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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통제약' 타이틀 싫다면 벗어 던져라

  • 이탁순
  • 2017-06-08 06:14:52

수십년 역사의 국내 제약회사를 '전통 제약'이라고 표시하는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전통적으로 이들이 제약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업계에서 '전통 식품', '전통 주류'라고 부르진 않기 때문이다.

'전통의 순대국집' 등으로 불리는 음식점처럼 오랫동안 한가지 메뉴만 고집한 것도 아니다. 물론 수십년된 베스트셀러 의약품을 한 두개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제품들이 꼭 주력제품인 것만은 아니다. 해마다 신제품을 내놓고 있고, 매출이 높은 제품도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고 있다.

그런데 국내 바이오시밀러 회사와 비교할 때, 예컨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제약사들과 구분지어야 할 때 '전통 제약'말고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다.

'케미컬(합성의약품) 기반' 제약회사?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바이오의약품이 있거나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네릭 기반' 제약회사? 어찌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국내 다수 제약업체 특징을 가장 살렸으니까. 하지만 바이오시밀러도 오리지널의약품의 복제약 아닌가? 형평성 차원에서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역시 '전통 제약'만큼 어울리는 게 없는 것 같다. 얼마전 개최한 전세계 항암제 홍보의 장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국내 바이오시밀러사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통 제약사들은 이들만큼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진 못하는 것 같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각 TNF-α억제제 계열의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를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 내놓으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선진시장에 이렇다할 의약품 등록을 하지 못한 '전통 제약'과 비교할 때 '성공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전세계 출시를 목표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다고 했을때 '성공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우리도 나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통 제약계에서도 논쟁이 됐던 적이 있다.

이후 일부 대형 제약사들이 일본이나 이머징 마켓을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셀트리온의 도전이 '무모하다'는 인식이었다. 사실 셀트리온처럼 적자를 감수하며 몇천억원씩 투자를 강행할 회사도 없었다.

더욱이 내수시장에서도 충분히 이익이 나오고 있기에 굳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할 동기가 부족했다.

지금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제약업 경험이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보다 한참 늦게 시작했지만, 브렌시스의 허가로 글로벌 무대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의약품이라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수십년을 앞선 전통 제약사들은 그때 왜 투자를 하지 않았을까?

한 포럼 현장에서 제약업체 CEO는 당시 셀트리온은 제약업을 잘 몰랐던 탔에 배수진을 치고 무리한 투자를 했던게 성공을 가져왔다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당시 국내 제약업체들은 그렇게 투자를 결정할 제약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통제약은 위기다. 내수시장과 제네릭약물은 시대적 변화와 정부정책으로 이제 '믿을맨'이 아니다. 결국 반대 개념의 글로벌신약과 신약만이 살 길인데, 그리 만만치가 않다.

특히 직접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신약을 만들려면 2000년대 후반 바이오시밀러를 시작한 셀트리온보다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역시 전통제약은 용기있는 투자를 감행할 회사가 있을까?

바이오시밀러는 이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 무대가 됐다. 전통 제약사들이 나서기엔 너무 늦었다. 그때 제약 초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외면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쟤지 않고 이들과 손이라도 잡았다면 '전통 제약' 타이틀에 머물러 있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제약협회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바뀌진 않았을 것 같다. 전통 제약사들은 이제 신생업체 성과에 기대는 처지가 됐다. 이 씁쓸함과 부끄러움을 기억해 교훈이라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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