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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진흥원 해외지사 운영의 빛과 그림자

  • 노병철
  • 2017-07-27 06:14:54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08년부터 미국, 영국, 중국, UAE, 싱가포르·아세안, 카자흐스탄 등 6개 지역에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설립 목적은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국내 헬스케어산업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와 중장기 정책·전략 수립이다. 각론적 활동은 각국 보건산업 주요 이슈 파악, 정책기획연구, 현지 정부·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업체 간 협업시스템 구축, FTA 대응방안 등을 들 수 있다.

글로벌 섹터별 가시적 성과도 많았다. 영국 지사는 해외환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국제컨퍼런스 기획·참가, EU 인허가 및 유통정보 컨설팅 시스템 등을 확립했다. 여기에 더해 코트라·중소기업진흥공단·한인과학자협회 등과 협력을 강화해 EU지역 보건의료산업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UAE 지사는 현지 정부와 환자송출협약, 공공병원 위탁운영 등의 사업을 발굴함은 물론 컨설팅기관·대학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최신 정보 등을 수집해 국내기업들에게 제공했다. 카자흐스탄 지사의 CIS지역 해외환자유치 프로젝트와 맞춤형 패키지 의료서비스개발 및 유망 기술수출 사업도 우리 제약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미국·중국·싱가포르 지사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낳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흥원 내부에서도 지금의 해외지사 운영시스템이 백년지대계가 아닌 '3년짜리 토막 퍼즐 맞추기'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지사 사업이 영속성을 띠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짧은 임기에 있다. 지사장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이제 일 좀 할만하다 싶으면 본국으로 컴백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을 동반한 해외파견이다 보니 3년간의 외국생활에 적응해 아예 이직 후 눌러 앉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귀국 후 기업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업무 스킬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관 컨설팅업체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말 그대로 순환보직이다 보니 3년에 걸쳐 쌓아 올린 현지 인적 네트워크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우리는 여기서 해외 지사장을 파일럿에 비유한 진흥원 고위관계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6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약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투자금도 투자금이지만 양성기간이 워낙 길다보니 공군에서는 700억원을 호가하는 전투기보다 조종사 1명을 더 귀하게 여긴다. 작전 중 적진에 추락한 조종사 구출 작전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지사장도 마찬가지다. 섹터별 지사에 지급되는 수억원의 체제유지비도 중요하지만 역량있는 지사장 양성을 위해 그동안 소요된 매몰기간이 곧 정보력과 네트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해외 지사의 통상적인 통계 DB와 월·분기별 리포트 작성은 지금의 단기 순환보직 형태로도 충분히 꾸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실질적으로 끌어 내고, 다자간 협상을 도출하고, 연구개발 전략과 라이센스 인·아웃은 장기간의 시간투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킹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 9년 동안의 해외 지사 운영이 시행착오와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의 해외지사 운용 전략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그 변혁의 핵심은 임기에 제한이 없는 '붙박이식' 지사장제 도입이다. 능력있는 지사장들을 더 이상 잃어서는 안된다. 이는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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