로 인해 파생되는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그로 인한 안전성 저하 부작용까지 고려한다면 일단 키워놓고 보자식은 여러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얘기다. 애매모호한 문구를 단단하게 묶지 않고 시범사업 범주 안에 헐거운 상태로 둔 채, 신산업으로 떠오르는 약 배송 플랫폼까지 키우려 한다면 향후 제도화가 본격화 할 때 엄격한 안전성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워 진다. 우리는 오랫동안 보건의료분야만큼은 환자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둔 정책과 인식을 견지해왔다. 접근성의 문턱은 낮추되 까다로운 평가로 예측가능성을 고도화 했으며 엄격한 심사로 이중삼중의 걸쇠로 안전성을 담보해왔다. 그 견고한 빗장을 헐겁게 만들거나 여지를 두려하는 시도는 결코 작은 논란거리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초기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감염병 확산세와 요양기관 매개 등을 억제하기 위해 간단한 진료·조제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엔더믹 상황에서 이뤄질 비대면진료는 거동불편과 접근성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근본 목적이 될 것이다. 타 부처를 포함해 각계의 욕심과 욕망이 여기에 덧붙여져 제도 자체가 중구난방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게 지금 보건복지부가 할 역할이다.2023-05-29 23:32:27김정주 -
[데스크시선] 당뇨약 병용급여와 신의성실 원칙[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직듀오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으로 보건복지부와 업계 간 신뢰관계에 이상기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제약사 10여 곳과 보건당국은 7년여의 논의 끝에 지난 1일, DPP-4·SGLT-2 등 당뇨병 치료제 3제 병용요법 급여화를 달성했다. 일명 '당뇨 3제요법 급여 테스크포스팀' 운영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한 모든 참여 기업들은 특허 만료에 따른 약가인하에 대승적 찬성표를 던졌다. 병용급여에 따른 추경예산 확보가 난제였지만 약가인하에 따른 300억 상당의 재정충당효과가 법제화를 이룬 키포인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달 1일 약가인하 예정 시점을 불과 며칠 앞둔 4월 27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포시가·직듀오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잠정 인용했다. 제네릭의 등장으로 예정대로라면 이달 1일부터 포시가10mg 약가는 514원, 직듀오는 용량에 따라 473~512원으로 인하되는 것이 맞지만 집행정지 심결 예정일인 이달 19일까지 포시가·직듀오는 각각 현 약가 734원·736원이 유지된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적응증이 다르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적어도 수개월에서 수년 간 안정적 시장 확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돌발행동 원인은 약제비 환수법의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신속히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인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적응증 중 제2형 당뇨병 외 만성심부전 및 만성신부전의 용도특허가 여전히 유효해 제2형 당뇨병 적응증만 가지고 있는 제네릭으로 인한 직권조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중 지난달 특허가 만료된 적응증은 '제2형 당뇨병'이 유일하고, 포시가 제네릭 제품들은 모두 제2형 당뇨병 적응증만 확보하고 있는 부분은 아스크라제네카의 법적 대응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현 규정으로는 동일 성분·제형·투여경로가 동일한 제네릭 등재 시 직권조정 대상이며, 용도특허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특허침해와 관련해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는 이를 인정한다. 일례로 2009년 에스시탈로프람(오리지널 렉사프로정)은 주요 우울장애 외 강박장애 및 범불안장애의 적응증 중 범불안장애의 용도특허를 이유로 특허 소송에 나섬으로써 일부 제네릭사들이 주요우울장애 적응증으로만 국내 시판허가 받고 판매를 하면서도 약가인하는 유지됐다. 때문에 심부전·신부전 등 급여를 신청한 다른 적응증까지 모두 영향을 미치는 약가인하 조치는 불합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필연적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감과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과 의구심이 있다. 업계·학계·보건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병용급여라는 숙원사업 완성을 위한 그 긴 시간 동안 제도화를 요구하면서 이제와 사실상 확약에 가까운 결의를 송두리째 깼냐는 점이다. 얘기치 않은 상황적 변수에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입장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지만 '난감' '뒤통수' '불신임' '허탈' '이중적 태도' 등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는 후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셈이 이런 형국을 두고 있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제비 환수법이 시행되더라도 법률불소급원칙이 적용된다면& 160;집행정지 기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재정충당의 길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포시가·직듀오의 연간 처방액이 약 900억원임을 감안할 경우, 이 두 품목의 약가인하 30%에서 확보할 수 있는 200억~300억원의 재정충당금은 이제 희망사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당뇨약 병용요법 급여 인정에 따른 보험재정은 최소 3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보건당국이 예상한 재정소요 분과 괴리감이 상당해 이 같은 관측이 현실화 하면, 건보재정 건실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학계와 처방 현장에서는 단일제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부족, 3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를 26%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600만명을 돌파, 이중 3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 수는 150만명에 이르는 부분도 당초 예상 범위인 300억원을 넘어 10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현 DPP-4·SGLT-2 제제 1일 약가가 700원임을 감안하고, 일부 SGLT-2제제 약가가 53.55% 수준으로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150만명의 환자가 3제 요법으로 전환 될 경우 보험재정 소요분 1000억원 돌파는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보건당국은 자진인하·향후 예상되는 PVA만으로 급증하는 재정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안전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급여기준 확대로 시장의 파이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외형 확장도 예상된다. 제네릭·복합제는 등재 시점에서 4년 간 PVA 미대상이며, 대형 오리지널 제품의 사용량 증가는 PVA로 연결돼 약가인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팩트를 기반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현시점에서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변심에 뒷목만 잡고 있을 수는 없다. 'This Is Korea!'라는 위엄과 존엄을 보일 때다. 그것이 바로 신의성실의 준엄한 원칙이다.2023-05-17 06:00:00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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