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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재인 케어와 의사 소신진료

  • 이정환
  • 2017-08-17 06:14:53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를 위한 30조6000억원 예산 투자를 골자로하는 '문재인 케어'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운전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보건복지부가 잡았다. 보건의료계는 정부 운행코스에 일단 몸을 맡기는 형국이 됐다.

이번 정책에 특히 반발이 큰 집단은 의사들이다. 특히나 팍팍한 경영 속 대형 의료기관들과 레이싱을 지속해 온 중소병원이나 동네 의원 소속 의사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집에 비급여의 급여화를 토대로한 보장성 강화가 적혀있었지만 이번처럼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디컬 푸어를 없애겠다는 정부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적정 진료수가를 보장하고 죽어가는 1차의료를 살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힘써달라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다. 운전대를 잡은 복지부는 이번만큼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미 국내 의료전달체계는 동네 의원과 2차 의료기관을 통과하고 초대형 병원에 집중하는 현상이 자리잡았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환자가 쏠리는 편중현상도 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

다소 비싸더라도 고품질 진료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은 문재인 케어가 발효되면 기존보다 값싼 돈을 내고 같은 수준의 혹은 더 고품질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로선 기쁜 일이지만 가뜩이나 의료기관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시달려온 의사들은 환자와 함께 웃음짓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외면할 확률이 커지는 이유에서다.

빅5 대학병원 마취과 소속 의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면 의사들은 수술재료를 값싼 중국산으로 바꾸는 유혹이 커질 것"이라며 "의사 소신대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지만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반비용을 값싼 제품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의사는 "특히 마취과는 대부분이 비급여인데다 다양한 진료과목 수술에 빠지지 않는 필수과 진료"라며 "환자에게 더 좋은 품질의 수술재료와 진료를 하고 싶어도 행위 때마다 적자가 눈에 보이게 되면 소신진료는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어떤 정책이던 찬반이 공존하고, 정책 시행에 따른 명암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중증질환에도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겐 햇빛을 선사하겠다는 게 문재인 케어 골자다. 강렬하게 들이칠 햇빛만큼 맞은편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밖에 없다. 자칫 보건의료인들에게 드리워질 그림자를 옅게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보장성 강화를 실현시키는 일. 문재인 케어가 반드시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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